"음식물 봉투 안에 가위·국자가.." 펜션 알바생의 한숨

조회수 2020. 9. 25. 15: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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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봉투 안에 가위·국자 넣는 손님들 보면..
펜션 알바 윤찬우씨 인터뷰
객실 청소, 고기 굽기 등 맡아
“힐링과 고생 사이에서 추억”

펜션 하면 힐링을 떠올린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그림처럼 지어놓은 목재 건물. 마당에서는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별을 바라보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노동의 산물이다. 객실을 치우는 것도, 고기를 굽기 위해 불판을 세팅하는 것도 다 알바생 또는 직원의 몫이다.


윤찬우(19)씨도 그 중 하나다. 대림대 토목환경과에 갓 입학한 그는 올 여름 경남 김해에 있는 한 펜션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천국의기자단은 윤씨를 만나 펜션 알바에 대해 들어봤다.


20대 첫 알바로 펜션 선택…“친구들과 함께”


- 당신은 누구인가.


“토목환경을 전공하는 대학 1학년 윤찬우다.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 간 김해에 위치한 펜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 왜 펜션 알바인가.


“이번 방학 때 20대(한국 나이로는 스무살) 첫 알바를 하고 싶었다. 찾다보니, 펜션 아르바이트가 대부분 친구 단위로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아르바이트하면 적응이 쉬울 것이라 생각돼 친구들과 같이 지원했다.


입사 후 그 이유를 알아보니, 펜션 아르바이트는 소수가 숙식을 하면서 한 달 간 하는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에, 갈등이 있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많은 펜션 업주들이 친구들과 함께 지원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출처: 천국의 기자단

- 펜션 알바는 무슨 일을 하나.


“객실청소, 식당세팅, 고기초벌 등이다. 이외에도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투숙객들이 요청하는 물품들을 전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내가 일한 펜션에서는 예약관리와 주방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일을 알바가 했다.”


- 펜션에서 식당도 같이 운영하나.


“내가 일한 김해 지역에서는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펜션이 많았다. 투숙객들이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 펜션의 규모는.


“투숙용 펜션 건물이 25채, 수영장, 카페 등이 있었다. 땅 면적은 일반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였다.”


- 펜션이 크면 일이 많나.


“그렇지도 않다. 규모가 작은 펜션은 알바생을 1명만 쓰는 경우가 있다. 상황에 따라 일의 양은 다르다.”

출처: 천국의 기자단

매일 오전 6시 30분 기상…오후 6시에 퇴근


- 하루 일과는 어떤가.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한다. 아침을 먹은 뒤 8시까지 출근한다. 오전 11시30분까지 쓰레기 청소, 마당 쓸기 등을 한다.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4시에는 식당 세팅, 객실 정돈 등 투숙객 준비 작업을 한다. 오후 4시부터 투숙객들이 오면 숯불을 준비하고 고기 초벌구이를 한다.


이후 오후 5~6시에는 식당 마감업무를 하고 퇴근 한다. 하지만 투숙객이 많은 경우에는 퇴근 시간이 유동적이다.”


-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일하면 불편한 점은 없나


“일단 집에서 거주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또한 펜션들이 산골 등 자연에 접해 있다보니,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기능을 사용하지 못했다. 와이파이는 물론이고,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때도 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단체로 온 투숙객 중 한 명이 ‘식사도 못하고 알바생이 고생이다’면서 쌈을 싸서 주고는, 팁을 2만원 정도 챙겨줬다. 알바생의 식사까지 걱정하는 투숙객은 처음이었다.”

출처: 천국의 기자단

- 팁을 받는 경우가 많나.


“꽤 있다. 대개 5000~2만원 수준이다. 한 달에 약 12만원 정도 받은 것 같다.”


- 일은 힘들지 않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이 손에 익는다. 일처리가 빨라지면서, 하루에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생기더라. 이 시간을 활용해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과 근처 계곡도 가고, 등산로를 거닐기도 했다.


또한 투숙객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 수영장, 카페 같은 펜션 내 부대시설들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산 속에서 계곡과 카페를 거닐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었다.”


- 애로사항이 있다면.


“육체적으로 힘을 쓸 일이 꽤 있다. 객실이나 주방의 냉장고가 고장 나면 당장 사용할 냉장고를 옮겨야 하고, 반찬만 해도 30가지가 넘는다. 다 알바가 세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면접 때에도 딱 2가지만 물어본다. 몸 건강하냐, 힘은 좀 쓰냐는 질문이다.”


- 급여는 얼마나 되나.


“한 달 동안 월급 190만원에 보너스 14만원 등 204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 간 숙식이 제공되고, 펜션 주변에 있는 계곡과 내부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돈을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다.”


“알바생에 욕하는 취객 씁쓸…최소한 에티켓 부탁”


- 상대하기 어려운 투숙객이 있다면.


“취객들이다. 객실에만 있지 않고 바람을 쐬러 밖으로 많이들 나오는데, 그 중에선 알바생에게 욕을 하는 사람이 꽤 있다. 이로 인해 밤에는 객실 쪽으로 가는 것을 자제하기도 했다. 또한 객실 내부에는 깨진 술병이 뒹굴 때가 있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 하는 것이 답답하다.”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투숙객들이 지켜줬으면 하는 에티켓이 있나.


인터뷰 말미에 윤씨는 관광객들의 투숙 에티켓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음식물쓰레기 봉투에는 다른 것을 넣지 않았으면 한다. 의외로 음식물쓰레기에 다른 것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종이,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가 들어가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꼭 가위, 국자와 같은 식기류를 같이 버리는 투숙객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뒤져 가위나 국자를 꺼내고 세척해야 한다. 물론 여행지에 와 놀면서 분리수거하는 것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투숙객들이 최소한의 에티켓정도는 지켜줬으면 한다.”


- 펜션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알려줄 팁이 있다면?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한 달 간 타지에 머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건강이나 체력이 악화되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펜션이 산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도 녹록지 않다.


또한 펜션 아르바이트의 일과는 일찍 시작된다. 이에 일찍 잠을 청하지 않으면 수면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일과시간에도 주변을 산책하거나 놀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니 업무가 끝나면 바로 자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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