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직업 아닙니다, 한시도 긴장 늦출 수 없는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9. 25. 16: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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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바람 소리도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 경호원입니다.
대통령과 시민을 지킵니다
대통령경호처 신임 경호원 채용중
키 작거나 안경 써도 지원 가능

9월 18일 평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던 순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과 그 주변을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요원이다. 대통령을 지키고 나아가 국가를 수호하기 때문에 ‘경호계의 최고봉’이라 불린다.


대통령경호처는 9월 28일까지 신임 경호원 지원서를 받는다. 1988년에 공채를 시작해 2009년 이후 매년 신임 경호원을 뽑고 있다. 경쟁률이 수십대 일은 기본이고 100대 1에 이르기도 했다. 대통령 경호원이 하는 일, 혜택, 달라진 채용제도 등을 정리했다. 경호처에서 8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대통령 경호원 김정훈(35·가명)씨가 경험을 들려줬다. 단, 김씨의 실명과 얼굴은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 대통령경호처 제공
(왼쪽부터) 대통령경호처 로고, 2017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왼쪽 차량에는 주영훈 경호처장과 경호요원들이 탑승하고 있다.

’폼 잡는 일’ 아니다


경호처에는 경호처장을 비롯해 총 532명의 특정직 경호원과 일반직 공무원이 있다. 2004년부터 여성 경호원을 선발했고 현재 20여명이 근무중이다. 경호 대상은 대통령과 그 가족, 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외국의 국가 원수 및 국내외 주요 인사다.


대통령 경호는 대통령 바로 곁을 지키는 ‘근접경호’와 대통령이 방문할 장소에 대해 미리 안전조치를 하는 ‘선발경호’, 그리고 경비와 검측·검식·통신·안전·기동·의무 등 다양하다. 어떤 경호든 원칙은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만나거나 외부 행사에 참석했을 때 뿐만이 아니라 집무실이나 관저에 있을 때도 경호를 계속한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출처: 대통령경호처 제공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를 경호하고 있다.

대통령 일정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경호계획을 세운다. 대통령이 외부 행사에 참석하면 미리 그 장소를 방문해 위험 요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한다. 폭발물을 숨길만한 쓰레기통 개수, 연못이 있다면 물 속까지 살핀다. 또 음식 독극물 검사, 위험물질 탐지 등도 경호원의 임무다. 사이버 테러나 드론의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해킹 등으로 행사장의 각종 제어시스템을 공격하거나 드론을 이용해 폭발물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씨는 경호원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말했다. “경호원이라 하면 선글라스 쓰고 대통령 옆에 선 ‘폼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경호원의 실수는 대통령과 국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 99가지를 잘해도 1가지를 실수하면 실패한 경호”라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대통령경호처 제공

고충과 혜택


경호원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 지내기 때문에 자연스레 직업병이 생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눈을 뚫어져라 보거나 낯선 건물에 들어가면 비상 대피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등이다.


대통령 경호원은 단정한 용모가 기본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품격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배 경호원이 후배들에게 “팬티까지 다려 입으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그만큼 ‘각 잡힌’ 복장을 중시한다.


군인·경찰·교정공무원·국정원 요원처럼 합법적으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기본 화기로는 권총을 사용하고 방탄 사무가방, 임무에 따라 특수화기도 쓴다. 각종 장비를 상의 안에 착용하고 꺼내기 쉽도록 신체 사이즈보다 약간 큰 정장을 입는다.


직무수행 중 인지한 범죄에 관하여 직무상 또는 긴급상황인 경우 보직에 따라 사법경찰권을 갖기도 한다. 사법경찰권은 법률에 근거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나 현장제압·계좌추척·통신추적 및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예전엔 대통령의 기동로(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조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도로)나 행사장 주변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휴대폰을 이용한 폭발 상황에 대비해 전파 차단을 했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이런 구역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기동로 주변에서도 일반인들의 통화 장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멜레온 뺨치는 위장술은 기본이다. 대통령이 야구장에 가면 심판이나 카메라맨으로, 놀이공원에 가면 놀이기구 스태프 직원으로 변장한다. 이런 행사장에서는 검은 양복이나 2대 8 가르마 등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내가 경호원’이라고 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출처: 조선 DB
경호 시범

그럼 대통령 경호원이 되면 어떤 혜택을 받을까. 보통 경찰경호학과를 졸업해 대기업 경호원으로 입사하면 초봉이 약 3000만원이다.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겐 특정직 7급 공무원 보수규정을 적용한다. 1호봉의 기본급은 190만4700원이다. 여기에 수당을 합하면 월 300만원이 넘는다. 이후 호봉이 올라가면 5급 20호봉의 경우 기본급만 월 442만3500원이다.


물론 임무의 한 부분이지만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에 동행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경호처에 입사해 긴급출동이 필요한 보직에 있다면 관사를 제공받기도 한다. 미혼인 남녀 직원들은 독신자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외곽에 별도의 교육훈련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와대 인근에는 무도장, 수영장, 헬스장 등 체육시설도 있다. 경호원들은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참여한다. 배드민턴이나 검도, 마라톤 등 체육활동에 관련한 것 뿐만 아니라 국선도나 서예, 대금 연주 같은 동아리도 있다.


임무를 수행하다가 부상을 입고 퇴직하거나 사망하면 해당 요원과 가족들은 국가유공자의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대로 보상을 받는다. 정년은 일반 공무원보다 2년 짧은 58세다. 2000년 이전 정년이 보장되지 않던 별정직 공무원 시절에는 조기 퇴직해 공기업이나 사경호업체 임원 또는 경호관련 학과 교수로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년이 보장되고 있기에 50대 중후반에 퇴직해 각자의 관심에 따라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는 경호원들도 많다고 한다. 

출처: 대통령 경호처 제공
한 경호원이 선루프 차량에서 경호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 경호원’ 채용중


세상이 변하면서 경호처가 바라는 인재상도 달라졌다. 2014년 경호처 채용공고를 보면 당시 경호처는 ‘임무를 위해 목숨을 바칠 용기가 있는 사람’, ‘철저한 자기관리로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찾았다. 비장함과 헌신성이 강하게 엿보인다. 예전엔 지원자격도 까다로웠다. 당시만 해도 특정직 7급 경호원에 지원하려면 만 30세 이하이면서 키는 남자 175cm, 여자 165cm 이상이고 시력은 맨눈으로 0.8이상이어야 했다. 신체 조건 제한규정으로 인해 경호원 지원이 아예 불가능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채용공고는 ‘키가 작아도 좋습니다. 안경을 써도 좋습니다’란 이야기로 시작해 ‘드론이 공격하는 시대에 경호도 바뀌어야 한다’며 ‘미래위협에 대응할 스마트한 경호원을 찾습니다’라고 밝혔다. 불과 몇 년 만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 정도로 채용 기준이 달라졌다. 올해부터 신장과 시력 제한이 사라졌다. 주영훈 경호처장은 9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입경호원 인재상을 적었다. “사이버테러와 드론의 위협이 증가하는 시대에 신체 조건이 뛰어난 경호원 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를 갖춘 경호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출처: 대통령경호처 홈페이지, 조선DB
(왼쪽부터)2018년 신입경호원 채용 공고, 경호시범

이번 경호처 경호공무원 공개채용에서는 특정직 7급 경호직 00명, 정보통신직 0명을 뽑는다. 원서접수는 9월 28일까지다. 1차 필기시험이 10월 13일, 2차 논술·체력·면접은 10월 18~23일, 3차 신체검사·심층면접은 10월 30~31일이다. 최종합격자 발표는 12월말쯤이다.


또한 경호처에서는 전문성이 필요한 특정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식품 등 위해물질을 분석하는 검식 분야의 경력직 채용(특정직 6급, 7급 각 1명씩)을 진행중이다. 원서접수는 10월 1일까지다.


정기 공채 필기시험은 총 100문제로 국가직 7급 공무원 수준의 일반상식을 묻는다. 영어는 별도의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토익 700점(또는 토플 CBT 197점·만점은 300점) 이상의 공인 성적표 제출로 대신한다. 2019년 전형부터는 필기시험을 공직적격성평가(PSAT)로 대체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국가공무원 필기시험 기준에 따르려는 취지다.


면접시험에선 건전한 시민의식과 공직자로서의 국가관을 가졌는지와 경호원으로서의 충성심과 헌신의 자세 등을 평가한다. 논술은 주어진 1개 문항에 대해 1500자로 작성해야 한다. 경호처는 보안상의 이유로 기출문제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출처: 대통령경호처 공식 유튜브, 대통령경호처 제공
(왼쪽부터)대통령경호처 홍보영상 캡처, 위험물질을 탐지하는 모습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6개월여간 신입직원 교육훈련을 받는다. 걸음걸이에서부터 각종 상황조치에 이르는 종합훈련 그리고 대외기관 위탁교육 등이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 시기 훈련을 통해 진정한 경호원으로 거듭난다”라고 했다. '대통령 경호원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다.그만큼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신입경호원을 채용할 때 무도단증이 있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진 않지만 실제 현직 경호원들의 무도 실력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2008년 10월 황영철 의원(현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당시 300여명이었던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의 무술 단수를 모두 합치면 1503단이다. 1인당 평균 5단으로, 그중 엔 무술 20단도 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한 시대라고 해도 과거에 있었던 전통적인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때문에 대통령 경호원으로서 무도 연마는 기본이다.


오랫동안 대통령 경호는 권력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전제로 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경호처는 ‘친근한 경호·열린 경호·낮은 경호’를 표방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경호를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처의 임무도 일반 시민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글 jobsN 김민정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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