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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다르게 썼는데..현대차·카카오 지원자가 딱 걸린 이유

조회수 2020. 9. 25. 15: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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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4만장, '복붙'하면 AI가 바로 감점한다. 어떻게 하냐면..
롯데 AI 채용 개발 이종호 상무 인터뷰
올 하반기 지원자 4만명 전수 AI 심사
3년치 자소서 바탕 인재적합도 추출

그동안 많은 취업 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써왔다. 자신의 강점과 인생 스토리를 담은 한 편의 ‘완벽한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놓은 뒤, 이를 바이블 삼아 변형했다. 예컨대 현대차에 지원한다면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직무에 대한 관심을 추가하고, 카카오에 지원한다면 정보기술에 대한 관심이나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식이다. 어떤 지원자들은 그냥 A사에 지원한 자소서의 토씨만 바꿔서 B사에 내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그냥 ‘복붙(복사해 붙여넣기)’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와 같이 ‘자소서 재활용’을 하면 서류전형에서 바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소서 내 문장과 문장 사이의 맥락을 파악해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서류전형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주요 기업이 AI를 서류 전형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2017년 하반기에 3개 계열사, 2018년 상반기에 백화점·마트 등 6개 계열사에 시범적으로 AI 서류전형을 도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AI가 롯데그룹 80여 개 계열사 지원자 4만명의 자소서를 전부 평가한다.


인공지능은 도대체 어떻게 자기소개서를 평가할까. jobsN은 지난 14일 AI 서류전형 인공지능 개발을 총괄한 롯데정보통신 이종호 상무(인지과학 박사)를 만나 평가 방법과 채점 기준을 들어봤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3년간 지원자 전수 분석…“우수 신입사원 자소서 바탕으로 인재상 입력”


- 왜 서류전형 심사에 AI를 도입했나.


“나 역시 다년간 신입사원 심사위원을 해봤다. 하지만 심사위원 컨디션과 지원자의 쏠림 현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면접을 본다 치면, 오전에 우수한 인력이 대거 몰리면 오후에는 면접 점수가 박해진다. 반대로 오전에 다소 면접 점수가 아쉬운 지원자가 많으면, 오후에는 점수가 후해진다.


연간 롯데그룹에서는 반기당 4만명의 지원자가 원서를 낸다. 자기소개서나 면접 과정에서 일관된 평가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기소개서도 모든 지원자에 대해 일률적인 집중과 주의를 기울여 읽는 것이 어렵다. 게다가 상하반기 공채 시즌마다 인사팀 직원 수백명이 열흘 내내 자소서만 읽는 것도 힘이 든다. 그걸 줄여주고자 AI를 도입했다.”


- AI에 자소서를 입력하면 평가에는 얼마나 걸리나.


“하루 안에 4만명의 평가가 끝난다. 시스템 사양의 문제라 그리 어려운 이슈는 아니다.”


- 그러면 어떤 결과물이 도출되나.


“AI가 인재상과의 부합도, 직무적합도. 표절 여부 등을 감안해 도출한 ‘인재적합도’ 점수가 나온다.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는 식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계열사별로 자체적으로 정한 후보군(2~3배수 등)에 해당하는 인원을 추려서, 점수는 표기하지 않고 명단만 인사팀에 전달한다.


물론 이것은 회사의 정책에 따라 다르다. 점수 대신 등수만 추출할 수도 있고, 세부 배점별 점수를 따로 추출할 수도 있다.”

출처: 롯데그룹 채용 홈페이지 캡처
롯데그룹의 핵심 가치.

- 자소서에 ‘정답’이 있나.


“정답은 없다. 대신 ‘경향’을 분석한다. 우리 팀은 AI에 3년간 지원자(인원수 비공개) 자소서 전체, 3년간 신입사원 중 업무 성과가 좋은 사람들(인원수 비공개)의 자소서를 입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AI가 ‘고성과를 낸 신입사원의 자소서’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 그래도 세부 채점 방식은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달라.


“예컨대 문맥과 상관없이 특정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지를 본다. 열정이나 패기, 성공에 대한 집착 같은 단어다. 이런 단어가 자소서에 여러 차례 반복되면 면접관에게 알려준다. 문맥과 맞지 않거나, 자신의 경험과 맞지 않으면 점수가 높게 안 나온다. 문맥의 유려함도 평가한다. 3단 논법 등 논리학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문맥상 논리가 맞지 않는 문장도 짚어낸다.”


맥락상 이상한 문장 바로 추출…“재탕하면 ‘이상하다’ 판독”


- 표절률은 얼마인가.


“생각보다 높다.” (2018년 상반기 롯데그룹 채용 지원자의 2%가 AI 표절 시스템에 걸려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류 전형 점수를 면접관에게 주나.


“주지 않는다. AI 전형 테스트 때 일부 면접관에게 AI 심사 점수를 공유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면접관들이 AI가 매긴 점수에 편향된 평가(AI가 점수를 높게 매긴 지원자에게 면접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면접관에게 AI 채점 점수를 주지는 않고, 면접 대상자별로 ‘유의해야 할 점’만 표시해서 면접관에게 전달한다.”


- 어떻게 표시하나.


“자소서에 있는 문장 중 맥락상 이상하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추출해서 준다. 그러면 면접관이 관련한 질문을 쉽게 할 수 있다.”


- 그런데 AI가 자소서의 맥락을 위주로 평가하면, ‘글만 잘 쓰는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겠다.


“물론 문장력이 좋으면 일정 부분 유리하다. 하지만 글쓰기가 전부는 아니다. 면접에서도 무조건 말 잘하는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의 강점, 직무와 관련한 경험 등을 업무와 연관 지어 진솔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 자소서를 AI가 평가하면, 크게 달라지는 점이 있나.


“우선 ‘원소스 멀티유즈(자소서 한 장을 여러 회사에 활용하는 것)’가 불가능하다. 타사에 지원했을 때 쓴 자기소개서를 큰 변화 없이 재탕할 경우 AI가 ‘이상하다’고 판독해 낸다. 예컨대 ‘매사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회사에 지원했던 원서를 토씨만 바꿔서 롯데에 지원하면 바로 잡힌다. 롯데의 경영 이념은 ‘신뢰와 사랑’이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이미 학습한 3년치 고성과 신입사원의 자소서는 거의 대부분 롯데의 경영 핵심가치(독창성·도전·존중·고객 기대 이상을 추구)에 부합하는 내용과 사례가 주를 이룬다.”

출처: 롯데정보통신 제공
이종호 롯데정보통신 상무.

“AI 평가와 면접관 평가 상관관계 높아…AI 면접 도입은 아직”


- AI가 판단한 인재를 진짜 인재라고 확언할 수 있나.


“물론 면접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을 거친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로는 AI의 판단이 꽤 정확하다. 최근 3년간 롯데쇼핑 합격자를 바탕으로 분석을 했다. 인공지능이 매긴 점수와 면접관이 판단한 점수의 일치도를 분석했는데 상관관계가 높다고 나왔다. 인공지능이 높게 평가한 사람을 면접관도 좋게 본다는 의미다.”


- AI 시대에, 잘 쓰는 자소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람이 평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소서는 본인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비전을 제시하고, 회사의 비전과 연관 짓는 일이다. AI는 그 3가지 항목의 연결고리가 일치하는지를 일관성 있게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은 이런 자소서의 목적과 방향을 잊고, 자기 이야기만 쓰거나 회사의 인재상을 읊조리기만 한다.


- AI가 면접까지 볼 가능성은 없나.


“아직까지는 없다. 미국 기업에서도 비디오 면접(화상면접)을 일부 도입했지만, 최종면접 때는 비행기 표를 줘서라도 직접 대면 면접을 본다.”


- 향후 계획은.


“드론 전문가처럼 그동안 채용 데이터가 없는 신규 직업군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한 서류 전형을 개발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이 경우 기존 채용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를 기반으로 인재상을 판단해 자소서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자소서 내 문장 간 맥락을 읽어내는 기술 외에) ‘딥 러닝’ 기술 등 다른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18일 오후 6시까지 2018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의 원서를 받는다. 44개 계열사가 인재를 채용한다. AI 기반 서류전형 발표일은 10월 18일 예정이다. 서류심사에 이어, 인적성 검사(L-TAB), 면접전형, 건강검진을 통과한 최종 합격자는 2019년 2월 입사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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