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에 5만원..'시간과의 싸움'인 이 알바는?

조회수 2020. 9. 25.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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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 하는 '입주청소' 직접 해보니 업무강도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입주청소를 떠올린다. 이전 거주자가 살면서 남긴 때를 깨끗하게 벗겨내고, 새 집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다.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면 공사 먼지 등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입주청소를 고르기도 한다.


그 입주청소에 천국의기자단이 도전했다. 기자단은 입주청소업체에 일일 아르바이트로 고용돼 활동했다. 

출처: 천국의 기자단

경기도 부천에서 집결…5명이 한 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16일 오전 9시. 땀을 흘리면서 경기 부천시에 있는 집합 장소에 도착했다. 약간 낡은 승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청소업체다. 사장 부부와 경력이 많은 중년 여성 두 명, 그리고 기자까지 5명이 탑승했다.


아주머니 두 분은 “새로운 청년이 왔네”라고 반기면서 “청소는 해봤어?”라며 말을 걸었다. 평소 방 청소도 잘 하지 않는 필자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진지하게 청소하는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라고 답했다.


입주청소 업체는 오전 7시에 집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동시간을 감안해 오전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대개 2~3명이 투입돼 7시간 이상 작업한다. 이날 근무는 입주자의 사정으로 작업을 정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저녁 시간전까지는 끝내야 한다. 입주 청소 경력이 15년 정도 된다는 한 아주머니는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은 더욱 전쟁터에 간다는 기분으로 가야한다”면서 작업이 고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한껏 긴장한 채로 동탄신도시에 도착했다. 첫 입주한지 10년이 갓 넘은 아파트다. 세제와 걸레, 청소기 등 청소도구를 챙겨 작업현장으로 이동했다. 입주자를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리고는 면장갑과 고무신을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출처: 천국의 기자단

청소 초보자가 받은 첫 ‘임무’는 방충망과 창문


청소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화장실과 주방은 경력자의 영역이다. 초보자가 할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방충망의 먼지를 제거하고 창문의 틀과 유리를 닦는 것을 하기로 했다.


먼저 방충망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대형 솔을 집었다. 방충망의 먼지는 세로방향, 가로방향으로 솔질하며 털어낼 수 있다. 다만 오래된 방충망은 솔질을 너무 세게 하면 찢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청소팀이 도착한 아파트도 첫 입주 이후 10년 이상 지나 방충망이 많이 노후된 상태였다. 이에 솔질을 매우 조심스럽게 했다. 솔질과 함께 털린 먼지들이 몸 쪽으로 흩날렸다.


그 모습을 본 사장이 “마스크를 깜빡해 미안하다”며 급히 마스크를 건넸다.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곤 어색한 솔질을 이어갔다. 방충망 9개의 솔질을마치고 나니 목이 아파 스트레칭을 했다.


이후에는 창문의 틀을 닦기 시작했다. 유리와 창틀 사이에 있는 실리콘에 묻어 있는 먼지와 이물질을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위치에 있는 이물질은 의자 위에 올라가 걸레질을 한다. 전체적인 걸레질이 끝나면, 드라이버에 걸레를 덧대 실리콘이나 틈이 좁아 손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을 청소했다.


걸레질 도중 발견되는 이물질들은 세제에 적신 철수세미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철수세미를 사용할 때 너무 힘을 주면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객이 입주할 집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른 경력자들이 하는 청소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청소를 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 모습을 본 사장은 “땀을 많이 흘리네. 헤어밴드라도 줄까?”라며 안쓰러워했다.


이에 편안한 상ㆍ하의, 헤어밴드, 고무신 등 조금은 난해하지만(?) 청소에 적합한 패션이 완성됐다. 모두 작업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음료수와 함께 하는 휴식시간도 주어졌다.

출처: 천국의 기자단

베란다를 청소하다…“꼼꼼히 때를 벗겨라”


앞선 청소가 끝나고 사장과 함께 베란다를 청소했다. 작업한 아파트는 베란다가 세탁실로 사용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에 베란다의 물때를 벗겨내는 것과 창문유리 청소가 주된 작업이었다.


기자는 창문유리 청소를 먼저 시작했다. 창문유리는 미세먼지, 황사로 인해 먼지가 자주 생긴다. 창문유리 청소에 필요한 도구는 걸레와 스크래퍼, 스퀴즈다. 창문유리 청소의 첫 순서는 걸레를 세제가 섞인 물에 적셔 창문을 전체적으로 닦는 것이다. 그 후 스크래퍼를 이용해 창문에 붙은 이물질들을 긁어낸다.


마지막으로 유리에 물기가 남아있는 채로 두면 또 다시 얼룩이 생기기 때문에 스퀴즈로 물기를 제거해주면 창문유리 청소는 깔끔하게 끝난다.


이후 베란다 바닥 청소에 돌입했다. 타일 사이사이를 열심히 솔질해야 한다. 세제가 섞인 물을 바닥에 뿌리고 솔질을 시작했다. 세제 종류를 물어보는 질문에 사장은 “예전엔 세정력이 좋은 알칼리성 세제를 많이 사용했다”며 “하지만 알칼리성 세제는 성분이 조금 독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피부트러블이 생길 수 있어 요즘은 중성세제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남은 것은 거실 바닥. 바닥 타일 청소보다 수월했다. 먼지제거는 청소기로, 마무리는 물걸레질로 거실 바닥청소가 끝이 났다. 입주자가 부탁한 형광등 교체까지 마치고 사장님은 입주자에게 청소가 끝났다고 연락했다.


작업종료시간은 오후 6시 10분 경 이었다. 5분 정도 뒤에 현장에 도착한 입주자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연신 흡족한 웃음을 보였다. 우리 일행은 입주자와 같이 인사를 나누고 다시 청소도구를 챙겨 승합차로 향했다.


작업을 마치고 집결했던 부천으로 다시 이동했다. 요새 청소트렌드에 대해 묻자 한 경력자 아주머니는 요즘 TV프로그램에 베이킹 소다를 이용한 친환경 청소법이 소개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친환경 청소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대부분의 고객이나 업체들이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사장은 “청소작업은 고된 작업이면서 동시에 단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시간싸움이다”라며 “경력자들과 함께 청소하는 것도 당연히 효율적이지만, 가끔은 체력이 좋은 청년들이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알바로 일당 5만원을 벌었다. 순수 작업시간이 6시간인 것을 감안한다면, 부족한 일당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깨끗해진 청소현장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보면서 “청소해야겠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금세 바닥에 ‘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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