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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여러분…” 잘나가는 외국계 대표 선배의 조언

“세상에 우연한 일은 없다"…6년째 외국계 회사 지사장하는 비결은
jobsN 작성일자2018.09.08. | 12,793 읽음
한국레노버 강용남 대표
연 매출 30%씩 올리며 6년째 수장
“30대는 가장 중요한 시기…경험과 선택 중요”

한국레노버 강용남 대표

출처 : jobsN

1980년대 초반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소년은 기술 과목 선생님에게 코딩이라는 것을 처음 배웠다. 마이클 델이 대학 기숙사에서 델 컴퓨터를 만들던 무렵이다. 밤새 코딩에 빠졌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밴드에 심취했다. 외국 음악을 접했는데 영어로 된 가사를 알아듣고 싶어서 독학으로 영어를 파고들었다.


우연찮게 배운 코딩과 영어는 그의 인생 마디 마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용남(49) 한국레노버 대표 얘기다. 강 대표는 IT업계 장수 CEO로 유명하다. 2012년 한국레노버 대표에 오른 이후 6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직업이 외국계 회사 한국법인 대표인 사람’이란 말까지 듣는다. jobsN이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레노버 사무실을 찾았다.


"우연찮게 시작한 코딩, 영어가 직업으로…매 순간 최선 다해”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의 첫 직장은 대기업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 때 들어간 삼성그룹에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디뎠지만 제대로 걸어보기도 전에 사표를 냈다. 3개월 동안 신입 연수를 받다 보니 회사가 원하는 일만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연수가 끝나기 무섭게 사표를 내고 다시 입사한 곳도 대기업, 럭키금성그룹(LG그룹)이었다. 당시 글로벌 인재 양성을 기치로 내건 LG는 토익 점수가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특별채용 지원자격을 부여했다. 4학년 때 받은 토익 점수는 990점 만점에 900점. 부산대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 1000명 중 1등이었다.


-대기업이 싫어서 나왔는데 또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됐다. 둘 다 대기업이지만 LG의 경우 새로운 곳에서 엔지니어 일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코딩은 중학교 기술 선생님에게 배운 기억을 바탕으로 대학 다니면서 상당 부분 독학으로 터득했다. 자격증도 따고 프로그래밍하는 실력도 어느 정도는 됐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엔지니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토익에 매진한 이유가 있나.


“밴드 활동을 하다 보면 외국 음악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다. 영어를 모르니까 뜻이 와닿지 않았다. 잘 알아듣고 싶었다. 독하게 공부했다. 3개월 정도 묵언수행을 한 것 같다. 한국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누가 물으면 영어로 대답했다. 그때 공부한 것이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딩 배운 것도 영어 공부한 것도 우연이었다. 그런데 결국 그것들이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


-외국계로 옮긴 이유가 뭔가.


“엔지니어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 번째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이고 두 번째는 특정 기술만 배워서는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2000년대 벤처 붐이 일면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만큼 중요한 것이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 나도 바뀌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나서 외국계로 옮겼다. 특정 분야에서 일정 역할만 잘 해주는 것을 원하는 국내 기업과 달리 직원들이 도전하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가 외국계 회사에는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레노버 강용남 대표

출처 : jobsN

 “지속 가능한 성장 보여준 것이 롱런 비결”


자발적 의지로 대기업을 나와 HP, 델 등 외국계 회사에서 경력을 쌓던 그는 40대 초반 레노버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 1년을 고민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레노버 브랜드 인지도가 없던 때다. 세계적으로 레노버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선 하락세였다. 그가 수장으로 온 뒤 한국레노버 매출은 매년 20~30%씩 성장했다. 2017년 현재 매출액은 3000억원 수준. 레노버 그룹 양위안칭 회장이 전 세계 법인 중 최고 성적을 거둔 몇몇에게 주는 상도 받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외국계 기업에서 꿈을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델에서 상무급으로 일하고 있을 때 레노버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대표이사를 맡는다는 것은 의미가 컸다.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회사이지만 리더십을 잘만 발휘하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레노버는 급성장을 했다.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씩 매출이 성장할 때였다. 반대로 한국은 그만큼 성장할 여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롱런하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꾸준함인 것 같다. 매년 매출 성장률을 20~30%씩 가져가면서 성장을 이어갔다. 회사 입장에서는 갑자기 매출이 잘 나다가 확 꺾이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상황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직원들 도움도 컸다. 성장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한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직원의 몫이다. 회사가 변화를 시도하려는 이유를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레노버는 PC가 주력이다. PC는 사양산업에 속하는데 성장률 유지가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지금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 디바이스는 우리와 뗄 수가 없는 관계다. 오히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VR(가상현실) 기기 등으로 디바이스가 다양해지면서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매출 증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PC는 정체 국면 속에서 이탈자는 생겨나지만 새로운 진입자는 없는 시장이다. 제아무리 인공지능(AI) 시대가 온다 해도 손가락으로 입력하는 방식을 활용한 생산성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디바이스 종류가 늘어날수록 우리에게는 유리하다.”

한국레노버 강용남 대표

출처 : jobsN

"20대 ‘배움’, 30대 ‘활용’, 40대 ‘선택’ 시기"


강 대표는 기자들에게 ‘콜백’ 잘해주는 대표로 유명하다. 누구와도 격의 없다. 어릴 적 그는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기 싫어 참을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대학에 들어와 밴드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 오르고 영어를 배우면서 달라졌다. 적극적이지 않고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전투적으로 달려들었다. 선배 직장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강 대표가 “이런 말 하면 욕먹을 것 같지만 하겠다”면서 꺼낸 말은 “노력”이다.


-30대를 치열하게 보냈을 것 같다.


“일상이 정말 타이트했다.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수영을 하고 중국어 학원에서 수업 듣고 출근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그날 할 일을 미리 훑어보고 전날 못한 일을 마무리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생이 공부하듯 회사를 다닌 것 같다. 일과 중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저녁에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보충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결혼하고 호주에 가서 살 생각도 했다. 실제 몇 개월 살고 돌아왔는데 후회는 없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뭐였나.


“처음 외국계 회사에 들어갔을 때 아무도 나에게 '너는 이런 일을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일을 시작하고 터득해가야 하는 구조였다. 미친 듯이 여기저기 다니며 물었다. 그때 스스로 발전하는 법을 배웠다.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토대로 컨설팅, 마케팅, 영업을 다 해 봤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30대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20대에는 어디든 들어가서 배우고 30대에는 성공이든 실패 다 좋으니 뭐든 하라. 그리고 40대에는 네가 잘 하는 것을 하라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30대가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아예 해보지 않던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워라밸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에는 동감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노력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필요한 때가 30대다. 직장생활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하나, 노력이다.”


-장·단기 계획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 한국 PC 시장서 레노버 점유율을 1위로 만들고 싶다. 장기적인 인생 목표는 이름을 남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기회가 닿으면 책도 쓰고 싶다. 내가 겪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참 기쁠 것 같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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