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심리학 박사과정 밟던 중 '이거다' 싶었죠"

조회수 2020. 9. 25. 14: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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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컨설팅 회사 다니던 엘리트가 최근 빠진 '이것'
유정은 마보 대표
'마음보기 명상'에 끌려 앱 개발까지 나서
"우리의 명상은 종교색 없는 과학"

유정은(40) 마보 대표가 마음챙김 명상을 돕는 앱 ‘마보’를 처음 만든 때는 2016년 8월이다. 그전까지 유 대표 경력 대부분은 컨설턴트 활동이었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해, 2004년부터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8년 정도를 일했다. 석사도 영국 워릭대 경영대에서 인사조직 전공으로 받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연 명상에 끌려 앱 개발에까지 나선 것이다. 어떤 계기로 그런 결심을 했을까.

출처: 유정은 마보 대표

컨설팅에서 마음챙김 명상으로


-명상을 처음 접한 때는 언제인지요?


“2012년 즈음입니다. 서울대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공부를 하던 중이었죠. 제 관심 분야는 리더십이었습니다. 리더십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켜 끌어들이는 능력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좋은 리더로 바꿀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우연히 차드 멩 탄이 쓴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읽었습니다.


차드 멩 탄은 구글 초기부터 일해 온 엔지니어입니다. 그는 인간의 마음과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제시했죠. 우연한 계기로 명상에 눈을 떠서, 구글 지원을 받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경과학자들과 심리학자, 선승 들을 불러 모아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내면 검색’이라 불리는 수업인데요. 실제로 구글 직원들을 대상으로 7주간 시연한 결과, 청강생 대부분이 이전보다 감정 조절이 쉬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으며 자신감과 리더십 능력이 향상되는 등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어서, 차드 멩 탄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명상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해 보고 싶다는 내용으로요.”


-연락을 받아 주던가요?


“하루 만에 답장이 왔습니다. 운이 좋았죠. 차드 멩 탄이 보통 자기 이메일은 비서에게 맡겨두는데, 그날따라 시간이 비어 메일함을 보다 제 편지를 봤다더군요. 답장은 단 두 마디였습니다. '어떻게 도와줄까. 만나고 싶다.' 제가 미국으로 달려가 그를 만났고, 약속대로 전폭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컨설턴트를 하다 명상 쪽으로 직업을 옮기는 데에 거리낌은 없으셨는지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제 전공이 심리학과잖아요.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이 전공을 택했어요. 컨설턴트를 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사람들은 인생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잖아요. 그렇다면 직장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문화를 개선한다면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애초에 이런 마음으로 고른 직업이니까요. 어차피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니만큼, 그 수단이 컨설팅에서 명상으로 바뀐다 한들 아쉬울 건 전혀 없었죠.”


-굳이 명상으로 방향을 돌리셔야 했을까요? 컨설팅으로는 원하는 바를 이루실 수 없었나요?


“컨설팅에서 주로 했던 일은 해외 기업 제도를 국내에 이식하는 것이었는데, 인사 제도가 바뀌고 조직이 선진국 형태로 바뀌어도 이상하게 문화는 영 변하질 않더군요. 결국엔 사람 문제였어요. 조직원 간의 감정 갈등과 알력이 풀리지 않는 이상 제도를 어떻게 바꾼들 무의미했죠. 그래서 당시 조직심리학에 눈을 돌린 것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한 거죠.”


-명상 관련한 활동은 앱 개발 전부터 하셨나요?


“그럼요. 아무 경험 없이 바로 앱을 만들 순 없죠. 2013년부터 여러 기업에 나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어요. 물론 차드 멩 탄의 명상 프로그램을 활용했죠. 다만 이때는 저도 배움이 덜한 상태라 시범 운영 같은 느낌이었고요. 2014년 미국에서 마음챙김 명상 강사 교육 인증 프로그램을 받았죠. 이후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강의를 다녔어요. 2015년부터는 서울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명상에 관심 있는 창업가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요.”

출처: 마보 제공
유 대표(오른쪽에서 둘째)와 마보 직원들.

-오프라인 활동을 하다 앱까지 만드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2015년에 구글 캠퍼스 서울 모임을 한창 운영하던 중, 한 엔지니어 분께서 제게 개인적인 부탁을 해 오셨어요. 혼자서도 명상을 할 수 있게,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제 음성을 녹음해 줄 수 있냐 물으시더군요. 혼자서도 명상을 하고 싶은데 안내 프로그램 없인 힘들고, 앱을 쓰자니 당시엔 영어 프로그램밖에 없어서 곤란했다더군요.


그때 번뜩 영감이 왔어요. 이 분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혼자서도 명상을 할 수 있게 앱을 개발해 보자. 그런 아이디어 말이죠. 2016년 초에 팀을 꾸려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했어요. 앱 평생 이용권을 판매하는 형식으로요. 원 목표는 200만원이었는데 700%를 넘겨 1500만원 이상을 모았어요. 이를 바탕으로 2016년 8월에 iOS 앱을 출시했죠.


제가 명상을 처음 배운 건 차드 멩 탄을 통해서지만, 마보는 그 하나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즉,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과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차드 멩 탄 외에도 여러 명상 강사분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를 정리해 가장 일반적이고 근본적인 마음챙김 명상의 정수만을 추려 앱에 담은 것이죠. 또한 이를 명상계 내부에서 쓰는 용어보다는, 보다 일상에 친숙한 언어로 전달하고자 노력했고요.”

출처: 마보 제공

종교와 무관한, ‘과학적 명상’


-마보 앱의 특징은 무엇인지요?


“우선 마보는 종교와 무관합니다. 마보는 차드 멩 탄을 비롯해, 여러 요가 강사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모은 앱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 종교에 바탕을 둔 이는 없죠. 또한 이 프로그램에 담긴 모든 명상은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연구된 것만 씁니다. 배경 논문이 존재하는, 충분한 연구를 거친 것들만 말이죠.


또한 마보는 만병통치약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기술도 아닙니다. 이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명상이 여러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삶의 질을 좀 더 높여줄 뿐이죠. ‘닥치고 명상’ 같은 주장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앱은 Day 1일차~7일차까지 명상 기초 훈련을 안내하고, 그 뒤로는 주의력 집중 훈련, 기분별·상황별 마음보기 명상 등을 진행합니다. 기분별 상황별이란 그리 복잡한 건 아닙니다. 우울할 때의 마음보기 명상, 화가 났을 때의 마음보기 명상, 퇴근길에 마음보기 명상, 식사할 때 마음보기 명상 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죠. 저희 앱은 7일간 무료 이용이 가능한데, 그 정도만 해도 마음챙김 명상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느끼실 수 있습니다.”

출처: 마보 제공

-팟캐스트처럼 그냥 명상을 유도하는 음성을 들으면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명상은 ‘체험’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듣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궁극 목표는 ‘마음의 변화’


-현재 회사 규모와 매출은 어떠한지요?


“출시 이래 분기별 매출 성장률 80% 정도를 유지해, 지금은 월 매출이 1200만원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직원은 저 포함해 4명이고요. 가입자는 6만4000명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 스토리펀딩을 진행해 3000만원을 모으기도 했죠. 세운 목표는 200만원이었으니, 15배로 달성한 셈이네요.”

-지금 사무실이 코워킹 스페이스인 ‘한화 드림플러스’ 내에 있다고 들었는데요. 한화그룹 지원을 받은 것인지요?


“네.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저희는 사무실 없이 원격으로 일을 해 왔어요. 그런데 지난 5월쯤 한화생명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젝트인 드림플러스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헬스케어 쪽에 한화가 관심이 많아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요. 덕분에 한화 드림플러스 내에 무료 사무 공간을 얻어, 업무뿐 아니라 녹음과 영상 촬영을 하는 용도 등으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오프라인에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능률이 오르더군요.


또한 한화가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라는 프로그램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 받는 방법 자문, 타사와의 제휴 방법 안내, 한화의 다른 서비스와 저희 서비스를 연동하는 방법 연구 등을 배우고 있습니다.”ㅁ

출처: 한화생명 제공
드림플러스 강남센터 내부.

-장차 포부가 있으시다면요?


“마음챙김 명상의 대중화입니다. 더 나아가자면, 우리나라 사람 전체를 한층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이 목표 달성은 사람들 개개인에게 ‘마음의 변화’가 와야 가능하다고 보고요. 그 수단이 반드시 마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마보에 최선을 다하되, 문득 어느 날 사람들 마음을 다듬기에 더 좋고 효율적인 방법이 나타난다면 그쪽으로 방향을 돌릴 의향도 충분히 있습니다. 마보 역시 목표를 위한 하나의 도구라 생각하니까요.”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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