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많은 한국인들 위해.." 요가하는 국악청년이 하는일은?

조회수 2020. 9. 25.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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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훈남 국악 청년'이 요즘 빠진 일은
아프리카TV BJ 시작한 국악 청년 신동재씨
국악 널리 알리고 싶어 개인방송 뛰어들어
"사람들 화 풀어주는 소리꾼 되고 싶어요"

서울시 무형문화재 22호 ‘마들농요’ 이수자 신동재(27)씨는 요즘 인터넷 개인방송에 빠져 있다. 활동 플랫폼은 인터넷 미디어 서비스인 ‘아프리카TV’. 그의 주전공인 판소리뿐 아니라 민요, 요가 등이 주요 콘텐츠다.


  그는 국악의 고장인 전북 정읍시 출신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판소리에 입문해, 임방울 국악대전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찬미 명창 지도를 받아 공부했다. 학창 시절 내내 쭉 국악의 길을 걸어 대학도 목원대 음대 국악과 판소리 전공으로 진학했다.


  신씨가 BJ 일을 시작한 때는 지난 4월이다. 그전까지는 인터넷 방송은 커녕 유튜브나 아프리카TV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한다. 국악 외길만을 걷던 청년이 갑자기 BJ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신동재씨 인스타그램

소통의 매력


  -어린 나이에 국악을 시작하셨는데요. 본인의 뜻으로 걸은 길인가요?


  “네. 살던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극을 접하다 빠져들었습니다. 집안에선 반대했어요. 특히 서울시 무형문화재 22호 ‘마들농요’ 기능보유자인, 제 외할아버지(김완수)께서 가장 나서서 말리셨죠. 본인이 디뎌 본 길이니, 그게 얼마나 험하고 고된 줄 너무 잘 아셔서 말이죠. 그래도 버텼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음악 하는 건 당연하지 않냐면서요. 뭐 반쯤은 농담조로, 국악 하면 유학 갈 필요도 없으니 좋은 거 아니냐며 설득도 했고요.”


  -국악 말고 다른 일을 해 보신 적은 없나요.


  “거의 없었어요. 군대도 군악대 판소리병으로 다녀왔으니까요. 2년에 한 번 자리가 나는 보직인데 운 좋게 때가 맞았죠. 덕분에 오히려 군 시절에 판소리 연습도 공연도 많이 했고요. 다만 요가 강사 일은 잠깐 했었어요. 스무 살 때 처음 배웠는데요, 사실 그것도 판소리 때문에 했던 거였죠. 판소리 연습을 오래 하면 자세가 굳어 통증이 오기 쉽거든요. 그래서 요가로 체형교정을 받다 적성에 맞아 내친김에 강사 자격증까지 딴 거고요.”

출처: 신동재씨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인터넷 방송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그걸 이야기하려면 방송사 JTBC에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했던 예능 프로그램 ‘WANNA B’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이 프로그램은 모토가 ‘콘텐츠로 세상과 교감할 크리에이터들의 도전! 국적 불문, 남녀노소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내는 국내 최초 1인 방송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죠.


  이 ‘WANNA B’는 방송 전 참가자 모집을 위한 광고를 냈었는데요. 제가 우연히 영화관에 갔다가 상영 전 광고에서 그걸 본 거예요. ‘그 어떤 콘텐츠’로도 참여 가능하다더군요. 그러면 국악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국악과 요가를 결합한 콘텐츠로 도전했죠. 그런데 운 좋게도 상위 10위 안에까지 들었습니다.”

출처: 신동재씨 인스타그램

  -이때 본인이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개인방송에 도전하신 건가요?


  “비슷한데 조금 다릅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제가 그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개인방송’에 바로 뛰어든 경위를 설명하기 어렵죠. ‘WANNA B’는 본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아프리카TV와 제휴를 맺고, ‘WANNA B’ 출연자들을 아프리카TV 소속 BJ 방송에 소개하는 워밍업 쇼를 했습니다. 이때 3차례에 걸쳐 BJ분들의 개인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이때 개인방송의 가능성과 재미에 눈을 떴습니다.”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요?


  “가장 인상 깊은 특징은 ‘소통’이었습니다. 판소리는 관객과 주고받을 수 있는 교감이 ‘추임새’ 정도죠. 하지만 개인방송은 달랐어요. 절 봐주시는 분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그분들이 제게 뭘 원하는지, 제 공연을 보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를 곧장 정확히 알 수 있었어요. 게다가 그 소통 내용이 가식 없고 솔직했고요. 누군가는 거칠고 천박하다 말하지만, 저는 그 ‘날것’같은 소통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WANNA B’ 방영이 끝나자마자 아프리카TV에 둥지를 틀었죠.”

  아직은 첫걸음


  -예명이 ‘BJ 리탐’이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 요가 스승께서 지어주신 별명으로, '리탐'은 '근원'이나 '근본', '뿌리' 등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입니다. 국악을 하는 사람이니, '뿌리를 지켜가는 자'로서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하며 지어주셨습니다."


  -방송 내용 구성은 주로 어떻게 짜시나요?


  “기본은 판소리 다섯마당(춘향가·흥보가·심청가·수궁가·적벽가)을 월~금에 걸쳐 돌아가면서 하고요. 더불어 민요도 같이 부르고 있어요. 목 컨디션 따라 국악 진행이 어려울 때도 있는데, 그럴 땐 토크쇼를 벌이기도 해요. 제가 개그맨 컬투나 탤런트 이정재씨 성대모사도 곧잘 하거든요. 가끔은 국악 진로를 희망하는 아이들 상담도 해주고요. 방송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한국국악협회 경기도지회 소속 강사로서 초·중·고등학생 대상 국악 교육을 합니다.


  방송은 월~금 기준으로는 밤 10시부터 시작해 2~3시간씩 합니다. 주말에는 랜덤으로 고정 일정 없이 하고요. 또한 제 콘텐츠 특성상 발성이 중요해서, 보통 방송 한 시간 전쯤부터 목을 푸는데 시간을 씁니다.”


  -시청자는 많나요?


  “솔직히 아직 대단치는 않습니다. 구독자는 12명, 애청자는 640명 정도에요. 총 누적 시청자 수는 2만명 쯤이고요. 방송으로 얻는 수익도 아직까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요. 100만 단위를 헤아리는 걸출한 BJ님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죠. 그래도 주눅 들진 않습니다. 누구나 첫걸음은 있잖아요. 기라성 같은 BJ분들도, 모두 한 번쯤은 저처럼 미약한 시작을 거쳐 창대한 결실에 이르렀겠죠.”

출처: 아프리카TV
BJ 리탐 배너.

국악 전도사


  -장래에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음악치료 분야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악을 활용한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아서죠. 보통 음악을 활용한 심리치료라 하면 거의 클래식을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국악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특히 한국인에겐 한국음악이 더 맞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실제로도 원광대 한의학과 교수님과 제가 음원 작업을 해, 국악을 이용한 심리치료 음반을 만든 게 있어요. 곧 앱으로도 나올 예정이고요. 이 콘텐츠를 아프리카TV에서도 활용해 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 개인방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 목표는 어떤 것인지요?


  “국악을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한국 음악의 전통성을 넘어서, 국악의 예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특히 요즘 보면 내면에 스트레스와 화가 쌓인 분들이 많은데요. 저 같은 소리꾼이 바로 전근대 시절 그런 분들의 울분을 풀어주던 ‘광대’였지 않습니까. 조상님들의 고통과 한을 풀어줬던, 그 직업의 명맥을 잇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소리꾼으로서의 재능은, 저 이상으로 특출한 분들이 우리나라에 아주 많습니다. 저는 제가 개인방송에서 소리꾼으로서 활동하는 건 물론, 제 방송에 그런 분들을 모셔 시청자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그런 분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국악음악감독’도 꿈꿔보고 싶고요.”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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