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jobsN

카이스트 다니던 건축학도가 돌연 참기름 파는 사연

“벽지 찢어진 50년된 집, 방앗간 열기 딱이었죠”

7,074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카이스트 나와 참기름 팔아요

공간·문화 기획 기업 ‘어반플레이’
‘연남동 방앗간’ 열어 창작자 지원
“상생의 가치 이루겠다”

‘어반플레이’의 홍주석(36)대표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양대 건축학과 학생이었을때 방학을 이용해 유럽으로 건축물 답사를 다녔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국제박람회 독일관을 직접 봤다. 하지만 그는 건축물에 감탄하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훌륭한 건축물이지만 저는 끌리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인도 뉴델리 기차역 앞에 있는 오래된 시장골목인 빠하르간지,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태국 카오산로드 등 낡은 골목이나 독특한 공간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것보다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2011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1년차에 그만두고 군복무를 마친 후 2013년 ‘어반플레이’를 창업했다. 홍 대표는 어반플레이를 한 줄로 소개해달라고 하자 “로컬 콘텐츠 기반의 동네 매니지먼트 회사”라고 말했다.

홍주석 대표

출처어반플레이 제공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쉽게 말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동네의 작은 가게를 찾아 글과 사진으로 콘텐츠를 만듭니다. 60년 넘은 철물점, 3대째 내려오는 정육점, 다른 가게엔 전혀 없는 빵을 파는 동네 빵집 등입니다.


소규모 지역 축제도 만듭니다. 2014년 서울 연희동에서 축제 ‘연희,걷다’를 기획했습니다. 연희동의 52개 가게들이 연합해 10일간 동네 도슨트(방문객들에게 동네 곳곳을 소개하는 것),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열었습니다. 올해로 4년째인데 2017년엔 4000여명이 방문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네이버와 서울산업진흥원의 투자를 받아 ‘아는동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어반플레이와 함께 도시콘텐츠를 발굴할 ‘로컬 큐레이터’를 모집해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네이버 사진앱 ‘폴라’에 게시하는 것입니다.


최근엔 강원도 삼척 장호해변 옆 갈남마을에서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90년이 넘은 빈집의 주인을 찾아 프로젝트를 도와달라고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어반플레이가 집을 고쳐주는 대신 5년간 무상임대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요리법을 콘텐츠로 만들어 전시했어요.


사진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할머니들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관광만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삶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왼쪽부터) 2017 '연희, 걷다' 전시회, 연남동을 소개하는 잡지

출처어반플레이 제공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성심당 60주년 프로젝트’입니다. 성심당은 1956년부터 대전에 있던 빵집이예요. 유명해지면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성심당은 오직 대전에만 있습니다. ‘대전에 와야만 성심당을 만날 수 있다’는 희소성이 성심당이 특별할 수 있는 이유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성심당이 저희에게 ‘60주년을 맞이해 대전 시민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며 그에 맞는 기획을 함께 해보자고 요청했습니다. 성심당 주인 이야기, 성심당과 관련한 추억 등 콘텐츠를 만들어 2016년 10월 18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성심당 본점에서 전시회를 열었어요. 그때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란 슬로건을 성심당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성심당에서 종이봉투에 이 슬로건을 씁니다.”

성심당 60주년 슬로건이 새겨진 봉투

출처유튜브 '먹진남자' 제공

어반플레이는 올 4월 ‘연남방앗간’을 차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숲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조용한 골목 안에 있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카페가 아니라 참기름도 직접 살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여행객들은 참기름을 한꺼번에 여러 개 사가기도 한다. 연남방앗간은 참기름 이외에도 단양 ‘금수레’의 구운마늘 소금, 영월 ‘든해 티 하우스’의 전통차 등 지역의 다양한 지역상품을 팔고 있다.


2층엔 프리랜서로 일하는 디자이너, 작가, 예비창업가들의 작업실과 책방이 있다. 이곳은 원래 연남동 주민이었던 한 할머니가 50년 이상 살았던 집이다. 하지만 어반플레이는 찢어진 벽지, 흠집 간 나무계단 등을 모두 그대로 두었다. 공간이 원래 갖고 있던 매력을 살리는 것이 그들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콘셉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평균 200~3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참기름, 방앗간이란 아이템이 독특하다.


“어반플레이에 참기름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전통시장에서 ‘청춘 주유소’라는 방앗간을 했던 직원이 있어요. 마침 새로운 기획을 준비중이었는데 그 직원이 ‘방앗간의 의미를 다시 살리는 것이 우리 회사와 맞을 것 같다’는 기획을 했습니다.


과거 방앗간은 동네 주민들의 만남 장소였습니다. 대형 마트가 등장해 지금은 방앗간이 거의 사라졌어요. 기름 한 병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데, 방앗간이 없어지니까 그 기술을 가진 장인들도 잊혀지고 있었죠. 이런 장인들이 만든 참기름을 알리려고 연남동에 문화공간을 조성하면서 ‘방앗간’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장인들과 협업해 참기름을 같이 짜고 제작 비용은 저희가 부담합니다.


이런 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어반플레이의 2017년 연매출은 18억원이었다. 현재 신한카드의 ‘컬처 팩토리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중이다. 직원 채용은 1년에 2~3회 공채를 진행하거나 상시채용한다. 콘텐츠를 발굴하는 기획자, 직접 지역을 찾아다니고 결과물을 만드는 제작자, 디자이너, 경영지원 담당을 채용한다. 어반플레이에서 일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일주일에 한두번씩 온다고 한다.


기획자 부문 채용은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은적도 있다. 평균 연봉은 2500만원, 직무별 차이는 있지만 신입 초봉은 2200만원 정도다. 현재 직원수는 30명으로 어반플레이를 퇴사해 창업을 한 직원이 7~8명이다. 홍 대표는 직원들의 창업을 적극 권한다. 언젠가 사업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남방앗간의 참기름

출처어반플레이 제공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지.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내는 사람이요. 일의 특성상 외근이 잦아 정해진 출퇴근시간도 없고 원할때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업무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정해진 기간 내 일을 끝내야 합니다. 마냥 이 일이 재밌을 거란 환상만 갖고 오면 힘들 거예요. 자신이 사는 동네에 단골 가게가 있다거나 남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어반플레이에서 일을 잘합니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수익화가 늘 고민이예요. 콘텐츠 기획의 성공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예를 들면 기획 단계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은 축제라도 현실에선 막상 사람들을 모으고 입장권 을 팔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콘텐츠가 아무리 기발해도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어반플레이의 사업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있어 무조건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오해를 종종 받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은 영리 추구가 목적이예요. 돈이 있어야 좋은 기획도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상품을 모은 로컬 플레이 키트 '단양 그리고 영월'

출처어반플레이 제공

-지역 기반 콘텐츠가 주사업인데,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돼 관광객이 늘면 건물 임대료가 올라 오히려 지역 상인들이 손해를 보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을 하다보면 가끔 지역 상인들이 “동네 유명해지면 임대료 오르는 것 아니냐”고 항의합니다. 소상공인들 대부분은 임차인이니까요. 건물주와 임차인간 대결 구도를 만들기보다 임차인에게 적정한 수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임차인인 소상공인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이익을 내면 건물주 못지않게 많이 가져가야죠. 그래서 건물주가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 건물에 와달라고 요청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추구하는 것은.


“입장권이 비싸지만 한 달에 10명 이내 방문하는 갤러리와 의자 하나 없지만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빵집. 어느 곳이 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일까요? 어반플레이가 추구하는 것은 ‘지금 뜨는 가게보다 우리가 사는 동네의 가치있는 가게를 찾는 것’입니다. 유행만 좇아 남들과 똑같이 만드는 것은 숨막혀요. 한번쯤 둘러보세요. 우리 동네 곳곳에 숨겨진 보석들을요.”


글 jobsN 김민정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작성자 정보

jobsN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