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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첫사랑에 빠지며 읊었던 시, 제가 썼습니다

조회수 2020. 9. 25. 0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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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공유 첫사랑 느끼게 한 시 '사랑의 물리학' 누가 썼을까
tvN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명시의 주인공
31년차 국어교사 김인육(55) 시인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첫사랑이었다”

천년을 가까이 살아도 사랑 한 번 해본적 없는 도깨비 ‘김신(공유)’. 그도 사랑에 빠진다. 시 ‘사랑의 물리학’을 읽던 김신은 멀리서 뛰어오는 지은탁(김고은)을 보며 비로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두근거리는 김신의 마음을 대변했던 이 시를 쓴 사람은 누굴까. 방송 이후 연일 화제였던 시 ‘사랑의 물리학’을 쓴 주인공 김인육(55) 국어교사 겸 시인을 만났다.

출처: jobsN
김인육(55) 국어교사 겸 시인

- 재작년 본인이 쓴 시가 방송에 나와 사랑을 받았다.


“어느날 졸업생 제자 전화가 왔다.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이하 도깨비)’에 선생님이 쓴 시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정말 드라마 광고에 10초 가량 나왔다. 본방에서도 공유가 처음 사랑을 느낀 감정을 표현한 2분 가량의 대사로 나왔다. 사실 드라마에 나온 책은 내가 쓴 시집이 아닌 김용택 시인이 엄선한 시 111편을 소개한 시집이다. ‘사랑의 물리학’은 그중 제일 첫장에 있는 시다.”


- 드라마 이후 반응은.


“출판사에서 곧바로 연락이 왔다. ‘사랑의 물리학’ 인지도가 높아졌으니 시집 제목을 바꾸자고 했다. 실제 표지와 제목을 바꾸니 판매량이 늘었다. 2012년에 출간해 2016년 12월 개정 전까지 4년간 600부 정도가 팔렸는데 개정 후 지금까지 1년 반만에 6900부가 팔렸다. 이후 ‘도깨비’가 대만에서 성공하면서 작년 6월 대만에서도 시집을 출간했다. 외국 독자들까지 만날 수 있어 기뻤다.”

- 시 ‘사랑의 물리학’ 창작 배경은.


“14년전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다 사랑을 물리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썼던 시다. 40대에 썼지만 시에는 20대 초반의 강렬했던 사랑을 담아냈다. 시에 나온 ‘계집애’의 실제 대상은 아내를 포함해 그 시절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다. 시 첫 구절에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다. 시를 쓰고서 물리학적으로 맞는 표현인지 담당 교과목 선생님에게 확인받기도 했다.”


- 문학에 빠진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고등학생 때 펜팔을 통해 만난 서울 사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백혈병 환자였다. 죽음을 앞두고 있어 그랬는지 몰라도 상당히 성숙했다. 그녀와 나눈 편지가 일종의 문학과 같았다. 그때 1년간 펜팔을 나누며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후 대학에서도 문학, 그중에서도 시를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러나 시인을 직업으로 삼으면 생계가 어려워 질 것이라 판단했다. 국어교사를 하면서 시를 써보자고 결심해 사범대에 진학했다.”


- 문학 중에서도 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녀가 보낸 편지의 형식이 주로 시였다. 또 고등학교 시절에 교지활동을 했다. 당시 시와 수필을 많이 썼다. 교지 담당 선생님은 시보다 수필을 교지에 많이 실어주셨다. 수필을 더 잘 쓴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시보다 수필의 실력이 좋다고 스스로도 판단했지만 펜팔을 하면서 시에 더 관심이 생겼다. 대학 진학 후 학교 내 문학 동인(소모임) ‘갯물’에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시를 연구하고 쓰기 시작했다.”

출처: 드라마 '도깨비' 캡처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시 '사랑의 물리학'

- 등단 과정이 궁금하다.


“문학계에 실력자가 많아 한때 절필을 했다. 같은 대학생임에도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먼저 등단한 선배들을 보며 그들을 따라잡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 10여년 간 교단 생활에만 집중했다.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PC통신 시절이다. PC통신 게시판에 취미삼아 자작시를 올렸는데 팬이 생기는 등 인기가 좋았다. 그때 문학에 대한 열망이 다시 타올랐다. 그동안 모아둔 작품을 추려 문예지 ‘시와생명’에 출품해 등단했다.”


- 시적 영감은 어디서 받나.


“시 저변에는 펜팔 소녀와 공유했던 감정이 깔려있다. 또 대학생 시절에는 ‘정일근’과 ‘안도현’ 시인, 등단 직전에는 월북작가 ‘이용악’과 ‘백석’ 시인의 영향을 받았다. 2000년 등단 직전 논문을 위해 월북작가 시 작품을 학술적으로 연구했다. 그중 이용악 시인의 시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전라도 가시내’ ‘오랑캐꽃’ 등을 좋아해 작품에 나타난 정서와 문학적 기교를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 첫 작품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에 애착이 크다고 들었다.


“신라시대 월명사의 작품인 ‘제망매가’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가 등단 대표작이다. ‘제망매가’는 국어교사에게는 익숙한 소재다. 원작은 죽은 여동생을 추모하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 죽은 누나를 떠올리며 지었다. 7살 때 누나가 죽었다. 어렸을 때지만 충격이 커 지금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죽은 누나를 추모한 작품이라 애착이 크다.”

출처: 김인육씨 제공
시 '사랑의 물리학'

-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나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최근 교권이 무너지는 등 학교 문화가 바뀌면서 내부에서도 힘들어 하는 교사가 많다. 그러나 31년간의 교직 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오는 등 보람을 느낀 일도 많았다. 교사는 어린 아이들의 인생을 인도할 수 있는 보람찬 직업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뀌는 학교 문화에도 겁먹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


돈을 기대하고 시인에 도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시는 더욱 그렇다.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어렵지만 등단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작가는 1%에 불과하다. 또 시 한 편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인을 꿈꾸며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겪는 어려움이 나중에는 꼭 좋은 작품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 앞으로 어떤 시를 쓸 예정인가.


“도깨비가 방영한 두 달 동안 시인으로서 기쁜 날들을 보냈다. 시인은 시 한 편 한 편을 자기 자식이라 부른다. 자기 자식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것이니 문학적인 성취감이 매우 컸다. 그러나 그 직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한동안 문학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해이기도 하다. 앞으로 다시 시를 쓸 예정이다. ‘사랑의 물리학’처럼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풍부한 감정을 담은 시를 쓰고 싶다. 살아 숨쉬는 시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


글 jobsN 김경철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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