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뿐..'물에 파프리카 넣어라' 조언하는 그녀 직업은?

조회수 2020. 9. 25. 0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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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파프리카 넣으라"고 조언하는 이 사람의 직업은?
내 몸을 위한 습관
요리 연구가 홍성란씨
국내 30여명뿐인 ‘채소 소믈리에’
잘 먹는 것도 자신을 아끼는 방법

홍성란(33)씨는 물에 파프리카나 쑥갓을 넣으라고 했다. 영양소가 우러나오고 향도 좋다고 한다. 홍씨의 직업은 요리연구가, 그중에서도 ‘채소 소믈리에’다. 낯선 직업이다. 수많은 요리사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찾던 그는 채소 요리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요리 강습, 방송 출연, 기업 제품 홍보로 많을땐 비슷한 또래 평범한 직장인 월급의 2~3배를 벌 때도 있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전문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한다.

출처: jobsN
홍성란씨

-채소 소믈리에란 어떤 직업인가.


“다양한 채소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영양 균형에 맞는 채소나 과일을 알려주고 채식 요리를 개발해요. 와인 소믈리에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워터 소믈리에는 최적의 물을 서비스하는 것처럼요. 이런 일을 하기에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으면 수월하죠.”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에서 시험을 주관하고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발급한다. 기본 과정과 전문가 과정으로 나눈다. 기본 과정 수강자는 채소·과일에 대한 기초지식, 종류, 건강에 이롭게 먹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면 채소·과일을 활용한 조리법과 채소에 관한 식품영양학을 배운다. 기본 과정을 수료해야만 전문가 과정을 신청할 수 있다.


수강완료 후 필기시험에 통과하면 자격증이 나온다. 총 600문제 중 480문제를 맞추면 합격이다.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으면 식품 기업이나 채식 레스토랑에 취업하기 유리할 수 있다. 채소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 따라 품질 차이가 심한데, 채소 소믈리에는 품질이 좋은 채소를 고르고 올바른 섭취방법을 조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홍성란씨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콜라비를 넣은 닭가슴살 전골, 농장 체험

일본에선 ‘야사이(野菜·やさい) 소믈리에’라고 부르는 채식 소믈리에가 이미 널리 알려진 직업이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그 수가 2017년 기준 3만여명이다. 식품 기업이 야사이 소믈리에를 연구원으로 채용하고, 대형마트는 이들을 채소 코너에 따로 둘 정도다.


국내엔 2011년부터 자격증을 발급했고 현재 2500여명의 채식 소믈리에가 있다. 그중 전문가 자격증을 딴 사람은 30여명뿐이다. 이중엔 의사, 목장 경영자도 있다. 주로 채식주의자, 농산물업계 종사자, 음식점 창업 희망자 등이 자격증에 도전한다. 2015년 자격증을 손에 쥔 홍씨는 채식 소믈리에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전문가 자격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왜 이런 자격증이 필요했나.


“전 산업디자인를 전공해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 한식, 양식, 푸드 코디네이터, 푸드 비즈니스, 아동요리 지도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사람들이 ‘무슨 요리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그냥 가정요리 합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다른 요리사들과 다른 점이 확실히 있어야 했어요. 저염식, 건강식이 유행하던 시기라 채소요리가 적절하다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자격증이 도움이 됐나.


“물론입니다. 자격증이 없어도 요리를 할 순 있지만, 전문가라 말하며 돈을 받고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증명이 필요하죠. 자격증이 그런 역할을 해줍니다. 처음 자격증을 땄을 땐 주변에서 비웃었어요. ‘그런 자격증이 무슨 쓸모가 있겠어’, ’차라리 와인 소믈리에가 낫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요리 방송에 출연해도 채소 소믈리에라고 소개할 수 없었어요. 자격증 광고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방송국에서 금지했거든요.


3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기업이나 방송국에서 요리 강습을 제안할때 제게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어 신뢰가 생긴다고 합니다.”

출처: (왼쪽부터)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캡처. 홍성란씨 인스타그램
방송, 광고에 출연해 다양한 채소 요리를 소개한다.

-채소 소믈리에가 여럿 있는데,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한 가지 채소로 모든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완벽한 한끼 요리를 개발합니다. 채소는 밥상에서 주인공이 아닐 때가 더 많아요. 반찬이나 국에 들어가는 건더기 정도로 취급받죠. 하지만 채소도 메인요리로 손색 없습니다.


저는 많은 재료를 쓰지 않아도 한끼로 충분한 채소 요리를 선보입니다. 가지 스테이크, 양배추 파스타 등입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쉬운 요리법을 만듭니다. 2017년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는데 쉽게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채소언니’란 별명을 얻었죠.”


채소는 칼로리가 낮고 몸에 해로운 첨가물이 없다. 수분함유량도 높다. 채소를 먹으면 노폐물 배출이 활발해져 몸에 쌓인 염분이 잘 빠진다. 그러면 체내 독소가 감소한다. 독소가 줄어들면 신진대사율이 올라간다. 그래서 채소는 피로 회복에 효과적인 음식이다.

출처: 홍성란씨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파프리카를 넣은 미네랄 워터, 오징어 채소말이

-피곤한 직장인에게 추천하고픈 채소 요리는.


“무, 우엉, 생강, 감자 등 뿌리채소를 추천합니다. 뿌리채소는 땅 속 미생물을 많이 흡수해, 먹으면 기력회복에 좋습니다. 몇 달 간 폭염에 시달린 분들이 많을텐데 가지, 오이, 애호박을 드셔보세요. 몸의 열을 내려줍니다.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은 내려놓으세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먹으면 건강에 이로울 수 없습니다. 일상생활 틈틈이 쉬운 것부터 실천해보세요. 출근길에 아침식사로 채소를 준비해볼 수도 있습니다. 마를 잘라서 꿀에 버무려 먹으면 초콜릿 맛이 납니다. 영화볼때 팝콘 대신 삶은 콩을 먹을 수도 있죠.


채소에도 상극이 있긴 합니다. 오이와 당근을 같이 먹으면 영양소 흡수 효과가 줄어들어요. 오이의 비타민 C가 당근의 카로틴을 파괴하거든요. 토마토도 마찬가지입니다. 익혀서 먹으면 라이코펜이란 영양소가 많이 발생해 노화방지에 탁월합니다. 생토마토를 먹으면 비타민 흡수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지나치게 따지면 오히려 채소를 먹기가 힘듭니다. 영양 균형을 맞춰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힘든 점이 있다면.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고, 프리랜서라 고정 수입을 보장할 수 없어요. 한 번 강습을 하면 돈이 1~2개월 후 들어옵니다. 돈 관리 계획을 세우기 어렵죠. 요리경력은 10년이지만 채소 소믈리에로 확실한 수익을 얻기까지는 3년이 걸렸어요. 초반엔 백화점 문화센터에 수십개의 이력서를 넣으며 저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습니다."

출처: 홍성란씨 인스타그램
굴삭기 작동을 연습하는 모습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월 평균 300~400만원을 벌어요. 주수입원은 대기업과 제휴한 요리 강습입니다. 돈은 일을 얼만큼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많을 땐 한 달에 5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릴 때도 있지만 200만원 이하로 벌 때도 있어요. 일을 더 많이 하면 수익도 올라가겠지만 일정 시간은 요리 연구 시간으로 남겨둡니다. 꾸준한 신메뉴 개발이 중요하니까요.”


-앞으로 구상중인 것은.


“두 달 후 남편 될 사람이 충남 보령에서 멸치수산업을 해요. 그래서 저도 귀촌을 준비중입니다. 김포시 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김포도시농부학교’에도 다니고 있어요. 올 3월부터 시작했고 10월 전과정을 마칩니다. 8월 23일엔 3톤 이하 굴삭기 면허증을 발급받았습니다. 직접 농사를 지으려는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채소에 대해 더 깊이 알려면 내 손으로 키워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아람재단’에서 수화도 배우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요리 강습을 열려고 해요. 최근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 습관'이란 책을 냈습니다. 전문 지식을 나누는 것도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민정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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