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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걱정도 했지만…” 명품 화장품 집어던지는 전직 기자

화장품 많이 바르지 말라는 이 뷰티 유튜버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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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화장품 골라주는 뷰티 유튜버 피현정
일간지, 잡지 기자에서 뷰티 유튜버로
“지쳐도 댓글 보면 100개 리뷰할 힘이 난다”

명품 화장품도 ‘슈렉(쓰레기의 은어)’이라며 던져버리는 유튜버가 나타났다. 자신을 ‘최고령 뷰티 유튜버’라고 명명한 피현정(47)씨는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 좋은 화장품을 찾아낸다. 화장품 살 때마다 한참을 고민하던 많은 사람은 그의 영상을 본다. 몇몇 영상은 조회수가 100만이 넘을 정도다. 20여년의 기자 경력을 뒤로하고 2016년 유튜브에 뛰어든 피현정씨를 만났다.


잡지사 편집장에서 최고령 뷰티 유튜버로


-뷰티 유튜버가 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했나

“1994년 경향신문에 입사해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여성지 ELLE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뷰티쪽 일만 했다. 잡지 AVENUEL에서 편집장까지 하고 나와 2006년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만들었다. 처음 했던 일이 CJ E&M과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를 기획·제작·출연하는 것이었다. 이후로 계속 회사를 운영하며 브랜드 컨설팅 일을 했다.”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 기획에 참여하고 시즌1, 2에 출연한 모습

출처디렉터파이 블로그

-잡지사 일을 그만두고 나온 이유는?

“누가 시키는 대로 일해서는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한곳에 안주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회사 안에서도 늘 새로운 걸 시도했지만 회사는 안전한 걸 원해서 부딪혔다.”


-회사를 나와서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는 내가 화장품, 뷰티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보내준 자료를 공부하고 외우는 게 전부였다. 나중에 화장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져서 회사를 나와 뷰티 업계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했다. 뷰티 방송도 제작하고, 화장품 제조부터 판매·마케팅·유통 일을 했다.


특히 화장품을 만들면서 성분을 공부하니까 내 생각과 너무 달랐다.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을 기반으로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었다. 고가 화장품이 유행하니 만들라고 지시가 내려오면, 우선 가격을 높게 잡아놓고 달팽이·산삼 추출물처럼 소비자가 비싸 ‘보이는’ 성분을 넣고 말더라. 소비자들은 그걸 모르고 살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다.”


-방송이나 칼럼으로는 할 수 없었나

“어디나 정해진 형식이나 제한이 있다. 내가 기준을 세워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길은 유튜브·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엄청난 미모나 끼가 있는 게 아니라 화려한 영상은 만들 수 없었다. 또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내가 합류해도 구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유튜버가 하지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 성분·가성비·원료 타당성을 바탕으로 화장품 고르는 법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피현정씨

출처브레인파이 제공

잘 몰랐기에 할 수 있었던 도전


-유튜버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 실제로 몇십년간 뷰티 업계에서 일한 사람들도 요즘 주 소비층인 20대와 소통하기 어려워한다. 나도 이쪽 업계는 잘 알고 꿰뚫어 본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모바일 세대도 아니고, 요즘 쓰는 줄임말도 모르겠더라.


잘 모르고 시작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작하고 보니 예전에 기자로 일할 때 보다 훨씬 일이 많다. 잡지·방송에서는 각자 일이 나뉘어 있었는데 여기선 기획·글·편집에 다 참여해야 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만든 걸 비판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유튜버 초기에 ‘이제 어떤 브랜드와도 일 못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탈락이라고 화장품을 집어 던지는데 누가 같이 일을 하자고 하겠나. 시작하고 반년쯤은 소송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일년쯤 조마조마하며 영상을 찍었는데 한번도 소송이나 항의가 없어 어리둥절했다. 심지어 크리니크 관계자는 너무 재밌는 콘텐츠라고, 한가지 화장품으로 비판받아도 다른 화장품으로는 칭찬 받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유튜버가 된 지 일년쯤 지나고야 본격적으로 팀을 꾸리고 장비를 갖췄다. 지금은 내 영상을 보고 화장품 성분을 바꾸는 회사도 생겼다.”

2016년 피현정씨가 성분을 비판하자 화장품 브랜드 메디힐은 1년 뒤 제품 성분을 바꿨다

출처디렉터파이 유튜브 캡처

-그 이후 팀을 더욱 체계화했다고

“매주 영상을 올리려면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 100개정도의 제품의 성분을 일일이 찾고 조사해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A4용지 60장 분량의 자료를 분석하며 영상을 찍은 적도 있다. 이걸 제대로 안 하면 틀린 정보가 나간다.

2016년에 착한 화장품으로 도브 비누를 추천했는데 성분이 바뀐 줄 모르고 이전 성분을 기준으로 설명했었다. 그걸 뒤늦게 알아 급하게 정정했는데 이미 몇박스를 샀다고 원망하는 분도 계시더라. 그걸 보면서 유튜버로서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현재 6명이 함께 일하는데 그 중 성분만 조사하는 친구가 따로 있다.”

방송과 영상에서 추천했던 비누의 성분이 달라졌다는 걸 알고 정정 영상을 만든 피현정씨

출처디렉터파이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나오는 수익은 어떤가

“유튜브 영상 중 재생 바에 노란 부분이 있는데 그게 광고를 넣었다는 표시다. 많은 유튜버가 그렇게 광고를 넣고 돈을 받는데 내 영상에는 그런 광고가 하나도 없다. 영상 재생 전에 나오는 기본 광고만으로 나오는 수익은 월평균 500만원 정도다.


-그 수익만으로 팀을 운영하기 어려울 텐데

“광고가 없으니 구독자수, 조회수가 비슷한 다른 유튜버보다 수익이 적다. 대신 매주 성분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제품을 ‘착한 화장품’으로 선정하면, 화장품 회사에서 영상에 나온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콘텐츠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이 저작권료가 주된 수입원이고 그 밖에 강연·브랜드 컨설팅도 한다.”


-구독자의 댓글에서 새로운 콘텐츠 아이템 말고도 많은 걸 얻는다고

“사람들이 뭘 알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댓글을 본다. 악플 때문에 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항상 다 읽는다. 댓글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유튜브 초반에는 방송하는 것처럼 좀 권위적인 컨셉으로 가르치듯 했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피드백까지 해줘서 소통방법을 배웠다.


또 제품을 추천할 때 명확한 근거를 갖고 책임감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처음엔 내가 말하는 걸 적당히 흘려듣겠지 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집에 있던 화장품이 단종한 줄 모르고 추천했는데 그걸 찾으려 하길래 너무 놀랐다. 물론 댓글을 보기 힘들 때도 많지만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해서 악플도 다 보고 감내한다.”

유튜브 영상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블로그 댓글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소통하는 모습

출처피현정씨 블로그 캡처

-그래도 유튜버로 활동하며 뿌듯하다고

“2년동안 성분을 분석하니 많은 화장품 회사에서 좋은 성분을 쓰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고, 똑똑하게 화장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져 보람을 느낀다.


유튜버가 되고 내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고 느낀다. 100개쯤 되는 화장품을 리뷰해 영상을 만들고 나면 미친 짓을 한다 싶다가도 ‘도움을 받았다’, ‘다음엔 어떤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 댓글이 쉬지 않고 계속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준다.”


최고령 뷰티유튜버의 목적지


-한국의 뷰티산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뷰티라고 하는 한국 뷰티시장의 원동력은 속도라 생각한다. 화장품 회사는 유명 제품을 카피해서 빨리 만들어내고 소비자들도 늘 관심을 둔다.


하지만 이젠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화장품 회사는 카피보다 자체 개발에 힘썼으면 좋겠다. 몇달만에 베끼는 것 말고 좋은 원료·성분을 개발하기 위해 폭넓게 연구해 질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은 제조사에서 OEM·ODM으로 만든 걸 화장품 회사에서 포장만 바꿔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개발·제조하는 구조로 바뀌면 좋겠다.”

피현정씨

출처브레인파이 제공

-뷰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데 조언하자면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나는 메시지를 가진 사람만이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 어떤 화장품이 좋은지 나름의 기준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협업해서 화장품을 만들었다든가, 방송에 나왔다든가 하는 거로는 크리에이터라 할 수 없다.


크리에이터라면 자신만의 것을 해야 한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야 인기를 끌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진정성 있는 유튜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


글 jobsN 주윤규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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