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봉으로 하루 2백 벌고 삼성에서도 일했던 남자, 지금은..

조회수 2020. 9. 25. 0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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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매칭에서 블록체인 교환 플랫폼까지
한국, 홍콩·스웨덴, 탄자니아 20대 청년 공동창업
프리랜서 매칭에서 블록체인 교환 플랫폼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 추구

창업 2년차 스타트업 위즈페이스. 한국, 홍콩·스웨덴, 탄자니아 국적의 20대 청년 3명이 의기투합했다. 회사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토큰(가상화폐) 교환 플랫폼엔 전세계에서 사용자가 모인다. 고객들이 24시간 쏟아내는 질문에 대응하느라, 위즈페이스 사무실은 불꺼질 틈이 없다. 조민규 위즈페이스 대표를 만나 탄생과 성장 스토리를 들었다.

출처: 위즈페이스 제공
조민규, 존팅 리 공동대표(좌)와 해커톤에 참여한 바라카 앤드류 대표(우)

운명같은 3인방의 만남


위즈페이스 창업자 3인방은 한국 국적의 조민규(30) 대표, 스웨덴·홍콩 국적의 존팅 리(John-Ting Li·29), 탄자니아 출신의 바라카 앤드류(Baraka Andrew·24)로 구성됐다. 조민규 대표와 존팅 리의 만남이 시작이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 대표는 2013년 국립대만대로 교환학생을 떠나, 역시 이곳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존팅 리를 만났다. 스웨덴과 홍콩 이중국적의 존팅 리는 스웨덴 왕립공과대학에 재학중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이스트에 해당하는 스웨덴 최고 권위 공과대학이다. 둘 다 창업에 관심이 있어 친하게 지냈다.


교환학생을 마친 후 진로는 갈렸다. 조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존은 스웨덴으로 돌아가 창업을 했다. 기업과 프리랜서를 이어주는 매칭 사이트였다. 디자이너 등의 프리랜서가 본인 이력과 작품을 등록하면, 기업이 채용하는 방식이다. 조 대표는 멀리서 응원했다. “각자 다른 선택을 했지만 연락은 꾸준히 했어요.” 2016년 존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 스웨덴의 시장 규모에 한계를 느꼈던 것. “다음 창업지로 홍콩과 한국을 저울질 하다가, 이왕이면 제가 있는 한국에서 디자이너 매칭 사이트를 열겠다면서 덜컥 들어왔어요.”

출처: 위즈페이스 제공
위즈페이스 임직원들

-그때 조 대표도 합류한 건가요.

“아뇨. 초반엔 짬짬이 시간 내 돕는 정도였어요. 정착을 돕고, 거래처와 미팅이 생기면 통역도 해주고. 그러다 존과 함께라면 내 일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작년 1월 존과 공동 창업했다.


탄자니아 출신 바라카 앤드류는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한다. 그는 한국으로 유학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프로그랩 개발의 달인’이란 게 조 대표의 자랑이다. “서울 용산에 있는 글로벌 창업센터에서 만났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포스트잇에 자기 이력을 적어 게시판에 붙였더라구요. 바로 연락해 그때부터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셋이 뭉친 후 곧 아이템을 변경했다. “프리랜서 매칭 사이트가 관련 업계에 필요한 플랫폼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시장 크기에 한계가 있어요. 스웨덴에서 안된 건 한국에서도 안되더라구요.” 컵 홀더(커피숍이 일회용 컵에 끼워 제공하는 종이 재질 홀더)에 광고를 넣는 사업을 시작했다. “광고가 들어간 컵홀더를 커피숍 점주들에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에요. 점주는 컵홀더 제작비를 아끼고, 우리는 광고비에서 컵홀더 제작비를 뺀 만큼 수익을 낼 수 있죠.” H&M 같은 대형 광고주 섭외에 성공하면서 꽤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내 회의감이 들었다. “확장성에 의심이 생겼어요. 우리가 지향하는 IT 기술 기반 사업도 아니었구요.”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IT 기술을 활용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고자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아이템이 작년 10월 개발한 광고 효과 분석 플랫폼 ’다이아나'다. “인터넷 광고를 하는 기업들은 여러 사이트에 광고를 냅니다. 이후 광고 효과를 확인하죠. 그런데 사이트마다 광고 클릭이 얼마나 됐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무척 번거롭습니다. 다이아나에 가입하면 그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합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이아나의 진정한 가치는 사이트 별로 몇 번째로 광고를 하는 게 효율적인지 컨설팅하는 데 있다. “포털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상단에 광고 업체들이 주욱 뜨잖아요? 아무래도 위에 올라갈수록 광고비가 비싼데, 비용과 클릭수가 꼭 비례하는 게 아녜요. 그럴 때는 맨 위가 아니라, 적당하게 낮은 위치에 광고를 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큽니다. 그런 컨설팅을 해주는 거죠.” 검색 키워드마다 효율적인 광고 위치가 모두 다르다는 게 조 대표 설명이다. 어떤 키워드는 첫째, 또 어떤 키워드는 다섯째 혹은 여덟째 등으로 효율적인 위치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운동 기구를 주로 검색하는 사람들과, 뮤지컬 티켓을 주로 검색하는 사람들을 각자 하나의 집단으로 묶으면, 성향 차이가 있어요. 어떤 집단은 맨 위 광고를 주로 클릭하는 반면, 또 어떤 집단은 중간 광고를 주로 클릭하는 식이죠. 여기에 맞춰 광고를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가장 효율적인 위치를 뽑을 수 있습니다.”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사가 계속 늘고 있다.

출처: 위즈페이스 제공
다이아나 서비스 시연 화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위즈페이스는 최근 네번째 아이템을 런칭했다. 블록체인 토큰(가상화폐)을 교환하는 플랫폼이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포인트를 교환해 쓰는 방법은 없을까‘였어요. 이곳 저곳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여러 기업을 묶는건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삼성도 못할거라 얘기하더라구요.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게 어렵다는 거죠.”


이왕 고민을 시작한 것. 다른 교환 플랫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8월 1일 베타버전(시범서비스)을 출시한 게 블록체인 토큰 교환 플랫폼 ’덱시오스‘(DEXEOS)다. 덱시오스는 여러 토큰 중에서도 이오스(EOS)를 기반으로 파생된 부가 통화끼리 교환하는 P2P 플랫폼이다. 기존 거래소는 돈으로 토큰을 사고 파는데, 덱시오스는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토큰을 서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교환 기준은 각 토큰의 시장가격이다. “토큰을 굳이 팔지 않더라도, 다른 화폐와 교환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요. 그런 니즈를 담고 있죠.”


입소문을 타면서 베타버전 출시 20일 만에 누적 방문자 1만명, 누적 거래 3만8000건을 돌파했다. 한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용자가 들어온다. “모바일 메신저로 알리는 정도의 홍보만 했는데,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 저희도 놀라고 있어요. 시차에 상관없이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문의에 답변하느라 요 며칠 제대로 잠도 못잤습니다.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면 본격적으로 사용자가 늘 것 같아요.” 공식 오픈은 9월로 예정하고 있다.


덱시오스는 단순 교환 플랫폼이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추구한다. “현재 저희 사이트를 찾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프로그램 개발자에요.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주로 모이면서, 저희 사이트가 출발부터 개발자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개발 정보를 나누며 교류하는 장이 되고 있는 거죠. 저희 사이트에서 데뷔하는 토큰도 나올 겁니다.” 위즈페이스는 덱시오스 출범 전 블록체인 헤커톤에 출전해 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해커톤 출전을 통해 블록체인 개발 과정에 어떤 게 필요한지 알았어요. 개발자들이 고민하는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볼 수 있게 된거죠. 앞으로 저희 사이트에서 개발자들 소통이 잘 이뤄지면, 개발자들이 각자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위즈페이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덱시오스에 이어 ‘간편 결제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수수료 없는 결제가 가능하다. “기반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요. 일단 덱시오스 안정화에 주력하고, 이후 출시할 예정입니다.”

출처: 위즈페이스 제공
덱시오스 서비스 시연 화면

스타트업의 관점을 가져라


조 대표는 창업 전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학 다닐 때 방학을 이용해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어요. 꼭 돈 벌겠다는 건 아녔구요. 스타트업 운영과 영업 방식이 궁금했어요.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 영업을 맡아 무작정 사장님들 쫓아 다니며 저희 애플리케이션 깔게 했습니다. 열심히 하면, 결과가 나오는 게 무척 재밌었어요. 스타트업이 0에서 시작해 커나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도 재밌었구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선 4년을 일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을 분석해 효율화하는 작업을 맡았다. “삼성에서 체계적으로 일하는 기틀을 잡을 수 있었어요. 연구소 특성상 선행 기술을 주로 다루는데,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을 갖추는 기회도 됐던 것 같아요. 다만 답답함이 있었어요. 대기업이라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었거든요. 이게 창업의 동기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셀카봉을 수입해 유통하는 친구를 잠시 도운 적도 있다. “당시엔 셀카봉이란 제품이 생소했어요. 들여오자 마자 반응이 무척 좋아 하루 100만원, 200만원씩 수익이 들어왔죠. 물론 금방 카피되는 아이템이라 오래 가지는 못했어요. 몇 달 재미보고 곧 접었어요. 하지만 시장 트렌드 미리 읽는 연습은 꽤 됐습니다.”


-여러 일을 해본 게 많은 도움이 된건가요.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려면 스타트업 만의 ‘관점’이란 것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사안을 접하더라도 대기업 사원이 아닌 스타트업의 눈에서 분석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 눈을 갖추려면 스타트업 경험을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막상 바깥으로 나오면 생각처럼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리스크 테이킹'.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리스크가 적을수록 좋아요. 창업 전 많은 경험을 하고, 반드시 사업 아이템을 검증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다른 팁을 준다면요.

“팀이 중요합니다. 사업 시작 전 나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는지 반드시 자문해 보세요. 저희 회사는 창업자들 외에, 대학 때 저와 함께 자취했던 마케터 출신 친구 황웅규(30)와 LG화학 연구원 출신 이상옥(29)가 합류했고, 블록체인 개발자들 사이에 ‘Lecko’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 출신 개발자 라태웅(24)씨도 합류해 팀원이 10명 가까이로 늘었어요. 창업자들이나 직원들이나 모두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오고 있지만 흔들림 없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사업 혼자 못합니다. 꼭 뜻이 맞는 사람 몇 명 구해놓고 시작하세요.”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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