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포항공대·SKY대 교수들 벌벌 떨게 만드는 남자

조회수 2020. 9. 25. 0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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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욕 면박에 횡령까지'..서울대·카이스트 교수들 떨게 만든 베일 속 남자
대학원생 위한 교수 평가 사이트
촌철살인 한줄평에 열광
순차적 오픈 전략으로 성공

‘카페 장사로 비유하면 전기요금 아끼겠다고 에어컨 꺼서 가게 손님들 내쫓는 거와 비슷한 짓을 종종 함 ㅋ’

‘맘에 안들거나 기분나쁘면 면전에서 쌍욕 섞어 면박줌’ ‘갑질, 성폭력, 인건비 횡령, 사적 업무지시 등등... '갑질'의 표본’


한 대학원생이 지도를 받았던 교수에 대해 남긴 한줄평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 전국 유명 대학 교수들을 떨게 만드는 남자가 있다. 대학원생을 위한 교수 평가 사이트 ‘김박사넷’을 만든 유일혁 대표를 만났다.

출처: 김박사넷 제공
김박사넷 서비스 시연 모습과 서비스 로고

영화평 하듯 교수평


-서비스를 소개해 주세요.

“대학원에 진학하면 지도교수 선택이 무척 중요합니다. 연구실 생활, 학위 취득, 졸업 후 진로에 이르기까기 교수의 영향력이 지대하거든요. 그런데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선택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각 교수들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실적은 기본이고, 교수 연구실을 거쳐간 학생들의 정보도 취합해 제공합니다.” 연구실 소속 석박사 졸업생 수, 박사학위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 졸업 때 학생들의 평균 연령, 석사 취득 후 박사로 진입하는 비율 등 정보가 대표적이다. 이런 데이터를 모아 통계를 낸 뒤 교수 별로 정보를 제공한다. 교수 실력과 그 아래서 학위를 취득하는 게 얼마나 어렵거나 혹은 수월할지 짐작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정보들이죠. 교수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화룡점정은 교수를 알거나 겪어본 학생들이 남긴 한줄평이다. 교수의 인성, 연구실 분위기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의 영화 한줄평과 비슷하다. ‘안목과 연구실 운영이 근시안적이고 비전 제시는 얼버무린다’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졸업하는 데 9년. 그 이하로 졸업하려면 천운을 타고나야 함’ 등 평가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과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같은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또 ‘매 달 두 번의 단체 운동이 있음. 매년 여름, 겨울마다 MT를 가기도 함’ 같은 생활 정보도 올라온다. 이런 게 쌓여 교수의 평판이 된다.


학생들은 한줄평과 함께 평점도 남긴다. 교수 인품, 연구실 지출 인건비, 논문 지도력, 강의 전달력, 연구실 분위기 등 5가지 지표에 대해 A+부터 F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김박사넷은 이를 취합해 평균 점수를 공개한다. 일부 학생의 평가로 점수가 왜곡되지 않도록, 평가 인원이 일정 수준 이상 돼야 점수를 공개한다. “한줄평만 남길 수도, 평점만 매길 수도 있어요.” 평점과 한줄평은 교수가 재직하는 대학의 재학생이나 졸업생만 매길 수 있다. “해당 대학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평점과 한줄평을 매겨 왜곡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거죠.”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넓은 것 아닌가요. 연구실 출신 석박사만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 꼭 생활을 같이 해봐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해당 교수의 수업을 들었거나, 옆에서 간접적으로 교수를 경험해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실 소속 학생에게서 평판을 들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면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가 많을수록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근거가 풍부해집니다.”

출처: 김박사넷 제공
대학원 진학 고민 대화

잘 아는 걸로 창업하라


유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다. 학부 때 변리사를 취득했다. 대학원 졸업후 3년여 간 병역특례요원으로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일했다. 연구개발 과정에 필요한 지적재산권 관리 등 업무를 맡았다. 병특을 마치고 변리사 일을 하다가 작년 6월 사업을 시작했다. “변리사 하면서 계속 특허를 접하니 제 일을 해보고 싶더라구요. 마침 뜻이 맞는 친구가 있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사물인터넷(IoT) 연동 스마트 침실 사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에 어려움이 있어 아이템을 바꾸기로 했다.


잘 하거나 잘 아는 걸 아이템으로 삼아야 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학원 재학 때 보고 들은 것들이 생각났다. “저는 다행히 좋은 교수님을 만났는데요. 다른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꼭 그렇지 않더라구요. ‘실체를 미리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기들을 많이 했어요.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교수 연구 실적을 나열하는 정도로는 1회성 방문 사이트에 그칠 것 같았다. 확장해 보기로 했다. “교수와 관련된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으기로 했어요.”


막상 하려니 작업이 시쳇말로 ‘노가다'에 가까웠다. 구글, 학술·논문검색 사이트, 대학 전자도서관,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교수를 일일이 검색해 정보를 모았다. “교수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의 석박사 학위 논문까지 검색했어요.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이 남거든요. 그러면 교수 별로 거쳐간 학생들의 정보도 취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논문에 나온 학번과 논문 제출 연도를 비교하면 입학 후 해당 교수 밑에서 학위 취득까지 걸린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교수 정보를 다 오픈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큰 의미도 없다고 판단했다. 일단 모교이자 대학원 진학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대 공과대학의 300명 교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범위를 좁히니 가능한 목표가 생기면서 일이 수월해졌다. 기초 자료를 모아 엑셀 프로그램으로 정리하고, 또 모으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후 코딩을 배워 베타프로그램을 만든 후 2018년 1월 오픈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찾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뒤늦게 코딩 배워 손수 만들었으니, 전문가들이 보기에 형편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아이디어에 많은 분들이 열광해 주셨죠. 기술적 조언을 해주겠다, 돈을 대주겠다, 후원하겠다, 격려가 이어졌어요.” 지속적으로 프로그램과 학과를 업데이트했다. 서울대 자연대, 사회과학대, 경영대 등으로 정보 공개 대상을 늘리면서, 업데이트 사실을 페이스북 등으로 알렸다. “차근 차근 오픈하는 전략을 쓰니 유저들 사이에 기대감이 형성되러라구요. 오늘은 뭐 추가된 것 없나 하면서 재방문하는 경우도 나오구요. 우리 과는 언제 되느냐며 문의하거나 빨리 올려달라는 사람도 줄을 이었습니다.”


오픈 7개월이 지난 현재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모든 학과 교수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유니스트, 지스트,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아주대도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요. 모든 교수는 아니지만요. ‘어떤 교수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다’고 문의를 해오는 유저들이 있는데요. 그런 요청이 들어오는 교수 위주로 DB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이 학교들도 곧 모든 소속 교수를 다룰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대학으로 계속 대상을 늘려나가야죠.”

출처: 김박사넷 제공
김박사넷 홈페이지와 교수 평가 이미지

유저 스스로 노는 공간


한줄평과 평점은 사이트만 찾으면 볼 수 있지만, 자세한 데이터를 보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회원 가입을 받은지 이제 5주 정도 지났는데 회원 3000명을 돌파했다. 회원의 40%가 대학원 진학 희망자, 35%가 대학원 재학생으로 파악된다. 나머지는 궁금해서, 재밌어서 오는 유저들이다. 하루 방문자는 2500명을 넘는다. “필요한 것을 내놓으니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마케팅 비용을 쓸 여유가 없는데 다행이죠.”


지금까지 누적된 한줄평은 1800개를 넘는다. “오픈 당시 ‘부정적인 평만 달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칭찬보다는 욕을 적극적으로 하는 게 사람 심리이니까요. 자칫 성토의 장이 되면서, 대학원은 가선 안될 곳이란 인상을 줄 수 있겠다는 우려도 했어요. 그래서 한줄평 코너에 ‘가급적 장점 위주로 적어 달라'는 가이드를 달았습니다. 아직까진 괜찮아요. 전체 한줄평을 구분하면 칭찬과 비판 비율이 반반입니다. 좋은 평만 달리는 교수도 여럿 보입니다.”


부정적인 평가는 해학적인 표현이 많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선에서 학생에게 최선으로 엄격하십니다. 연구실을 떠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의 고통을 미리 맛보기 위해 좋은 곳이다’ 같은 평들이다. “안좋은 평을 가리려고 가끔 조작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평이 안좋던 교수에게 갑자기 좋은 평이 연달아 달리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교수가 조교들 시켜 다는 경우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합니다. 곧 반대 댓글이 달리면서 결국엔 자정이 됩니다.”


-익명성이 중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연구실에서 조교가 한줄평 다는 모습을 우연히 교수가 볼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유저가 평을 등록하면 사이트에 불규칙적으로 노출합니다. 어떤 평은 하루 만에, 또 어떤 평은 이틀 만에 노출하는 식이죠. 그러면 교수는 아까 그 조교가 자신에게 평을 달았는지, 다른 교수에게 평을 달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새로 달린 평이 아까 그 학생이 단 게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익명성 확보를 위한 갖가지 장치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 스스로도 익명성을 강조한다. “교수 중에 지인을 통해 저에게 자기 평을 좋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요. 원천 차단할 수 있게 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그래서 그는 본인 사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간혹 교수들이 정보 수정을 요구해 오는 경우가 있다. 연구 실적이 누락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드문 경우라고 한다. “정보 정확성이 높다는 방증이에요. 도대체 정보를 어떻게 모았냐며 연락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앞으로 교수들과 소통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교수 연구실도 기업처럼 좋은 인재를 유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학금을 얼마나 줄 수 있고, 졸업 후 진로가 어떻게 되는지 알릴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런 적극성이 있는 교수라면 우리 사이트가 좋은 홍보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게 원활하도록 교수가 각자 코너에 그런 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익명으로 유저가 질문을 하면 교수가 답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 포항공대 한 학과에선 교수들의 최근 연구 성과를 취합해 보내오기도 했다.

출처: 픽사베이
서울대 정문과 연세대 정문

사람이 모이면 돈도 모인다


김박사넷은 대학원 전기 모집이 이뤄지는 매년 10월을 회원 확장 기회로 삼고 있다. “입시 이후 지도교수 선택할 때 사람이 많이 몰릴텐데요. 이때 우리 사이트 정보가 유용하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 건가요.

“일단은 사용자를 많이 모으고,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만드는거죠. 그러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마케팅 하는 기업이 저절로 모일 수 있습니다. 석박사급 인력을 뽑는 기업들의 구인 공고나 연구과제 공모가 들어올 수 있구요. 대학원생들의 논문이나 특허를 기반으로 맞는 기업과 연결하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 같아요. 보다 많은 학생을 모집하려는 대학원의 광고 수요가 생길 수도 있구요.” 일반 유저에게 정보를 유료로 파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저들의 커뮤니티 공간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자유 게시판 하나만 있는데요. 글이 많이 모이면 분류할 예정입니다. 관심 사안 별로 게시판을 나눠 활성화시키는 거죠. 대학, 전공, 연구주제 등 카테고리 별로 교류할 수 있는 게시판도 만들 계획입니다. 토론이나 정보 교류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병역특례업체 리스트업 같은 정보도 제공하려고 해요. 대학원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영문 페이지를 만들어 한국으로 유학오려는 외국인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나 각 대학이 할 일을 대신 하는 거네요.

“맞아요. 아쉽죠. 대학원은 참 이상한 시장이에요. 대학원생은 돈 내는 고객이고 대학원은 물건 파는 입장이잖아요? 그런데 파는 쪽이 정보 주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차나 휴대폰 팔 때 이런 저런 설명해주는 것과 너무 다르죠. 결국 돈 내는 고객이 억지로 정보를 구해야 합니다. 아니면 구입 후에야 뒤늦게 뭐가 중요한지 알게 되죠. 이런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석박사 과정에서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대학원생 중 다른 대학 출신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같은 고급 정보도 주고 싶은데, 이건 대학이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연구자를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정보를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해야죠.”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응원을 들을 때요. 무척 뿌듯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일단 김박사넷 부터 가봐' 얘기가 나오게 하고 싶어요. 우리를 통해 제대로 알아보고 가는거죠. 대학원은 학교 간판이 아니라 교수를 보고 지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연구 중심 대학이 나올 수 있죠. 일조하고 싶습니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팁을 준다면요.

“법인을 너무 일찍 세울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매출이 생기면서 돈을 벌기 시작할 때 법인 세워도 돼요. 일찍 만들어 봤자 세금만 열심히 내야 합니다. 정부의 각종 창업 지원이 법인 설립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도 감안해야 하구요. 법인 만들기 전에 정부의 예비창업자 지원 같은 걸 최대한 활용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혼자 보다는 같이 하는 게 좋아요. 저는 공동 창업자와 평소 굉장히 많은 얘기를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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