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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알려주던 KBS 그녀는 왜 '감독님'이 되었나?

조회수 2020. 9. 25. 01: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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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KBS기상캐스터를 그만두고 게임 감독을 한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겁내지 않으려 합니다
“덕업일치, 취미가 직업으로”
선수 선발, 유니폼 수선까지 도맡아
감독 맡았던 배틀그라운드 팀, 최초 기록 세워

“늦잠 자면 안돼. 내일 아침 8시에 대회 신청해야 해. 새벽에 게임 하더라도 꼭 알람 맞추고 자. 알았지? 이번에도 신청 못하면 끝이다. 일어났어? 대회 신청은 했어?”


이른 아침 아들을 챙기는 엄마 같지만 사실은 E스포츠 하스스톤팀 카론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신예지(30)씨가 아침마다 하는 말이다. 하스스톤은 전략 카드게임이라는 점에서 바둑과 유사한 스포츠 요소를 지니고 있는 e스포츠 종목이다. 보통 선수들은 밤늦게까지 게임 방송을 진행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대회 참가 신청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을 깨우고 챙기는게 중요 일과다. 그래서 팬들이 붙인 별명이 '카론맘'. 선수들의 엄마 카론맘 신예지 감독을 만났다.

출처: 신예지씨 제공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프로게임단 감독이자 프리랜서 방송인 신예지입니다. 현재는 제가 창단한 하스스톤팀 카론에서 구단주 겸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 게임 감독이 되기 전에는 무얼했나요?


“원래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연기와 음악을 했죠. 노래를 하고 싶었는데 재능이 없다고 생각을 해서 미술을 배워서 미대를 갔습니다. 막상 대학을 가니까 무대가 그리워졌어요. 학교 홍보대사를 했죠. 그 때 아나운서 선배들이 발성이 좋으니까 아나운서를 해보라고 추천해줬습니다. 23살에 시작해서 학원을 3개월 다니고 한국경제tv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입사했어요. 일을 하면서 지상파 공채를 준비했습니다. 이후에 KBS 공채에 붙어 기상캐스터로 5년간 일했습니다.”


- ‘질투의 화신’ 드라마를 보면 기상캐스터가 비정규직에 노동량도 많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건 어땠나요?


“실제로는 드라마처럼 기상캐스터가 방송국에서 무시 당하지 않습니다. 사실 다른 부서와 협업할 일이 없어서 마주칠 일도 잘 없어요.


비정규직이지만 오히려 여유 시간이 많아 시간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저 역시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죠. 물론 태풍 오거나 할 때 바빴습니다. 방송화면에 전신이 잡히기 때문에 의상 협찬이 쉽다는 장점도 있어요. 누구나 궁금해 하고 자주 접하는 것이 날씨 소식이잖아요. 모두가 보는 채널에 매일 나와서 방송하는 것은 큰 책임감이 필요해요. 그런 점들에 만족했기에 그만둘 때 1년 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출처: 신예지씨 제공
KBS 기상캐스터 활동 당시의 모습

- KBS 기상캐스터를 그만 두고 e스포츠에 뛰어든 계기가 있었나요?


“같은 방송을 몇 년씩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게임회사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대회가 있으니까 아나운서, 리그 기획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실 게임을 좋아해 게임쪽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었어요. 적극적인 성격이라 스스로 관심이 있다고 알리면서 관계자들에게 어필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회가 생겼습니다.”


- 게임을 원래도 즐기셨나요?


“한 살 어린 남동생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PC방을 같이 다녔어요. 리니지,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죠. 승부욕 때문에 게임을 열심히 했습니다. 기상캐스터를 할 때도 여가 시간에 팀으로 게임을 하기도 했죠.”


- 게임 감독은 어떤 일을 하나요?


“팀 이름이 카론인데 팬들은 저를 카론맘이라고 불러요. 선수의 특징을 살펴 선수단을 구성하고 스폰서를 찾습니다. 재무도 보고 유니폼을 챙기고 선수들의 옷도 직접 수선해요. 유튜브 채널의 매니저 관리도 하죠. 대회 모니터링도 하고 맛있는 밥도 사주고 한마디로 선수들의 A부터 Z까지를 다 챙기는 일을 합니다.”

출처: 신예지씨 제공
게임 아나운서 활동 당시 모습

- 하스스톤 프로팀 '카론'을 창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전에 일했던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에서 배틀그라운드 팀을 만든 적 있어요. 액토즈 스타즈 인디고와 레드 두 팀을 만들었죠. 그 때 팀을 만드는 과정을 배웠어요. 이후에 WEGL 게임대회 사회를 보다가 남상수 선수(캐릭터명 ‘Sooni)와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가 저와 밥을 먹다가 하스스톤 프로팀을 만들자고 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죠.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좋고 투자자도 있어 프로팀을 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 하스스톤은 어떤 게임인가요?


“하스스톤은 카드를 한 장씩 내면서 카드의 우위를 가리는 전략 카드게임입니다. 수를 읽어야하고 변수에 대비를 해야해서 치밀한 전략과 예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바둑과 유사한 스포츠 요소를 지니고 있어요.현재 아시안게임 e스포츠 시범종목입니다.”

출처: 신예지씨 제공
하스스톤 프로팀과 함께 찍은 사진

- 실제로 본인이 만들었던 팀이 ‘1일 3치킨’ (하루에 3번의 1위를 차지)으로 배틀그라운드 게임 역사상 최초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비결은 무엇인지.


“배틀그라운드 레드팀이 PSS 시즌1 개막 첫날인 2018년 4월 15일 '1일 3치킨'으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인원이 전장에서 서바이벌 대결을 펼쳐 최종 1인을 선정하는 게임입니다. 1등을 흔히 '치킨 먹었다'고 표현하죠. 처음 팀을 만들 때 선수 선발을 직접 했습니다. 선수들의 게임 실력보다 인성적인 면을 더 크게 봤습니다. 착하고 예의가 바른지 자존감이 높은지를 눈여겨 보죠. 그런 선수들은 동기부여도 스스로 잘하고 갈등 상황이 생겨도 잘 해결해요. 배틀그라운드 팀 감독은 6월에 그만두고 지금은 하스스톤팀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


- 선수 출신이 아닌 기상캐스터 출신으로써 감독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요?


“e스포츠에서 실제 플레이를 가르치는 일은 코치가 해요. 감독은 관리직이죠. 선수들의 멘탈관리, 스케줄 조정과 같은 일을 합니다. 하스스톤 팀에게는 대회 날짜를 챙겨주고 대회 모니터링을 하고 밥을 사주며 용기를 복돋아 주는 등 선수들을 케어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저는 매니저와 함께 선수들을 챙겨주고 있죠.


감독의 역할 중에서 제일 어렵고 중요한 것이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프로게이머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특이한 친구들이죠. 일반인과는 조금 다른 시야와 사고방식을 가진 친구들이라 소통하는게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선 오히려 방송을 했던 것이 장점이었어요. 선수들이 저를 연예인으로 생각하더라고요. 신기한 마음에 잘 따라줬어요. 평소에도 선수들과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얼마 전에도 함께 비어 페스티벌을 다녀왔죠. 단지,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하거나 힘을 써야 할 때 불편해요.”

출처: 신예지씨 제공
배틀그라운드 팀과 함께 찍은 사진

- 게임 감독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지금은 회사를 나와 선수들한테 투자하는 중이라 수입이 없는 상태죠. 제 수입은 저희 팀의 가치와 같습니다. 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맡은 하스스톤팀 선수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요. 유니폼이 프레피 룩인데 제가 제안한거죠. 프레피룩은 미국 고등학생들의 교복을 본 뜬 스타일입니다. 게임선수들에게는 흔치 않은 복장이었죠. 또 회사를 나온 다른 이유는 방송을 여러 가지 분야에서 해보고 싶어서였어요. 도전을 겁내지 않으려 합니다. 용기를 내고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또 한 번 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글 jobsN 최현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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