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너무 잘생긴 강동원,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조회수 2020. 9. 25. 0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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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신과함께·택시운전사 둘 다 '찍은' 이 사람
관객을 사로잡는 한 컷
영화 스틸사진가 조원진씨
‘범죄와의 전쟁’ 맡은 뒤 인정 받아
“제약 많은 현장이죠”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 포스터는 강렬하다. 양복을 빼입은 하정우와 최민식이 ‘폼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라는 문구 아래를 폼 나게 걷는다. ‘택시운전사’의 포스터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초록색 택시 창문에 머리를 빼꼼 내민 채 웃고 있는 송강호의 얼굴은 친근하고 편안하다. 촬영 대기 중 편하게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두 사진 모두 스틸사진가 조원진(43)씨가 찍었다. 그는 영화 촬영 전회차를 따라다니며 모든 장면을 빈틈없이 찍는다. 5만번 넘게 셔터를 누른다. 그 중 100컷 정도를 포스터·보도자료 등 영화 홍보에 사용한다. 조씨는 지금까지 영화 40여편에 참여했다. 올해 개봉 영화 중에는 ‘인랑’·‘공작’·‘신과함께2’ 촬영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감독도 배우도 아니지만 영화의 모든 순간을 ‘찍는’ 사람 조원진 사진가를 만났다. 

출처: 본인제공, jobsN
조원진 사진가

강의실보다 암실이 친숙한 대학생


-스틸사진가는 어떤 직업인가?


“영화를 정지된 사진 한 컷으로 남길 스틸 사진을 찍는다. 스틸사진가는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영화 첫 회차부터 마지막 회차까지 따라다니면서 촬영 내용과 제작 과정을 찍는다. 찍은 사진들은 포스터, 보도자료, 버스 광고 등 다양한 홍보자료로 사용한다.”


-사진가가 원래 꿈이었는지?


“학창시절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 대학교에 입학해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다. 매일 암실 드나들고 며칠씩 지방으로 야외 촬영도 다니면서 사진에 푹 빠졌다. 서울산업대(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과다. 사진 일을 할지 전공을 살려 취업할지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사진작가를 선택했나.


“당시에 월간 주니어라는 연예잡지가 있었다. 4학년때 마침 주니어에 빈 자리가 나서 지원하고 일을 시작했다. H.O.T·핑클·god 등 그 당시 최고 아이돌들 사진을 찍었다.”

출처: 본인제공
(왼쪽부터) 영화 '범죄와의 전쟁', '택시운전사' 포스터 사진. 조원진 씨가 찍은 스틸사진이 포스터로 쓰였다.

-전문 스틸사진가로 되기까지는?


“잡지사를 나와서 동아리 후배와 스튜디오를 차렸다. 처음에는 들어오는 일을 전부 했다. 화보 촬영도 하고, 유명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과도 2~3년 일했다. 그러면서 영화쪽 일도 꾸준히 했다.


상업영화는 작으면 60회차 크면 80회차를 따라다녀야 한다. 보통 5~6개월, 전국 방방곳곳 때로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간다. 영화 일을 맡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이 일이 좋기도 하고, 다른 일할 시간이 안나기도 해서 전문적으로 스틸사진가의 길을 걸었다.”


'황해'가 가장 기억에 남아


-스틸사진가라는 직업의 매력은?


“촬영 현장 전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1년에 3~4작품을 하는데 그 작품들이 장르, 장소, 배우가 다 다르다. 일하는 방식은 같지만 늘 새로운 현장을 경험하고 전혀 다른 영화 장르를 체험할 수 있다. 그 점도 매력이다.”

출처: 본인제공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현장의 다양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입은 어떤지?


“사진가는 개인사업자다. 프리랜서라 고정 수입이 얼마라고 얘기하긴 어렵다. 중견기업 부장과 비슷한 정도로 번다. 영화 현장 스텝은 모두 제작사와 계약을 하는데 스틸사진가는 유일하게 투자사와 계약한다. 계약금은 영화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많은 배우들의 얼굴을 찍었겠다.


“황해, 군도, 신과함께 등 하정우씨와 함께 한 작품은 9편 정도다. 가장 많이 찍은 얼굴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인랑에서 강동원씨를 찍었는데 조금 부담스러웠다. 누가 봐도 잘생긴 배우이다 보니 사진이 못 나오면내 책임이지 않나.”

출처: 본인제공
(왼쪽부터) 영화 '황해'의 하정우·'인랑'의 강동원 스틸컷.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황해. 무려 11개월 동안 촬영했다. 겨울에 시작해 다시 겨울이 올 때쯤 끝났다. 2010년 겨울이 눈도 많이 내리고 정말 추웠다. 밤씬이 유독 많아 더 힘들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동지애를 느끼게 됐다. 아무래도 고생한 촬영일수록 자주 생각난다.”


'이 영화 보고싶다' 생각 들도록


-’범죄와의 전쟁’이 터닝포인트라고.


“‘범죄와의 전쟁’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영화다. 스튜디오박스를 차리고 영화 마케팅 회사, 투자사에 프로필도 보내고 전화도 돌렸지만 일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채 7년 여를 보냈다. 그러다 ‘범죄와의 전쟁’을 만나고 찾는 사람이 확 늘었다. 내가 찍은 스틸사진이 포스터로도 쓰여서 영광이었다.”


-스틸사진을 찍을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배우들이 스틸사진을 위해 연기를 두번 하진 않는다.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에 아쉬움 없이 찍으려고 노력한다. 포커스가 나가거나 앵글이 맘에 안들면 아쉬워서 혼자 자책한다. 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찍자’는 걸 항상 염두에 둔다.”

출처: 본인제공
상업적으로 쓰이지 않은 B컷들. (왼쪽부터) 영화 '군도'의 강동원·'밀정'의 공유.

-어떤 스틸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관객을 사로잡는 한 컷을 많이 남기고 싶다. 내 사진을 보고 영화에 관심을 갖고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다. 상업적으로 쓰이지 않은 컷까지도 나한테는 의미 있는 사진들이다. 언젠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회도 하고 싶다.”


-스틸 사진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쉽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꾸준히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날 찾는 전화가 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늘 있다. 또 스틸사진가는 영화현장을 따라다니다 보니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점도 생각하면서 일을 선택하면 좋겠다. 사진가, 또 다른 직업을 꿈꾸는 모든 20대에게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다.”


글 jobsN 서은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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