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옷 입고 방방 뛰던 경기장 그 남자, 50억 사장님으로
코렉스 엔터테인먼트 문종철 대표
카드 닳도록 현금 서비스 받기도
스포츠 마케팅 회사로 연매출 50억 이뤄
1980~1990년대 한국 프로 스포츠가 태동했다. 82년 프로야구, 83년 프로축구와 프로씨름, 97년에는 프로 농구가 출범했다. 수많은 스포츠 영웅들이 탄생했고 막 등장한 컬러 TV가 그들의 활약을 생생히 중계했다. 다음날이면 스포츠 신문이 지난 경기의 이모저모를 전했다.
그 시기에 선수들 못지않게 바쁘게 경기장을 누빈 사람이 있다. 인하대학교 응원단장이었던 문종철(47) 대표다. 화려한 응원복을 입고 행사를 누비던 그는 지금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진행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 회사 코렉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다. 코렉스 엔터는 7개 프로 구단의 이벤트를 맡아 연 매출 50억원을 내는 업계 강자다. 스무 살에 학교 응원단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스포츠 무대를 지키고 있는 ‘외길인생’ 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전화기 한대로 사업 시작
-스포츠 토털 마케팅이란 어떤 일인가?
“경기가 있을 때 거기서 진행하는 모든 이벤트를 담당하는 일이다. 전광판에 나가는 영상부터 치어리딩, 경호인력 배치까지 경기 외적인 즐길 거리를 구단을 대신해 기획·제공한다. 또 이벤트에 어울리는 기업 스폰을 끌어오는 등 구단과 스폰하는 기업이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스포츠 행사를 기획한다.”
코렉스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KT위즈(KT야구단), 서울 삼성 썬더스(삼성 농구단), IBK 여자 배구단 등의 구단 이벤트를 맡고 있다.
-응원단장을 하며 스포츠에 눈을 떴다고.
“원래 운동 잘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응원단 선배들이 춤추는 모습에 반해 바로 응원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때는 체육대회도 많고 야구, 농구 등 프로 경기가 많아 응원단을 찾는 곳이 많았다. 벌이도 쏠쏠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응원단만 했다.”
-어떻게 창업했나?
“대학 내내 경기장, 행사장만 다녔다. 자연스럽게 이벤트 회사에 들어갔다. 응원단으로 현장을 겪었고 회사에서 실무를 배웠다. 일도 재밌었다. IMF 때 회사가 망하면서 갈림길에 섰다. 다른 이벤트 회사로 들어가느냐, 창업을 하느냐.
97년에 프로농구가 출범했다. 그걸 보고 하계시즌엔 야구, 동계시즌엔 농구로 스포츠 마케팅 1년 사이클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일감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98년에 코렉스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전화기 한 대, 36개월 할부 스타렉스가 전부였다고.
“아는 선배 사무실 구석에 전화기 한 대 놓고 시작했다. 응원단장 때 경험으로 제대로 된 치어리더 팀을 구성했다. 당시에는 아크로바틱 등 수준 높은 기술을 구사하는 팀이 별로 없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행사를 따내 공연을 다녔다. 그런데 급여주고 나면 돈이 안 남았다. 당시에 갖고 있던 카드 6개가 닳도록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그렇게 5년여를 보냈다.”
“구단 니즈 2·3차까지 충족시켜야”
-재즈댄스학원도 운영했다고 들었다.
“사업 초창기에 스포츠 이벤트 대행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려웠다. 2000년대 초에 재즈댄스가 붐이었다. 이거다 싶어서 사무실에 재즈댄스 학원을 열었다. 수강생 150명이 몰렸다. 행사보다 수입이 좋았다. 힘든 시기를 재즈댄스 학원에서 나오는 돈으로 버텼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로 자리 잡은 건 언제인가?
“사업 초기에는 운영을 위해 기업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같은 일반 이벤트 행사를 많이 다녔다. 일반 이벤트와 스포츠 이벤트 비중이 7대3으로 일반 이벤트가 많았다. 2000년대 중반에 프로배구가 출범하고 여자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일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간 구단 대행을 하면서 쌓은 평판으로 농구, 배구, 야구, 아이스하키까지 다양한 일감이 몰렸다. 이때부터 스포츠 이벤트 비중이 7이 됐다.”
-지금 수입은 어떤지?
“직원 10명이서 연 매출 50억 정도 내고 있다. 2010년 지나면서는 일반 기업 이벤트는 하지 않고 스포츠 구단 대행과 이벤트 용품 사업 등 다른 여러 곳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성공한 이벤트는 무엇인가?
“KT야구단이 창단한 2015년에 시작한 ‘워터페스티벌’이다. 일본 프로야구팀 라쿠텐에서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물 대포와 인공강우기로 홈런이나 안타가 생길 때 시원한 물줄기를 쏜다. 관중 반응이 좋다.”
-업계에서 입지를 다진 비결은?
“구단은 경기를 이기는 것뿐 아니라 이벤트를 잘해서 관중을 팬으로 만들고 광고 수익도 가져가고 싶어 한다. 우리는 구단의 그런 2·3차 니즈까지 충족시킨다. 돈 받은 만큼 이벤트 대행만 하는 게 아니라 구단에서 광고 수익을 최대로 얻고 관중의 마음을 살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엘리트 스포츠 문화 바꾸고파
-유소년 사업도 하고 있다고.
“여자농구연맹(WKBL)과 협력해 전국에 30개 이상 유소년 농구 클럽을 만들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체육관도 지었다. 선수가 없어서 여자 농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클럽은 농구를 하는 친구들이 선수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대회를 열고, 이벤트를 주최하는 등 여자 농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일을 한다.”
-한국 체육 문화가 아쉽다고.
“딸이 리듬체조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은 청소년 선수들이 학교 수업도 다 받고 운동도 즐겁게 한다. 한국은 엘리트 체육 문화다 보니 선수들이 수업도 못 가고 힘들게 운동만 한다. 자발적으로 운동하고 선수로 성장하고 싶도록 한국 체육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하는 유소년 사업에는 즐겁게 운동하는 클럽 스포츠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도 들어있다.”
-앞으로의 목표?
“20대 때 응원단으로 스포츠 행사에 발을 들여 지금까지 이 바닥에 있다. 떠나기 전에 선수 에이전시 일을 꼭 해보고 싶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톰 크루즈처럼 선수를 전담해 키우는 일이다. 목표는 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 고민 중이다. 회사가 매출도 안정적이고 이제 알아서 잘 굴러간다. 그런데 새 사업을 시작해 젊은 날을 고생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진다.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글 jobsN 서은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