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불황 뚫은 대박집 비밀은.." 외식서비스 여자 백종원의 팁

조회수 2020. 9. 25. 00:5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TGI 최연소 점장에서 외식 서비스 업계 여자 백종원으로
외식 서비스 전문가 현성운씨
26세 때 TGI 최연소 점장으로 승진
주먹구구식 아닌 통계 분석과 교육으로

국내 외식업은 사상 최악의 위기다.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임차료도 급격히 올랐다. 외식 서비스 전문가 현성운(38)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가게들은 있다”고 말한다. 그는 26세 때 ‘TGI FRIDAYS’ 최연소 점장 자리에 올랐다. 어린 나이에 매장을 운영하며 서비스와 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본죽’, ‘죠스떡볶이’ 등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매장이 지켜야 하는 서비스·직원 교육 매뉴얼도 만들었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다. 현씨는 포스(POS)를 활용해 통계에 근거해 매장을 운영하라 말한다. 포스는 point of sales의 약자로 점포 판매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가게에서 결제할 때 이용하는 기기다. 또 사장님들이 외면하기 쉬운 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16년간 2000개 매장을 발로 뛰며 깨달은 지식을 담은 책 ‘왜 유독 그 가게만 잘 될까’를 냈다. 오래 현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단박에 안다. 외식 서비스 업계 여자 백종원인 셈. 그에게 외식 서비스 전문가의 삶과 손님이 다시 찾는 가게를 만드는 법에 대해 들었다. 

출처: jobsN
외식 경영·서비스 전문가 현성운씨. 동국대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배민 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했다.

“주머니에 남는 돈, 내 돈 아냐”


현씨는 공동 창업한 외식 서비스 품질관리 전문 회사 ‘주식회사 외식인’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16개 기업을 컨설팅한다. 구체적인 컨설팅 비용이나 수입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사장님들에게 ‘포스를 보라’고 강조한다고

“포스를 현금 출납기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포스는 가게 상태를 진단하는 도구다. 다양한 기능이 있다. 일별 매출뿐만 아니라 시간대별, 요일별 매출을 알 수 있다. 손님 개별 정보도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을 외면하면 영리하게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 포스는 둘째치고, 심지어 가게가 얼마나 버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얼마나 버는지 모르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현장에 나가 ‘얼마 버세요’라고 물으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라 말한다. 김밥을 3000원에 팔면 그게 이익이라 생각한다. 재료비나 기타 비용을 빼고 남은 돈이 이익이다. 이뿐만 아니라 나중에 지출하는 소득세나, 직원 퇴직금을 고려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음식점과 카페, 마트 등 물건과 서비스를 사는 곳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포스(POS) 기기.

-포스에서 뭘 봐야 하는가

“매출 현황만 잘 분석해도 판촉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다. 외식업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비어있는 좌석이다. ‘시간대별 매출 현황’을 보고 언제 매출이 높고 낮은지를 파악해, 시간대별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뜸한 점심 이전에는 관광객 등 단체 고객을 받는다. 점심이 끝나 한가한 2시부터 6시 사이에는 1+1 쿠폰이나, 할인 이벤트로 고객을 유인한다. 저녁 이후에는 영화를 보고 온 고객을 위한 맥주나 와인 할인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또 영업 시작과 종료 시간을 조정해 고정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음식점의 적정 비용구조가 있나?

“한달 매출액을 100%라 할 때, 임차료 10%, 인건비 20%, 재료비 40%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다. 카페는 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임차료 비율이 15~20%로 음식점보다 높은 반면 인건비는 적다. 핵심은 프라임 코스트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합쳐 총매출액의 65%를 넘지 않아야 한다. 외식경영학에 나오는 지식과 현장에서 발로 뛰며 얻은 정보다.”


초고속 승진·시행착오 거듭하며 외식 전문가로


공주대학교 산업정보학과 99학번이다. 뚜렷한 꿈은 없었다. 고민은 늘 “뭘 하며 먹고 사나”였다.


-외식업계 발을 들인 계기는

“대학 시절 처음 가본 TGI의 분위기에 반해 ‘나도 이런 멋진 곳의 점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서비스직이 적성에 맞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미국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했다는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산학실습을 신청해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TGI에서 인턴 실습을 했다. 산학실습은 보통 전문대에서 기업과 연계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학교에서 나 혼자 산학실습을 했다. 1등으로 수료해 곧바로 취직했다. TGI는 매장 서비스와 직원 교육이 체계적이고, 승진 체계도 잘 갖추고 있었다.”


TGI 승진 시스템은 ‘직원-캡틴-서비스 매니저-키친 매니저-점장’ 순이었다. 현씨는 캡틴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 매니저로 승진했다. 입사 4년차에 주방을 책임지는 키친 매니저로 승진했다. 또다시 1년 만에 점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담당하는 매장은 직원수가 50명이 넘었고, 월매출이 1억원이 났다. 중소기업 대표인 셈이었다.

출처: 현성운씨 제공
TGI에서 근무할 때 모습.

-초고속 승진의 비결은 무엇인가

“목표가 뚜렷했다. 보통 점장이 되려면 10년이 걸렸지만 나는 5년 안에 이루겠다 다짐했다. 집은 경기도 평택이었고, 회사는 여의도였다. 지각 한번 하지 않았다. 평소 공부와 거리가 멀었지만 외식업이나 매장 관련 공부는 열심히 했다. 또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 고객과 항상 명함을 교환했다. 고객이 가면 명함 뒤에 누구랑 와서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특징을 적고 달달 외웠다.”


-어린 나이에 점장을 맡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텃세도 있었을 것 같다

“키친 매니저를 맡았을 때 어려움이 컸다. 나이도 어리고, 홀 출신인데다 조리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방 직원들이 쉽게 신뢰하지 않았다. 레시피 테스트 등 사내 시험이 수시로 있었는데, 악착같이 공부해 모든 시험에서 항상 1등 했다. 또 내가 어리기 때문에 직원들과 어울리면 관리자의 권위가 무너질까 싶어 직원들과 술 한잔도 안했다.”

출처: 현성운씨 제공
(왼쪽부터) TGI에서 일할 때 담당 구역을 나타낸 표와 업무 구분표. 직원이 돌아가며 리더가 된다. 리더는 그날 회의를 주최해 목표를 세운다.

직원 교육에서 비전을 본 현씨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교육팀을 목표로 이직을 준비했다.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에서 슈퍼바이저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슈퍼바이저는 특정 지역의 여러 지점을 관리하는 지점장을 말한다. 현씨는 면접에서 무조건 직원 교육을 맡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본아이에프에는 직원 교육팀이 없었다.


-면접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을 것 같은데

“우선 슈퍼바이저로 현장을 경험하며 능력을 보여주면 직원 교육팀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가맹점주분들은 대개 40~60대로 부모님뻘이었다. 이십대 중반인 내가 현장 경험 없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었다. 1년 동안 100여개 매장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로 일한 후, 새로 생긴 직원 교육팀에 들어갔다. 매장 관리부터 직원 교육에 관한 매뉴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다.”


-매뉴얼을 만들며 시행착오는 없었나

“손님이 왕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다. ‘TGI’하면 떠오르는 게 무릎 꿇고 서빙하는 직원들이다. TGI에서 경험한 것을 본죽에 그대로 갖다 붙였다. 본죽에서 5년쯤 일했을 때 고객에게 ‘본죽에 재방문하는 이유’를 조사한 적이 있다. 1위 환경, 2위 브랜드 이미지, 3위 맛, 4위가 서비스였다. 1위가 당연히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내게 큰 충격이었다.” 

출처: 현성운씨 제공
"과거에는 화려한 네일아트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네일아트는 포기했고, 손톱을 단정하게 정리합니다. 현장에 나가 점주들에게 '손톱을 단정히 하라'고 말하는 제가 손톱을 화려하고 치장하고 있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유가 무엇이었나

“TGI는 직영점이다. 여러 직원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 메뉴를 추천하고, 무릎 꿇고 서비스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본죽은 가맹점으로 대게 부부 사장님이 홀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한다. 한번에 받을 수 있는 고객은 10명 내외다. 이런 상황에서 메뉴판을 고객에게 펼쳐주고 메뉴를 추천할 시간이 없다. 실수를 깨닫고 서비스를 모두 간소화했다. 테이블 위에 메뉴판을 펼쳐두고 상차림을 한꺼번에 내놨다. 단, ‘고객이 불편하지 않게 한다’는 원칙은 지켰다. 이후로 경험하지 않은 건 섣불리 컨설팅하지 않는다. 요리법이나 메뉴 구성 등은 내가 창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언하지 않는다.”

현씨는 가맹점주 교육에 온라인 강의를 도입했다. 가맹점주는 계약 후 되도록 빨리 매장을 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픈 전 교육은 중요하다. 현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어야만 오픈 전 현장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간을 늘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었다. 가맹점주들의 교육 만족도는 높아졌다. 외부에서도 직원 교육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본죽 지점수는 250개에서 1500개로 8년만에 6배 성장했다. 죠스떡볶이로 이직했을 때는 ‘죠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전직원이 기업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 현성운씨·월간외식경영 제공
현성운씨가 연재한 외식경영 관련 칼럼 일부.

“자영업에도 비전 있다”


-외식업계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하는 가게들의 특징이 있다면

“첫째 통계를 안다. 포스를 볼 줄 알고, 손익계산서를 쓸 줄 안다. 장사 잘하는 분들은 내야 하는 세금을 월단위로 계산해 비용으로 적어둔다. 직원 퇴직금도 월 단위로 계산해둔다. 직접 일하는 사장님은 자신의 인건비도 비용으로 포함한다.


둘째, 시스템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매출이 오를 수는 있지만 시스템이 없으면 스쳐가는 바람으로 끝난다. 맛도 좋고 사장님도 열심히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우연히 TV방송을 타고 SNS에서 입소문이 나 손님이 몰렸다. 그런데 사장님과 직원이 우왕좌왕하느라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실수가 잦았다. 1~2주 손님이 몰리더니 매출은 금세 시들해졌다. 시스템은 사장님과 직원이 모두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가게에도 예외는 없다.


셋째, 직원을 중요하게 여긴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사람이 직원이다. 직원이 잘해야 손님이 다시 온다. 장사 잘되는 가게는 사장이 직원들을 믿고 맡긴다. 직원 교육이 철저하고, 업무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도 잘 갖추고 있다. 서빙하고 치우고, 접시 닦는 등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비전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 하는 직원이 있는 가게에는 분명 비전이 있다. 자영업이라고 비전 없으란 법 있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내가 발전하고 얻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사장님들이 매장을 늘리며 직원에게 점장을 맡기는 이유도, 같이 성장하자는 뜻이다.”


-고객 입장에서 가면 안되는 가게가 있다면

“장사가 잘 안되는 가게는 약속이라도 한듯 1년 내내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또 조명을 반만 켜 어두침침하거나, 냉방비를 아낀다며 문을 열어둔 집도 의심스럽다. 장사가 안되는 가게들은 신경 써야 할 곳은 방치하는 반면, 꼭 필요한 비용을 줄이려 한다. 식재료비 줄인다며 식재료 양을 줄이고, 인건비 아낀다며 최소 필요 인원마저 지키지 않는다. 식재료가 부실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일하는 사람이 없어 너무 바쁘면 직원이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다. 급기야 고객에게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다음 목표는

“지속가능한 외식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이 인생의 최종 목표다. 아직 서비스·직원 교육이 미흡한 가게가 아직도 너무 많다. 기업 컨설팅 외에 사장님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무료로 하고 있다. 앞으로 서비스 품질 관리를 한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 격차는 더 벌어질 거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