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가구 아니라 과학'에 딴죽 건 문과생이 만든 침대

조회수 2020. 9. 25. 0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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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시달리던 대학생이 침대 만든 사연은
국내 첫 ‘상하좌우’ 움직이는 침대 만든 몽가타
불면증·우울증 경험이 창업 시발점
논문 1000여편 읽고 4년 만에 숙면 침대 완성
출처: 사진 jobsN
정태현 몽가타 대표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1990년대 한 가구 회사가 침대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설파 했던 광고 카피다. 여기에 딴죽을 거는 이가 있다. 움직이는 침대를 뜻하는 모션 베드를 만드는 몽가타의 정태현(28) 대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하는데 정작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능’은 없습니다. 요람처럼 잠을 잘 자게 도와주는 기능성 침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근 많은 가구 업체들이 모션 베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동장치를 사용해 자동으로 매트 상, 하반부가 움직이게 만든 침대를 모션 베드라 한다. 몽가타는 한 발자국 더 나갔다. 이 회사가 만든 침대는 상하는 물론 좌우로 흔들린다. 상하, 좌우 각각 따로 작동하는 제품은 나와있지만 두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는 제품은 없다. 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침대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들어봤다.


불면증·우울증 겪으며 ‘잠’에 대한 연구


정 대표가 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데에는 슬픈 얘기가 숨어있다. 그가 스물네 살 때 외갓집 식구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을 겪고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3주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폐인 생활을 하던 중 친구의 쓴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가 이러고 있는 것을 이모가 하늘 나라에서 보고 계신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봤니?” 우울증, 불면증을 이겨내고 싶었다. 수면에 대한 논문,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움직이는 침대를 만든 계기는.


“우울증을 앓던 이모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돌아가셨다. 그 직전에 이모부께서 돌아가셨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우울증이 왔다. 수면제 없이 잠을 청하지 못하던 이모, 우울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수면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숙면을 도와주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수면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했나.


“논문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다. 학술논문을 모아둔 사이트를 보고 구글링 등을 하면서 1000편 정도는 읽은 것 같다. 그러던 중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의료 논문을 봤다. 침대를 움직여 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잠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 아이를 요람에 눕히고 흔들면 금방 잠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


-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가.


“사람이 잠들기 위해서는 심장박동 수가 안정화돼야 한다. 심박수가 느려져야 잠이 든다. 우울증 환자는 심장박동 수가 느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불면증 환자가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우울증 환자에게 불면증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처: 사진 jobsN
정태현 몽가타 대표

4년 매달려 국내 최초 상하좌우 작동 베드 개발


‘움직이는 침대를 만들어야겠다’는 방향은 생각보다 빨리 섰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문과 출신이라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침대를 만드는 작업은 능력 밖이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같은 학교 건축과에 다니던 김찬식 공동대표를 찾아갔다. 침대 개발에만 4년이 걸렸다.


-기존 나온 모션 베드와 차이점이 뭔가.


“현재 나온 제품들은 숙면에 집중한 기능이 없다. TV나 영화를 잘 볼 수 있는 공간으로는 훌륭하지만 잠을 잘 재워주는 기능은 부족하다. 우리는 잠이 드는 원리에 집중했다. 시중에 나온 제품들이 프레임을 움직여 침대 위·아래를 작동시키는 것이라면, 우리 제품은 메트리스 자체를 상하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동시에 프레임단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기능까지 받쳐준다."


-침대가 숙면을 돕는다는 것이 입증 됐나.


“2016년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와 함께 3개월 동안 16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 수면 효율이 10%가량 상승했고 이른바 ‘얕은 잠’의 비율이 20%가량 줄었다. 수면 효율이 높다는 것은 깊은 잠을 잤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고객들이 침대를 찾나.


“정식 판매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불면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 외에 여성들의 문의가 많다. 여성의 경우 수면의 질이 남성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이다. 호르몬의 변화, 출산 영향도 받는다. 특히 출산 후 수면 패턴이 급격히 망가진다. 우리는 세브란스 수면센터와 함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케어 서비스를 하는데, 50대 갱년기 여성들의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출처 몽가타 홈페이지
몽가타가 제공하는 수면 분석 서비스·몽가타 침대

국내 수면장애 환자 72만.. 국내 모션 베드 시장 1100억원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심사보험평가원 집계 결과 2010년 46만 명이던 수면장애 환자 수는 2016년 72만 명으로 늘어났다. 수면과 관련한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2조원, 세계수면시장 규모는 60조원에 육박한다.


-실적이 궁금하다.


“올해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산후조리원과 협약을 맺고 프리미엄실에 7대를 설치했다. 투자를 받아서 내년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일단 내년 초에 열리는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수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모션 베드 시장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000대 판매가 목표다.”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나.


“우리 회사는 침대 회사가 아니다. 수면을 연구하고 수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회사다. 처음부터 목표는 하나였다. 침대를 통해 불면증과 우울증을 해결하는 통합숙면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잠을 잘 재워주고 내가 제대로 잠을 잤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컨설팅 해주는 전체 과정을 담을 생각이다. 침대를 팔고 일정 정도 수익금을 기부할 생각이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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