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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으로 직행하던 부러진 배트가 부활한 사연

조회수 2020. 9. 24. 23: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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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 향하던 부러진 배트가 되살아난 사연은
출처: 사진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부러진 배트를 재활용해 만든 샤프.
한화이글스 ‘부러진 배트 재활용’ 눈길
못 쓰는 배트로 샤프⋅연필케이스 제작
배트 이어 다른 제품 활용도 구상

흔치 않은 경우지만 야구 경기 중 타자의 배트가 부러질 때가 있다. 공이 배트 안쪽에 맞거나 배트 끝에 맞으면 부러질 확률이 높아진다. 타자의 실력과 배트가 부러지는 빈도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배트가 부러지고 난 뒤 향하는 곳은 쓰레기 처리장.


최근 이 부러진 배트를 새 상품으로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야구단이 생겼다. 프로야구 구단 한화이글스는 최근 부러진 배트를 업사이클링(upcycling) 해 만든 샤프, 연필통, 명함꽂이 등을 야구팬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업사이클링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폐기물을 본래 가치보다 높게 재활용한다는 의미다. 이번 사회 공헌을 기획한 오창석(37) 한화이글스 홍보팀 과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출처: 사진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는 부러진 배트를 재활용해 연필꽂이, 샤프 등의 제품을 만들었다.

-부러진 배트를 소재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보통 사회 공헌이라고 하면 봉사활동을 떠올리는데 기왕이면 야구단의 특징을 살리고 싶었다. 선수들이 쓰는 물건 중 배트, 야구공, 글러브 등을 활용할 수 없을까 생각해 왔다.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부러진 배트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다가공이 맞는 부위에 따라 배트의 약한 부위가 잘려 나가는데 나무는 어떤 부위가 잘라져 나가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연간 부러지는 배트는 몇 개나 되나.


“추정하기 힘들다. 한 경기 동안 부러진 배트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3개 이상 나오는 경기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4월부터 7월까지 한화 대전구장에서 모은 배트는 약 50개다. 다음 달에도 행사가 있어서 서산 제2구장에서 부러진 배트 50개를 더 받기로 했다. 어림잡아 연간 100개 이상은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러진 배트는 어떻게 새 제품으로 만들어지나.


“성공회 대전 나눔의 집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 6곳과 합께 샤프, 볼펜, 연필통, 명함꽂이, 시계 등을 만들었다. 쉼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제품을 직접 만든다. 한화 임직원도 시간을 따로 내서 제품 만들기에 동참했다. 배트는 단풍나무나 물푸레나무로 만들어진다. 길이는 106.7㎝를 넘으면 안 된다. 무게는 900g 전후 제품이 가장 많다. 배트가 부러진 부위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배트 한 개 당 샤프 6~8개와 명함꽂이 3~4개 등을 만들 수 있다.” 

출처: 사진 한화이글스 제공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로 올린 300만원 수익은 대전 성공회 대전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배트를 재활용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나.


“그렇게 어렵지 않다. 손잡이 반대편 배트 끝부분의 안쪽 부분을 도려내면 연필꽂이를 만들 수 있다. 샤프는 기계를 활용해 만드는데 이 과정도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 청소년도 어른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나무를 야구 배트 모양으로 다듬고 그 안에 샤프 심 부분을 끼우면 된다. 볼펜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다. 쉼터 내 공방이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은 얼마나 판매됐나.


“이달 초 이틀 동안 플리마켓을 열어 300만원 수익을 냈다. 샤프나 볼펜 끝부분에 이름을 각인해주는 서비스를 함께 해서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샤프는 1만 5000원을 받고 판매했는데 이 가격은 회사 내 상품담당 부서의 자문을 구해 결정했다. 수익금은 전액 성공회 쉼터에 기부했다.”


-야구 선수들 반응도 궁금하다.


“선수들에게 당신들이 쓰던 배트로 만들었다면서 제품을 보여줬더니 신기하다며 본인 배트로도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선수들이 많았다.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 것이라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선수들은 안타 하나를 치기 위해 수백 번, 수만 번의 스윙을 한다. 선수뿐 아니라 제품을 사는 사람도 이런 가치를 높이 사는 것 같다.”

출처: 사진 한화이글스 제공
오창석 한화이글스 홍보팀 과장.

-구단 선수들이 평소에도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김태균 선수가 대표적이다.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아너스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나눔국민대상 표창을 받았다. 중증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 건립 캠페인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정우람 선수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선수단과 팬이 함께 하는 기부 행사도 종종 여는데, 우리 팬들도 선수들과 함께하는 기부 행사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사회 공헌 활동 후 인상적인 피드백이 있었나.


“팬들의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호평을 받을 줄 몰랐다. 선수들이 사용한 값진 물건이 의미 있게 사용된다는 점을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 플리마켓 당일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 샤프를 10개나 사 간 분도 있다. 배트 수급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제품을 많이 만들지 못한다. 의도치 않게 리미티드 제품이 됐다.”


-다음 프로젝트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서 다음 달 중순쯤 플리마켓을 한 번 더 진행할 생각이다.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금액대를 좀 더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한 직원이 와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사회 공헌 활동도 얼마든지 재밌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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