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습에 사용한 돈 모았으면 중형차 한 대 샀죠"

조회수 2020. 9. 24.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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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연습 재료 값 모았으면 중형차 한 대 샀죠"
로스팅 챔피언십 금상 임대규(26)씨
“커피도 하나의 요리, 타이밍 있어”
“에스프레소·물·우유가 황금비율 이뤄야”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남다르다. 작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원으로 10년 전(3조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512잔. 이제 커피는 한국인에게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커피는 맛보다 양인 것일까. 1L 커피 등 양으로 경쟁하는 업체들이 많지만 정작 맛을 내세우는 업체는 많지 않다. 또 편안한 매장 분위기가 카페 선택 기준이라는 사람도 있다.


커피 맛을 따지는 사람도 드물다. 커피 맛은 다 똑같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커피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먹어본 적 없다고 한다. 맛있는 커피는 정말 있을까?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커피 원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로스팅테크니션캠프가 주최한 2018 로스팅 챔피언십 금상 수상자 노원바리스타전문학원 원장 임대규(26)씨를 만났다.

출처: 임대규씨 제공
로스팅 챔피언쉽 상패를 들고 서 있는 임대규(26)씨

라떼아트 연습에 사용한 우유가 1년간 2400통…아직도 부족해


- 커피 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들었다.

그동안 라떼아트나 핸드드립을 평가하는 대회는 많이 참가했어요. 로스팅 대회에는 이번에 처음 참가했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해서 상을 타지 않았나 싶어요. 커피 원두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해 인터넷과 책을 통해 찾아보기도 했거든요. 또 어떤 커피 생두가 대회에서 나올지 몰라 여러 생두로 직접 연습도 했어요. 덕분에 대회에서 주어진 커피 생두 특징을 잘 살릴 수 있었죠.


- 로스팅 챔피언십은 어떤 대회인가.

커피의 기본인 생두 볶는 역량을 평가하는 대회에요. 로스팅 챔피언십 서울·강원권 대회에 참가했죠. 커피 생두 2kg를 볶아 원두를 만든 후 원두 볶음정도·향·맛 등 총 11가지 항목을 평가해요. 여러 종류의 커피 생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생두에 대해서 빠짐없이 알고 있어야 하죠. 어떤 커피 생두가 나올지도 모르고 커피 생두마다 볶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 라떼아트 연습에 우유 2400통을 썼다는데.

2016년 8월에 한국외식음료개발원이 주최한 라떼아트 대회에서 동상을 탔어요. 커피를 내리면서 가장 두근거릴 때가 바로 예쁜 라떼아트를 만들 때에요. 그래서 기계처럼 라떼아트도 예쁘게 찍어낼 수 없을까하는 각오로 퇴근 후 혼자 수만 번을 연습했어요. 혼자 연습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실수해도 코치해줄 사람이 없어 나아지지 않았죠. 라떼아트 장인으로 유명한 분들을 찾아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1년 동안 과외받으며 사용한 우유가 2400통(4800L) 정도였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커피 연습에 사용한 돈 모았으면 중형차 한 대 샀겠다고 친구들과 농담삼아 얘기해요.


- 지금 실력은 어떤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지금도 꾸준히 연습 중이에요. 라떼아트로 상을 탔지만 대회에서 굉장한 실력자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실력이 많이 부족한데도 상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더 잘하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출처: 임대규씨 제공
2016년 8월 참가한 라떼아트 대회 사진

학교 양호선생님 꿈꾸던 청년…바리스타 강사로


- 원래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대학교에서 보건바이오를 전공했어요. 원래 꿈도 학교 양호선생님이었죠. 군 제대 후 이 길이 맞는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머리 쓰는 일에 강하지 않았거든요.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커피였어요. 취미로 하고 있던 커피를 직업으로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 커피는 언제부터 좋아했나.

고등학생 때부터 커피를 내리는 일이 취미였어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은 20살 때 땄어요. 자격증을 따고 그해 인천에 있는 바리스타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죠. 그때는 진짜 강사로 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커피가 아닌 다른 일도 많이 했거든요. 마트 진열·주차장 관리·식당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직업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1년을 방황하면서 문득 ‘커피’로 다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5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바리스타 강사 생활을 시작했죠. 바리스타 교육·라떼아트·핸드드립 등을 가르쳤어요.


- 카페 직원이 아닌 강사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는 카페 직원으로 취업했어요. 개인 카페에서 1년간 직원으로 일하면서 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일이 정말 뿌듯했거든요. 누군가의 앞에 서는 일을 좋아해요.

출처: 임대규씨 제공
임대규씨가 직접 만든 라떼 아트

커피도 하나의 요리, 배워야 하는 과정 많아


- 바리스타 강사는 어떤 직업인가.

예를 들어 요리를 할 때도 전을 뒤집는 타이밍이 있듯이, 커피도 그런 타이밍이 있어요. 생두를 볶고 추출해서 내리는 과정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세밀하게 해야 하거든요. 바리스타 강사는 그 세밀한 과정을 단계별로 가르치는 일이에요. 커피가 맛있어지는 타이밍과 정확한 추출 방식을 알려줘야 하죠. 평범하게 추출한 커피와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추출한 커피의 맛을 비교해주면 사람들이 놀라요. 커피 맛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냐고.


- 바리스타 강사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한다고 했을 때 수학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바리스타 강사도 같아요. 실력이 중요한 곳이거든요. 커피는 아직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어요. 바리스타·라떼아트 등 모두 민간자격증만 있죠. 또 튼튼한 위장이 필수에요. 커피를 많이 마실 수 있어야 하거든요. 많이 마시는 날에는 하루에 커피만 50잔을 넘게 마시기도 해요. 강사를 꿈꾸시는 분들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험을 쌓는 것도 좋아요. 커피를 내리는 일부터 손님 응대·상황대처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바리스타 학원은 카페 창업이나 카페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현직에서의 경험은 필수에요.


- 일하던 학원을 인수했다는데.

지금 인수한 학원에서 강사로 8개월 일했어요. 2017년 10월에 인수해서 지금은 시작 단계죠. 학원 인수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어요. 강사로 일하던 학원 원장님 건강이 나빠지셔서 더 이상 학원 운영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때 학원 인수를 제안하셨어요. 창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큰 기회라 생각해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출처: 임대규씨 제공
2018 로스팅 챔피언십 대회 참가 사진

바리스타도 전문적인 기술 필요해…인식 전환 위해 노력할 것


- 창업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은.

학원 운영은 쉽지 않았어요. 처음 학원을 인수하고 4개월은 직원을 고용해 수업을 나눠 담당했는데 직원 월급으로 나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거든요. 지금은 직원없이 혼자하고 있어요. 자기 생활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죠.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있거든요. 뿌듯할 때도 있어요. 학원 수강생이 카페를 차렸다고 가끔 찾아오거든요. 10개월 동안 벌써 수강생 6명이 창업을 했다고 알려줬어요.


- 향후 계획은.

우리나라에서 바리스타 강사로 유명해지고 싶어요. 지금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인지도도 필요하겠죠. 이번 로스팅 대회에서 상을 탔던 것처럼 여러 커피 대회에 나가 전문가들에게 꾸준히 인정받을 생각이에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리스타는 아직까지 알바 아니냐는 인식이 많아요. 카페 아르바이트로 간단하게 배워서 커피를 내려도 맛은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커피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커피도 하나의 요리거든요. 또 자동 커피머신에 로봇 바리스타까지 나오고 있어요. 카페에서도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죠. 그렇지만 기계는 흉내낼 수 없는 맛과 향이 있어요. 그런 맛과 향을 내기 위해서 앞으로 많이 노력할 예정이에요.


글 jobsN 김경철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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