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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직업도? 4만 돼지 '입맛' 책임지는 12억 남자

조회수 2020. 9. 24. 15: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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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축사 설계하며 함께 고민..내가 농장주라는 생각으로 해결책 내놓죠"
[영업의 기술 ⑨]
카길애그리퓨리나 이규진 부장 인터뷰
건국대 축산경영 졸업 후 영업맨 입문
“내가 농장주라는 생각으로 토탈 솔루션”

카길애그리퓨리나는 글로벌 선두 사료업체인 카길의 한국법인이다. 소, 닭, 돼지 등 가축이 태어나서부터 자라는 동안 단계에 맞는 사료를 공급한다. 소[牛]만 하더라도 분유 형태로 타서 먹는 대용유(어미젖 대신 먹는 우유)에서부터 고체 형태의 사료까지 다양하다.


카길애그리퓨리나 직원은 4분의1 가량이 영업사원이다. 카길의 양대 사료 브랜드인 뉴트리나와 퓨리나 사업부를 합해 100여명의 영업사원이 있다. 이규진 부장은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 지역의 소와 돼지를 키우는 농장주를 담당하는 뉴트리나 사업부 영업사원이다. 연간 매출 140억여 원을 책임지고 있다.


서울 동북고와 건국대 축산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카길애그리퓨리나에 입사해 영업 외길을 걸어왔다. 이 부장은 카길 글로벌 본사에서 ‘글로벌 카길 세일즈 엑설런스 어워드’도 받았다. 이 상은 전 세계 카길 영업사원 중 매출 성과와 고객사(농장)의 축산 성과 등을 감안해 시상한다. jobsN은 지난 3일 경기 분당 카길애그리퓨리나 본사에서 이 부장을 만나 영업맨의 삶과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출처: 카길애그리퓨리나 제공
이규진 부장(오른쪽)과 고객들.

“많은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 선배 권유에 입사 결심


- 사료 영업 분야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축산경영을 전공했지만, 딱히 축산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취업설명회를 나온 학교 선배들이 ‘많은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 등으로 설명한 것에 끌렸다. 그래서 지원했다.”


- 입사 과정은 어땠나.


“50분간 한차례 면접을 보면 끝이다. 면접이라기보다는 서로 다양한 것을 물어보는 인터뷰 형식이다. 나도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봤다. 영업본부장과 인사담당자 등 5명이 면접관으로 나온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위해 영업사원들에게 지급되는 ‘퓨리나 넥타이’와 유사한 문양의 넥타이를 하고 갔던 기억이 있다.”


- 사료 영업은 일반 영업과는 어떻게 다른가.


“농장주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업무영역이다. 만일 내가 지금 당장 양돈 농가를 운영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듯하다. 관련 실무 전체를 할 줄 안다. 양돈 축사를 짓는 것에서 사료 급여 라인 설계, 실제 돼지 사육 등 전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사료 영업은 거래를 하면 그때부터 업무가 다시 시작이다. 물건을 팔았다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영업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돼지나 소가 어떻게 크는지, 월령에 따라 동물들이 사료는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는지 등을 함께 모니터링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반면 타 영업 직군과 달리 화려한 언변은 비교적 덜 중요하다. 사료 영업은 언변보다는 철저하게 자료나 현장 케이스 등으로 승부해야 한다. 농장주가 궁금한 점이 있거나, 문제점이 생겼을 때 유사한 케이스나 적절한 자료, 솔루션을 바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입사하면 교육을 얼마나 받나.


“입사 후 교육만 15개월간 받는다. 가축에 필요한 영양소 등 축산과 기초부터 시작해 세일즈 기법 등을 가르친다. 실습도 3개월간 있다. 낙농, 한우, 양돈 등 농가에서 1개월씩 숙식하면서 농가를 실제로 어떻게 운영하는지 배운다. 고객이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몸으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현업 영업사원과 동행하면서 일을 배우는 현장 트레이닝 교육도 있다.” 

출처: 카길애그리퓨리나 제공
이규진 부장.

매일 농장으로 출근…최근에는 폭염 상태 점검도


- 당신의 업무 영역은.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 지역 농가에 한 달 기준 2300t의 사료를 공급한다. 내가 담당하는 사료를 먹는 돼지가 4만 마리, 소가 500마리다. 담당하는 딜러(총판 사장)가 3명, 고객(농장주)이 50명 정도다. 월평균 12억원의 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대개 포천이나 철원 농장 현지로 출근한다. 아침 일과를 현장에 있는 딜러들과 아침 회의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하루에 서너 곳의 농장 현장을 방문한다. 딜러와 함께 나가는 경우가 많다. 거래처 농장의 소나 돼지는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애로사항이 있으면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신규 거래처로 발굴할 농장도 꾸준히 방문한다.”


- 농장에 방문하면 주로 무엇을 하나.


“농장주가 카길의 사료 급여 프로그램에 맞춰 먹이고 있는지 확인한다. 현대의 동물 사료는 월령별, 상태별로 사료가 다르다. 정확한 용법에 따라 먹이는 것이 동물을 건강하고 더 잘 클 수 있게 하는 길이다. 가령 갓 태어난 돼지의 사료와 번식 구간의 사료가 다르고, 임신 기간별로 성분이 다르다. 이에 맞춰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농장주에게 조언을 하고 또 애로사항 해결책을 찾는다.


최근에는 폭염으로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우면 사료 섭취가 적고, 번식이 덜 된다. 덕트(duct·공기 통로) 설치 등에 대해 제안을 하고 관련 업체를 연결해 준다.”


“원하면 언제든 지식 얻을 수 있는 시대…관심이 중요”


이 부장은 업계에서는 ‘3D 영업맨’이라는 별명도 있다. 거래처인 농장주들에게 영업을 하면서 3D 설계 프로그램으로 축사 설계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 영업맨이 설계를 한다는 것이 생소하다.


“독한 마음을 먹고 배웠다. 영업 현장에서 농장주들의 애로사항을 듣다가 배웠다. 대개 농장주들이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축사 레이아웃을 대강 그려서 주면, 시공업체가 적절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중에 기자재를 넣으려고 하면 축사 기둥을 잘라야 하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사료를 주는 라인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사전에 철저히 시뮬레이션을 해야 했고, 이를 위해 3D 설계를 배웠다. 이외에도 CF 광고 같은 소개 영상을 만들어서 농장주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 어떤 영상인가.


“해외 카길 거래처에서 운영 중인 농장 현지 영상이나, 타 농장에서 운영 중인 사료 급여 프로그램 운영 영상이다. 말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5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서 아이패드로 보여준다. 농장주들이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 향후 계획은.


“설계와 시공 케이스를 쌓아 한국형 돈사(豚舍) 모델을 정립해 보고 싶다.”


- 사료 영업맨은 어떤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나.


“농장주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에 대한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거래하는 농장주들은 대개 연간 매출 40억~50억원을 내는 분들이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로 혼자 의사결정을 다 해야 한다. 자문을 구할 사람이 없다. 영업맨은 이들의 곁에서 가축 영양상태, 축사 설계, 세금 문제, 영농 승계 등 각종 사안에 대해 솔루션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일한다.”


- 이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축산업은 변화의 시기다. 현재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농장주들이 하나둘씩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 농장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타 산업과의 융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은 정보기술(IT)을 축산업에 접목했다면, 이제는 금융업을 접목할 때다. 단순하게 땅이나 가축이 몇 마리인지를 두고 담보를 평가하는 식이 아닌, 생산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빠른 ‘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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