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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심 홀린 남자의 1만5000원 대박 아이템

조회수 2020. 9. 24.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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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건강검진? 1만5000원이면 집에서 끝, 20~30대 여심 홀린 비결
문과 나온 삼성SDS 개발자 출신
4개월만에 판매량 1만개 돌파
작은 창업 경험이 성공 비결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사람 이상으로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고, 비용도 수십만원으로 만만찮다. 결국 미루다 큰 병 치레하는 경우가 많다. 싸고 간편하게 반려동물을 검진할 방법은 없을까. 간단한 기구로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심을 홀린 남자가 있다. 핏펫 고정욱(31) 대표를 만났다.


핏펫은 반려동물 소변으로 아픈 곳이 없는지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 ‘어헤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검사지에 소변을 묻힌 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검사지를 촬영하면, 당뇨병·요로결석·간질환 등 10가지 질병 징후가 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1만5000원에 불과하다. “병을 고치는 장치는 아니에요. 동물병원에 데려갈 필요가 있는지 알려주는 거죠.”

출처: 핏펫 제공
핏펫의 어헤드 키트(좌)와 고정욱 대표

애완견이 가져다 준 대박


4월 제품이 출시돼 이제 겨우 3개월여 지났는데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다. 최근 누적 판매량이 1만개를 넘어섰다. 직원이 총동원돼 제품 포장에 꼬박 매달리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 해외 수출이 성사 직전이다. 연말까지 1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된 소비층은 젊은 여성이다. “고객 분석을 해봤더니 93%가 20~30대 여성으로 나타났어요. 지역적으로는 서울 경기가 60%구요. 아무래도 반려동물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분들의 구입 비중이 높습니다.”


작년 5월 고 대표 본인 경험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기르는 애완견 ’제롬‘을 한밤 중 동물병원에 데려간 일이 생긴 것. “밤새 낑낑대는 게 심상치 않아 데려 갔더니 요로 결석 판정이 나오는 거에요. 이렇게 아파할 정도로 뭐했나. 소변 제대로 안나올 때 왜 몰랐나. 자책이 들었어요.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제 눈엔 그냥 계속 행복해 보였는데 말예요. 사정도 모르고. 무척 안쓰러웠어요.” 그길로 가슴 한켠 간직했던 창업을 실행했다.


-원래 생각했던 아이템인가요.


“네. 강아지를 정말 좋아해요. 첫 직장 입사 때 채용 전형에 PT(프레젠테이션) 면접 단계가 있었는데, 이때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을 정도에요. 간단한 진단 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는데, 제롬이 사건을 계기로 실행에 나선 겁니다.” 


안면마비도 못말린 사업 열정


창업 전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했다. 첫 직장은 삼성SDS.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입사했다. 문과를 나왔지만 IT개발자 신분으로 들어갔다. “대학 때 개인적으로 코딩을 공부했어요. 물론 전공자 급은 아녔죠. 하지만 삼성SDS가 비전공자까지 개발자 채용 문호를 대폭 개방하면서, 개발자로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입사후 직무 교육을 받고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과 관련된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자연스레 컴퓨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입사 3년 만인 2016년 4월, 신생 P2P금융회사 ‘펀디드'의 초기 멤버 합류를 제의 받았다. 고민 끝에 문과생이면 누구나 부러워할 삼성맨을 박차고 나왔다. 펀디드에서 CMO(Chief Marketing Officer)를 맡았다. 마케팅을 책임지는 자리다. 투입 비용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서, 효율적으로 마케팅 하고 자금 모집하는 일을 맡았다. 재밌었다.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 하지만 제롬이 사건이 터지면서 이제 나만의 일을 할 때란 결심이 섰다.

출처: 펫 제공
핏펫 직원들

-창업 결심하고 뭐부터 시작했나요?


“영상처리 기술 확보가 시급했어요. 검사지 찍은 화면을 앱이 분석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이죠. 그런데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할 수 없이 관련 전공을 하시는 교수들께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어요. 10명 넘게 보내는데 그 중 2명이 답장을 주시더라구요. 그렇게 좋은 조언을 얻고, 박사급 연구원 소개도 받을 수 있었어요.”


인복이 있었다. 순조롭게 개발인력 3명을 확보하고, 알고 지내던 수의사가 자문의로 합류했다. 산학협력 사업도 수주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의 기술상용화 사업에 선정돼 자금 3000만원과 함께, 덕성여대의 기술 자문을 받게 됐다. 덕성여대는 시료의 화학 분석 부분을 맡아줬다. “큰 도움이 됐죠.” 시료 분석 내용을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은 자체 개발 인력과 고 대표가 주도했다. 삼성SDS에서 익힌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분석 기술이 큰 도움이 됐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나요.


“계속 제품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시료 확보가 쉽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저를 포함해, 집에서 반려 동물 키우는 직원들이 아침마다 강아지가 소변 볼 때까지 기다려 시료를 모아오곤 했어요.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녔죠.” 다행히 제품 출시 전 집중 테스트 기간에는 수의사들 도움을 받아 다양한 시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창업 후 9개월의 연구개발 끝에 2018년 4월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요화학검사지와 포장 박스 등은 외부에 주문해 만들어 상표를 붙여 판다. 이른바 주문자상표 부착 방식(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다.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만들기 무섭게 바로 나간다. 곧 수출까지 시작하면 현재 설비용량으로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에 이미 OEM을 추가로 맡긴만한 곳을 봐뒀어요. 주문이 늘어나는대로 즉각 대응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잘해 온 비결이 뭔가요.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창업해 본 분은 아시겠지만, 사업 초기 대표가 해야 할이 정말 많아요. 산더미 같죠. 그걸 안미루고 다 처리했어요. 제품 출시 직전 안면마비가 왔고, 스트레스 때문에 피부 속 혈관이 터져 손가락이 파랗게 변했어요. 그런데도 무식하게 참고 일했어요. 끈기 있게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은 게 아직까지 제 비결입니다. 창업 전 스타트업에 참여해서 마케팅과 투자 유치를 해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구요.” 

출처: 핏펫 제공
핏펫 고정욱 대표의 애완견 제롬이

작은 창업부터 해보세요


사업 초반이라 고객 피드백이 무척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 피드백을 모아 앱을 업데이트 한다. 검증 그룹이 큰 역할을 한다. 지인으로 구성된 검증 그룹이 고객 피드백을 1차로 걸러 불필요한 일을 덜어준다, “검증그룹이 필요한 피드백이라고 판단한 것을 중심으로 앱을 개선해요. 처음 나왔을 때보다 앱이 많이 좋아젔어요.”


앞으로 관건은 기존 고객의 지속적인 재구매다. “수의사들은 1~2개월에 한번씩 반려동물 건강 검진을 권해요. 이번달 괜찮다가도 다음달이나 다다음달 금세 병이 발견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지 재구매율은 8~9% 정도에 그치고 있어요. 인식 개선이 필요한거죠.”


지금은 개와 고양이 진단만 가능하다. 앞으로 다른 애완 동물로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연관 분야로 진출도 곧 한다. 코 무늬로 개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람에게 지문이 있듯, 개에게는 비문(鼻紋)이 있는데 그 정보를 모아 반려견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려견 분실 등 돌발 사태때 대응할 수 있다. “1200개 정도 샘플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정답률이 100%에요. 정확하게 개 신원을 식별하는 거죠.” 관계 기관에 시스템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일찍부터 창업을 꿈꿨다. 대학 때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다가 1년만에 폐업한 경험이 있다.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한다. 컴퓨터정보통신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좀더 준비했으면 좋았을거란 아쉬움이 혹시 있나요.


“더 많이 창업을 해봤을걸. 하는 아쉬움이요. 학생 때 쇼핑몰 하고, 삼성 나와 스타트업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계약서 보는법, 좋은 거래 상대방 선별하는 법 부터 마케팅, 연구개발 등 뭐 하나 버릴 경험이 없어요. 쇼핑몰할 때 ’이거 분명 대박나겠네'하는 아이템을 올렸는데 거의 안팔린 적이 있었어요. 그걸 계기로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게 모여 인사이트가 됩니다. 대학생 때 쇼핑몰만 하지 않고 다른 창업도 해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때 시간이 정말 아까워요. 작은 창업부터 해보세요. 성공 확률이 확 올라갈 겁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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