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대신 야반도주한 단짝 친구 "퇴사 후 여행은 개고생, 하지만.."

조회수 2020. 9. 24. 14: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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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질러도 생각보다 별일 안생겨요"..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개그 코드가 잘 맞아 한번도 싸운 적 없어
여행 자금 부족해서 딸기농장 노동까지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하던 일 관두고 무작정 세계여행은 말 그대로 '개고생'이다. 최근 잘나가는 대기업을 때려치고 세계여행을 떠난 이야기로 책을 써 스타가 된 여행객이 많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진짜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럴싸한 스토리를 가지고서다.


그런데 무작정 떠난 여행이 진짜 고생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다. 김멋지(34)와 위선임(34)가 그 주인공. 그들은 대학교 신입생 OT때 처음 만난 10년지기 친구 사이다. 세계 여행 도중 돈이 떨어져 딸기 농장에서 신물나게 딸기를 포장하기도 했다. 뜨거운 햇살을 견디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선크림을 바르는 여행가의 현실을 보여줬다. 판에 박힌 SNS용 사진과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그저그런 말이 아니었다.

출처: jobsN
위선임과 김멋지씨

고된 여행이지만 재밌고 유쾌했다. 그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에는 "와 저런 여행 다녀오면 다음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sns 사진용 여행이 아니라 진짜 여행을 하신 거 같아요"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영상을 보면서 "나도 실제로 여행 할 때에는 저런 모습이었어"라고 공감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 하고 글을 쓰고 영상도 만든다. 여행으로 스타가 됐지만, 그들은 꼭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을 만나 서른에 떠난 718일 24개국 해외 여행 이야기와 크리에이터의 삶을 들었다. 여행이 끝난 건 2년 전이지만 현재도 여전히 즐겁게 살고 있었다. 

- 김멋지와 위선임. 이름이 특이하다. 본명인가?


(김) "내가 생각해도 멋지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정한 가명이다. 본명은 김연우다. 전직은 패션디자이너고 현직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전에는 직업을 물으면 '자발적 삶을 위한 선택적 백수'라고 했다. 직업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보다 그냥 내 이름이 나를 표현하는 게 좋다."


(위)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5년차 직장인의 직급을 선임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위선임이라 불렸다. 본명은 위경은이다. 전직은 조직 내 교육을 담당하는 HRD(인적자원개발) 직무의 회사원이었다. 현직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걸로 안다. 탄생 비화는?


(김) "여행이 인생의 큰 이벤트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떠나기 전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블로그 이름이 필요해서 선임의 자취방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토론하다가 지은 이름이다."

출처: 위선임·김멋지씨 제공
출국 날(왼쪽부터 시계방향), 라오스, 모로코, 나미비아에서의 사진

- 왜 여행을 떠났나?


(위)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결정하는데 1년반 넘게 걸렸다. 29살에 선임으로 승진을 했다. 입사 초기에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려 열심히 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이 나빠졌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명분이 필요했다. 그 때 떠오른 것이 멋지와 세계여행을 하기로 한 약속이었다. 대학시절 함께 멋지와 인도여행과 터키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 후 서른 전에 배낭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 멋지에게 세계여행 이야기를 꺼냈고 멋지는 3초도 고민하지 않고 간다고 해줬다."


(김) "나는 회사생활의 고통은 없었다. 회사도 재밌었지만 여행을 가면 펼쳐질 일들이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 국내 최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가 뽑은 2017 여행 동영상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은


(김) "우리 영상의 매력은 공감에 있다. '저런 여행은 나도 해봤는데' 같은 공감이 비결이다. 우리는 영상에 긴 이동에 못생겨진 채로 구겨져 자거나 길바닥에서 급히 선크림을 바르는 모습 등 솔직한 장면을 그대로 담았다. 그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담은 것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 영상 제작을 따로 배운 적이 있나


(위)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전공과도 무관하다. 우리는 의류학을 전공했다. 구글 검색과 유튜브 강좌를 통해 스스로 학습했다. 우리가 만든 영상도 간단한 기능만을 사용한 기본적인 편집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툴을 다루는 실력이라기보다 감각이라 생각한다."

출처: 위선임·김멋지씨 제공
쿠바에서의 생일파티(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호주 딸기농장, 나미비아(왼쪽) 모로코(오른쪽)에서의 사진

-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멕시코, 쿠바, 태국, 인도 등등 많은 곳을 갔다. 718일 동안 온갖 일을 다 겪었을 것 같다. 여행에서 힘든 일은 없었나


(김) "적금·펀드에 퇴직금까지 털어 1인당 1500만원을 들고 여행을 떠났다. 296일간 12개국을 여행하면서 9개월 만에 여행 경비를 다썼다. 1인당 1338만원 경비가 들었다. 돈이 부족할 거라 예상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돈을 벌려고 9개월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딸기 포장을 했다. 일 하는 동안은 여행은 전혀 못했다."


(위) "2년동안의 여행이 끝나기 3일 전 인도에서 맹장이 터졌다. 비행기도 미루고 그 곳에서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무서웠다."


- 2년 동안의 세계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인가?


(김) "쿠바다. 그곳에서 좋은사람들과 완벽한 생일을 보냈다. 여행 속의 여행이었다."


(위) "멋지가 생일에 해줄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숙소에 있던 각국 친구들과 여행 속 작은 여행을 꾸몄다. 당시 머물던 곳이 쿠바 아바나 한국인들 많은 숙소였다. 거기 머물던 사람들 모아서 옆 도시 비냘레스로 갔다."


(김)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데 그날 비도 왔고 술도 마셨고 음악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 때 만난 사람들이 정말 좋았다."


(위) "나 역시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그 곳이 가장 좋았다. 사실 멕시코에서 만난 한국인과 연애를 했다. 지금은 헤어진 상태라 더 이상 언급은 어렵다."

출처: 위선임·김멋지씨 제공
강연 하는 모습(왼쪽부터), 카카오 브런치 작가, 행사 진행

- 세계일주 후 달라진 게 있나?


(위) "자존감이 높아졌다. 원래는 남의 반응을 신경쓰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어디를 갈건지, 언제 일어날건지 등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했다.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을 기르면서 나를 좀 더 존중하고 아끼는 법을 알게됐다."


(김) "가만히 있을 때보다 행동할 때 재밌는 일이 더 많이 생긴다는 걸 배웠다. 귀찮아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 전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 현재 하는 일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들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위) "단어 그대로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제작하는 콘텐츠의 범주는 다양한데 영상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이 기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정형 콘텐츠를 다루기도 한다. 강연을 하거나, 여행 기획,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것 등이다."

출처: 위선임·김멋지씨 제공
디스커버리 원정대, 갈라파고스에서의 사진.

- 그 외에 다른 일도 하는지 궁금하다


(김) "명함을 제작하기도 했다. 나는 캐리커쳐를 그리고 선임이는 캘리그래피를 썼다. 또 여행사 홈페이지나 랜딩 페이지, 로고 등의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의뢰받아 제작해 돈을 벌었다. 현재는 잠정 중단한 일이다."


- 콘텐츠를 제작할 때 여행이라는 소재가 고갈 되면 하고 싶은 주제가 또 있나


(위) "여행으로 소재를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주제들은 있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의 허와 실', '프리랜서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여러가지 일들', '현재 살고 있는 동네 이태원에서 벌어지는 일상', '초보 작가의 고군분투 책 출간 일지' 등이다."


- 수입은 어느 정도나 되나?


(위) "프리랜서다 보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도 지금은 집세 보험비 통신비는 빚내지 않을 정도로 벌고 있다. 요즘에는 집필에 집중하느라 의도적으로 일을 줄이다보니 1인당 150만원 정도 벌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김) "단 하나라도 하고 싶은 일을 질러봤으면 좋겠다. 그걸 해봤을 때 오는 희열, 걱정만큼 별일이 생기지 않을 때의 놀라움 그런 느낌들이 모여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위) "여행을 떠나야한다고 종용하는 분위기는 불편하다. 청춘이라고 해서 배낭여행을 꼭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이야기가 여행을 꼭 떠나보라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jobsN 최현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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