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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말기 이겨낸 청년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

말기암 이겨낸 청년의 꿈 “계속 배낭 꾸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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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또 봐요

암투병했던 30대 청년
회사 돌아오니 내 자리 너무 고마워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 주고파”

“혈액암 말기입니다.”


이정훈(38)씨는 2015년 7월 서른 다섯살에 암 진단을 받았다. 버킷 림프종 혈액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즈음 배가 자주 아팠지만 그냥 위염인 줄 알았다. 8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고, 2개월 전 마라톤 완주도 했다. 건강을 자신했다. 그런데 암···.


이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담담히 지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느날 갑자기


스물다섯에 취직해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암이라고 했다. 이미 온몸에 암세포가 퍼졌지만, 생존 가능성은 있다는 의사 말에 암과 싸워보기로 했다.


당시 SK플래닛에 다니고 있었는데, 회사에 발병 사실을 알렸다. 병가 및 사상 휴직 1년을 받았다. 회사는 ‘어서 치료받고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그를 위로했다. 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제가 정말 독해요. 치료 3일만에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다 빠졌어요. 위 천공 수술까지 했습니다. 병 걸리기 전엔 뛰어서 등산할 정도였는데, 작은 의자 하나 들지 못했어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뭘 잘못했길래’. 고통스러웠습니다.”

(왼쪽부터) 투병 당시 모습, 처음 진단받을 때 찍은 PET-CT 사진

출처본인 제공

그래도 살아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 암 환자란 현실을 받아들이고, 부딪쳐보기로 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지만 억지로라도 희망을 가졌다.


혈액암은 감염 관리가 중요해 1인실을 썼다. 아픔과 외로움이 찾아올때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병문안 온 지인들에겐 ‘여긴 호텔 스위트룸이야’라고 했다.


2차 항암치료를 마칠 무렵 희망이 보였다. 암세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5개월간의 병원 생활을 끝내고 퇴원 후 의사의 허락을 받아 시골로 요양을 갔다.


“제 삶을 돌아봤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룬 꿈들이 떠올랐어요. 여행이 가장 하고 싶었습니다. ‘여행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면 앞으로 더 의지를 갖고 버틸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2015년 11월말, 항암치료를 모두 끝내고 퇴원한 이씨는 1년간 건강 회복에 힘썼고 80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미국을 비롯해 남미, 유럽 3개 대륙의 이곳저곳을 다녔다. 

스페인 톨레도의 파라도르 호텔에서 찍은 사진

출처본인 제공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투병중 체력이 많이 떨어진데다 먹는 것 하나하나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귀국하라”고 걱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떠나는 여행인만큼 혼자만을 위한 여행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다.


암에 걸려 약해졌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다시 삶을 되찾은 자신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었다. 여행이 요양보다 몸에 좋았다. 요양할때보다 여행지에서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다시 사회로 나가고픈 의지가 생겼다.


여행 포토북 만들어 희망 전해


여행에서 돌아와 회사에 복귀했다. 평일엔 회사일을 하고 주말엔 또 하나의 꿈을 실천했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 3만장중 200여장을 골라 2016년 12월부터 여행 포토북 제작을 기획했다.


약사, 사진작가, 보험설계사, 교사 등 14명의 사람들과 ‘또봄’이란 모임을 만들어 ‘또봄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또봄’이란 이름은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뜻이다. 암환자 주기를 보통 계절에 비유하는데, '아픔을 이겨내고 또다시 봄을 만났다'는 의미도 있다.


“암 환자들은 책 읽기 쉽지 않아요.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메스껍고 어지럽거든요. 암 환자들이 긴 글 대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가겠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습니다. 아플 때 그런 작은 꿈 하나가 힘을 줍니다.”


올 6월 1일부터 25일까지 ‘다음스토리펀딩’에서 또봄 프로젝트를 알렸다. 또봄이 만든 포토북 1권을 사면 암환우에게 1권을 기부할 수 있다. 이름은 ‘여행버킷포토북’, 극복 의지를 줄 수 있는 짧은 글도 함께 실었다.

(왼쪽부터) 여행버킷포토북 목업 이미지, 또봄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김예슬씨가 그린 그림

출처본인 제공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600여만원을 모았다. 150명의 20~30대 암 환자에게 포토북을 전하는 게 목표였는데, 두 배 늘어난 300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추가 제작 계획도 갖고 있다.


페이스북 ‘당신을 또 봅니다’에서 메시지를 보내면 포토북을 구매하거나 또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또봄은 더 나아가 20~30대 암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투병생활로 경력이 단절된 사람의 재취업을 도우려 한다.


국내 20~30대 암환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2017 암등록통계'를 보면 20~35세 암환자가 2만명이 넘는다. 이씨는 아무에게도 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는 ‘숨은 암환자들’을 포함하면 실제 20~30대 암환자수는 더 많을 거라 했다.


“20~30대 젊은 암환자들은 완치 후에도 숨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결혼, 취업,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합니다. 암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해고당하면,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사정이 나았어요. 휴직 기간 회사 규정대로 기본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어요.


제가 알던 20대 후반 암환자는 항암치료 마치고 3개월만에 복직했어요. 직장 동료들에게 손편지로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는데, 복직한지 6개월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쓴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무리하게 일했다더라구요. 또봄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힘을 보태려 합니다.”

또봄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사람들

출처'또봄' 제공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씨는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회사의 배려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투병하던 그를 회사는 끝까지 기다려줬다. 1년만에 본 사무실 책상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동료들은 그를 따듯하게 맞아줬다.


올 1월 SK텔레콤 오픈콜라보 개발그룹으로 발령받았다.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한다. 몸상태는 현재 완치수준으로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는다. 기다려준 회사에게 고맙고, 다시 찾은 일상이 눈물나도록 행복하다.


“또봄 프로젝트도 꾸준히 할거예요. 암을 이겨낸 4명, 영상팀 및 서포터즈팀 9명과 함께 8월 10일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납니다. 또봄 프로젝트를 하면서 ‘원하는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게 아프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게 뭐냐고 물어봐요. 퇴원 직후엔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살고 싶었죠. 하지만 역시 사회생활 하다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직장동료들과 웃고 떠드는 일상이요. 출퇴근할때 회사 건물을 보면 뭉클합니다. 그리고 다짐해요,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내자고."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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