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주 40시간 근무시킨 회사의 속사정

조회수 2020. 9. 24. 14: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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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줄여주니 직원들 놀까? 집중할까?
배달의민족, 월요일 오후 1시 출근
요기요∙배달통, 금요일 5시 퇴근

지난 7월1일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근로자에게 주 40시간(최대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킬 수 없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월요일 오후 1시 출근 정책을 도입했다.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도 주40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올해 1월부터 평소 퇴근시간 보다 2시간 빠른 오후 5시에 사무실 불을 끈다. 알지피코리아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7시까지 근무한다.


배달업계가 경쟁하듯 근무시간을 줄인 이유는 정부 정책 변화 보다 업무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도입 배경에 대해 "전적으로 복지만을 늘리기 위해 만든 정책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일수록 생산성도 높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매출액 290억원에서 2015년 495억원, 2016년 849억원, 2017년 1627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알지피코리아도 2016년 매출 365억원에서 2017년 671억원으로 고속 성장 중이다. 알지피코리아는 제도 변경 후 실적변화를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주문과 제휴가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월요일 오후 출근과 금요일 조기퇴근을 알차게 이용하는 우아한형제들 이성국(33) 브랜딩실 선임과 알지피코리아 송경이(33) 세일즈본부 교육컨설팅팀 팀장을 만났다.

출처: 사진 이성국 선임 제공
주말에 제주도에 간 이성국 선임 가족

파도 좋은 날이면 제주로 양양으로


이선임은 주말마다 서핑을 즐기는 프로급 서퍼다. 사원증 사진도 서핑보드를 들고 찍었다. 이 선임은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2015년 우아한형제들 브랜딩실에 합류했다.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 등 배달의민족을 홍보하는 카피는 대부분 그의 손끝을 거쳤다.


그가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했을 때는 이미 월요일 1시 출근이 자리잡은 이후다. “당시 입사 동기 중에는 1시까지 오라는 이야기에 ‘사실일리 없다’며 혼자 오전 9시에 출근했다 텅 빈 사무실 앞에 혼자 기다리기는 사람도 있었어요.”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근무도 밥 먹듯 하는 광고회사 생활에 질린 그에게 우아한 형제들은 신세계였다.


“이제 주말마다 서핑을 하러 제주도로, 양양으로 떠납니다. 제주도는 파도도 좋지만 부모님도 계시거든요.” 이선임의 부모는 5년 전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 두 달에 한 번은 제주도로 간다고 한다. 멀리 있는 아들 부부와 귀여운 손자가 자주 찾아오는 게 동네 자랑이라고 한다.


“제주도에 갈 때면 목요일 오후 반차와 금요일 연차를 내거나 금요일 연차를 내서 여유있게 다녀와요. 그러면 비행기 표값도 줄일 수 있거든요. 일요일 늦은 저녁 비행기나 월요일 아침 비행기도 저렴해서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월요일 오전은 모든 직장인에게는 쌓여있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했어요. 월요일은 바쁜 날이기 때문에 수다도 줄이고 미팅도 필요한 것만 했죠. 비효율적인 시간을 없애고 업무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선임은 월요일에 출근하면 메일을 확인하고, 이번 주에 할 일을 정리한다. 급한 순으로 우선순위 리스트를 짠다.


“파도가 좋은 날이면 월요일 오전에도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할 때도 있어요. 온 몸에 짠내가 베어 있는데 그것도 월요일을 이기는 힘을 주더라고요.”

출처: 사진 알지피코리아 제공
알지피코리아 송경이 팀장

교육에 정신없어도 2주에 한번은 부모님 뵈러


알지피코리아 송경이 팀장은 세일즈본부에서 임직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 2개 서비스를 담당하는 세일즈본부 직원 전체(약 200명 정도)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회사소개와 서비스 플랫폼 소개, 계약과 전산 교육 등을 진행한다. 금요일에는 교육을 정리하고 테스트도 한다.


2시간 퇴근이 당겨진 금요일 송팀장은 어머니를 뵈러 제주도에 간다. 부모님은 제주공항에서 3시간을 떨어진 산골에 살고있어 이전에는 선뜻 가질 못했다고 한다. “겨우 석 달에 한번이나 갈까 말까였어요. 금요일 밤에는 제주공항이 무척 붐비기 때문에 비행기가 제때 착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밤 9시에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면 새벽 1~2시가 넘었죠.”


당뇨로 고생하는 부모님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송팀장이다. 금요일 조기퇴근은 많은 것을 바꿔놨다. 이제는 2주에 한번 제주도에 내려간다. “5시에 퇴근하니까 7시쯤 비행기를 탈 수 있어요. 제주공항에 내려서 바로 택시를 타면 늦어도 10시 정도면 집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때까지 안주무시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 얼굴을 보고 잘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금요일 업무 시간이 2시간이 줄어드니 처음에는 팀원 모두가 ‘멘붕’에 빠졌다.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서로 미팅할 시간도 부족했고, 교육 일정 전체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새로 커리큘럼을 짜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지금은 모두 새 커리큘럼에 익숙해지면서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어요. 교육받는 직원도 금요일 저녁을 교육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강신봉 알지피코리아 대표는 "임직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아지는 것이 곧 업무 창의성이나 생산성 개선에도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쁜 업무로 가족과 취미를 돌보는 기쁨을 포기하면 업무 성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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