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시작해 프리랜서 된 그가 행사장에서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4. 14: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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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잡이 전문'이냐고요? 각종 행사 휘어잡는 MC랍니다
MC 겸 성우 김소윤씨 인터뷰
숙대 재학 중 선배 권유로 입문해
“날 낮추고 남을 높이는 MC 될 것”

돌잔치의 주연이 아이라면 주연을 빛나게 해줄 조연으로 MC를 빼놓을 수 없다. 명주실에 쌀, 연필. 10여년 전부터 인기가 더 높아진 지폐와 청진기, 마이크까지…. 이 돌상의 좌우를 오가면서 하객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이 바로 MC다. 


우리말로는 ‘행사 진행자’쯤 되는 MC의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돌잔치 같은 가족행사는 물론, 각종 기업의 축하공연, 기념식, 오픈 세리머니 등 다양하다. 김소윤(24·여)씨도 MC다.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를 졸업한 그는 알바를 통해 MC에 입문했다. 천국의기자단이 김소윤씨를 만나 MC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출처: 김소윤씨 제공

어릴적 막연하게 MC 꿈꿔...“남 앞에서 말하기 좋아했죠”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달라.

“대학을 마치고 프리랜서 MC 겸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목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Keyoon’이라는 예명도 사용한다.”


- 언제부터 MC라는 꿈을 꾸게 됐나.

“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청소년 영상팀에서 시민 1만 여명을 인터뷰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소통하는 일이 정말 즐거웠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전교 학생회장을 하면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축제 MC를 맡았다. 무대에서 사람들을 사로잡고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일에 재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MC를 꿈꾸게 됐다.”


-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했나.

“말씀을 재치 있게 잘 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학창시절 내내 반장을 도맡아 했는데 고등학교 때는 전교회장을, 대학에 와서도 학생회장을 했다.”


- MC 알바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방송 진행자 대부분이 아나운서나 코미디언 출신이다. 둘 다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돌파구가 없을까 고민했다. 좋은 기회가 생겼다. 작년 학교에서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경진대회 서울 예선이 열렸는데, 당시 선배의 권유로 지원해 MC를 맡게 됐다.

대회 당일, 몇 시간 동안 발표가 이어지자 청중들은 점점 집중력을 잃고 지루해 했다. 그래서 애드리브도 치고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는 내 진행을 좋게 보신 한국광고협회 관계자분이 세계우수광고상영회 MC 알바를 제안했다.

그 이후에는 내가 사회 보는 모습을 본 클라이언트들의 섭외가 꾸준히 들어왔다. LG 드림챌린저, CJ 대학생 봉사단 캠프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을 맡았다. 요즘은 주로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 MC를 맡고 있다.” 

출처: 김소윤씨 제공

행사 일주일 전 대본 수령...“외울 것과 외우지 않을 것이 있다”

- MC 알바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보통 행사 일주일 전에 주최 측으로부터 대본을 받는다. 대본을 받으면 먼저 절대 틀리면 안 되는 행사명을 비롯한 키워드가 완전히 입에 붙게끔 연습한다. 그 외의 것들은 대본을 달달 외우면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이 들 수 있다. 대신 흐름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행사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행사 전 날에는 무대 리허설을 통해 마이크나 의상 등을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행사 당일에도 일찍 가서 현장 상황을 점검한다.”


- MC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본이 있지만 절대로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음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생겨서 내가 재량껏 시간을 채워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따라서 행사의 전반적인 것들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매끄럽고 빈틈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멋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남성 MC가 많기 때문에 내가 MC를 하러 가면 처음에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여성 MC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달리, 나는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 경우 애드리브도 치고, 유연하게 진행하는 편이다. 의상도 치마 대신 수트를 주로 입는다. 그래서인지 ‘멋있는 여성 MC’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렇게 여성 MC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 목을 많이 쓸 것 같은데,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

“목이 상하는 이유는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다. 이전에 2박 3일 동안 캠프를 진행하며 잠자는 시간빼고는 계속 말을 했지만, 목이 쉬지 않았다. 내 성대가 강해서 그런 게 아니라, 성우 준비를 하면서 발성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소리를 내서 성대를 풀어주고 상태를 체크한다. 자기 전에도 성대 상태를 확인하고 자야 그 다음날에도 무리가 없다. 고음과 저음의 밸런스도 맞춘다.”


-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본인 만의 비결이 있나

“대본 암기에는 한계가 있고, 한 번 실수를 하게 되면 뒷부분도 꼬인다. 그래서 뼈대가 되는 중요한 키워드부터 완벽하게 숙지하고, 키워드만으로도 흐름이 이어지는지 체크한다. 이렇게 준비를 하다 보면 ‘할 말은 다 하고 내려왔다’는 자신감이 쌓인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경험이 쌓이면 발표를 잘 할 수 있다.


발표를 잘 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여유’에서 온다. 여유가 있으면 상황에 맞게 문장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중의 반응이 없으면 대답이 돌아올만한 질문을 던진다. 그래야 청중들이 MC와 소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장까지 너무 완벽하게 외워버리면 이렇게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 발표할 때 입이 마르는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

”긴장해서 입이 바짝 마른다면 작은 츄잉 캔디를 입안에 머금고 발표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침이 분비돼 입안이 건조해지는 걸 막아준다. 성우 녹음을 할 때 물을 자주 마시면 입맛 다시는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간다. 대신 사탕을 물고 있으면 입이 덜 마르고 녹음에도 불필요한 소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성우들도 사탕을 볼이나 입 천장에 붙이고 녹음을 한다.“  

출처: 김소윤씨 제공

회당 25만~30만원 받아...“순발력이 중요 자질”

- MC 급여는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행사에 따라 진행 시간은 다르지만 MC는 시급이 아닌, 행사 당 급여를 받는다. 물론 리허설하는 시간도 포함이다. 처음 학교에서 진행했던 행사의 경우 10만 원을 받았다. 이후에는 한 행사 당 25만~3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 MC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순발력이 가장 중요하다.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시간이 뜨곤 한다. 이때 순식간에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 5분마다 대본이 바뀌어서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본을 바로 스캔한 후 무대에서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행사의 빈틈을 잘 메꾸는 게 MC의 역할이다.”


- 앞으로 어떤 MC가 되고 싶은가.

“사람들을 정말 즐겁게 해주는 MC가 되고 싶다. 간혹 ‘재미’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청중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멘트를 함부로 던지는 MC들이 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한다. 또한 나를 낮추고 사람들을 높여줄 수 있는 MC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MC뿐만 아니라 성우나 강연자 등 다양한 길을 통해 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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