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봐서 더 잘 압니다..사업 5번 실패한 남자가 하는 일

조회수 2020. 9. 24. 14: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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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은 끝 아닌 새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 사람
5년간 3200건 이상 폐업 상담
무료 컨설팅으로 상담 접근성 높여
"폐업자도 다시 일어서야죠"

창업사관학교·창업카페·창업박람회. 창업에 대한 정보와 지원은 차고 넘친다. 반면 폐업 정보나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창업만큼 폐업도 많은 시대다. 작년 국세청 통계를 보면 48만개의 사업장이 새로 생기고 42만개의 업장이 문을 닫았다. 폐업률이 88%에 달한다. 잔인하지만 현실이다. “폐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폐업 상담을 3200건이나 했다는 폐업재기지원 업체 폐업 119 고경수(56) 대표다.

출처: 폐업119 제공
고경수 폐업119 대표

- 컨설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고.

기억나는 사연이 있다. 서울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중국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가게 운영이 더이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폐업을 바로 하고 싶어도 건물이 낡은데다 건물주가 임대료까지 올려 바로 들어온다는 사람도 없었다. 사업장 일부를 주택으로 겸용하고 있어 가게를 빼도 막막한 상태였다. 비교견적을 통해 폐업비용을 줄였지만 생계 유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복지센터와 주민센터에 연락했다. 딸이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은 받을 수 없었지만, 생계지원으로 월 116만원, 의료비로 300만원까지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끝나고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


- 초기에는 무료 컨설팅을 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컨설팅은 무료로 하고 있다. 하루 10건씩, 지금까지 3200건 정도 컨설팅을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폐업하는 분들에게 비용을 받으려 했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그 비용을 부담할 여유도 없는 분들이 많아 받을 수 없었다.


- 그럼 돈은 어떻게 버는건가.

가게에 있는 기자재를 판매할 때 폐업자와 매입업자를 중개해주며 중고설비업체로부터 매입가의 5~7% 정도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또 철거 단계에서 철거업체로부터 비슷한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이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돈도 꼬리표가 있다.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


여러 창업 실패 경험으로 폐업 컨설팅 시작해


- 본인도 여러 사업에 도전했다는데.

총 5가지 사업에 도전했다. 무역회사·식품원자재·수입업·IT·인테리어 등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다양한 업종에서 실패했던 경험 덕분인지 폐업자들 상황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 폐업 컨설팅 이전에는 기업 컨설팅을 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기업 컨설팅 업체 ‘코스트제로’를 운영 중이다. 코스트제로는 기업에서 낭비하고 있는 각종 경비 현황을 파악해 절감 방안을 제시해준다. 기업에 보면 활용이 가능한데도 창고에 두고서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많다. 회사 직원들은 자기 비용이 나가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제는 제품 구입 이후부터 제품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처분하도록 만든다. 폐업컨설팅도 유사하다. 기업과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비용을 줄이는 건 같다.

출처: 폐업119 제공
폐업119 컨설턴트가 폐업자를 만나 상담하고 있다

- 폐업 상담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폐업 상담을 시작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활용가능한 중고자산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마켓 서비스를 준비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폐업하는 사업장 중 개인사업장의 비율이 97%였다. 폐업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으니 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생각해 폐업 컨설팅을 시작했다.


- 창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폐업 컨설팅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었다. 정보가 없어 사업을 바로 시작할 수 없었다. 2013년부터 시작해 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무작정 부동산을 찾아갔다. 보통 폐업하는 사람들은 폐업 전 부동산에 점포를 내놓는다. 그 점을 이용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소개로 폐업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얻었다.


- 창업 준비에 힘든 점은 없었나.

폐업한 사람들은 자기가 망한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누가 자기 망한 걸 알려주고 싶어하겠나. 폐업자들은 가족처럼 주변에 의지할 사람에게만 폐업 예정 사실을 알리고 같이 일하는 직원한테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걸렸다. 폐업 과정에서 겪는 얘기를 알려주는 사람만 찾다보니 1년이 넘게 걸렸다.


단계별로 맞춤형 컨설팅…정부지원 서비스도 연계해


- 어떤 도움을 주는가.

총 4단계로 나눠 도움을 준다. 첫번째로 임대한 점포가 빨리 빠지도록 도와준다. 점포를 부동산에 내놓아도 다른 사업자가 바로 들어오겠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페이스북 등 SNS에 점포를 홍보해 거래 확률을 높여준다.

두번째로 매장에 있는 중고 설비를 경매에 부쳐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팔도록 도와준다. 4~5곳의 중고설비 업체를 불러 가격을 가장 높게 부르는 업자에게 낙찰시킨다. 폐업자는 개인이 처분할 때보다 보통 30~40% 정도 돈을 더 받는다.


세번째는 가게 철거단계다. 철거가격은 부르는게 값이다. 같은 공간도 가격이 배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철거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도록 3~5곳의 철거업체를 불러 경매에 부친다. 그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게 철거를 맡긴다.


마지막으로 세금과 행정처리를 도와준다. 간혹 폐업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재기할 때 자신의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중에 재창업을 할 때 세금 문제가 깔끔하지 않으면 신용이 낮아져 대출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또 정부나 지자체별로 다양한 정책이 동시에 시행 중인데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폐업지원 정책을 정리해 폐업자 상황에 맞게 정부지원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출처: 폐업119 제공
중고설비를 판매하고 가게를 철거하는 모습

- 예를 들어 어떤 정부지원서비스를 연계하나.

중소기업부에서 100만원의 철거비용을 보전해준다. 임대점포 철거비용은 평균 280만원 정도다. 폐업하는 사람들은 철거할 비용도 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임대 보증금을 빼서 하는데 100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그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폐업은 사회적 문제…“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져야”


- 비영리단체 ‘한국폐업지원희망협회’도 운영한다는데.

폐업 컨설팅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2016년에만 90만 개의 사업장이 폐업했다. 폐업은 사회적 문제다. 관심을 모아야 한다. 2년전 비영리단체를 세워 정부에 폐업 관련 예산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폐업 지원도 중요하다. 정부가 소상공인 재기지원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폐업 단계서부터 선제적으로 지원해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폐업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폐업자 수는 90만 명이지만, 딸린 식구를 합하면 300만명에 가깝다. 폐업으로 온 가족이 극빈층으로 전락한다. 재기하는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


글 jobsN 김경철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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