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것' 좋아하던 디저트 카페 1호 알바생에게 일어난 일

조회수 2020. 9. 24. 14: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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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빙 '1호 알바' 출신, 회사 커지면서 메뉴개발자로 성장했죠"
[알바가 스펙이다③]
최소진 설빙 R&D센터장
부산 설빙 1호점 알바출신
회사 커지면서 메뉴개발총괄 맡아

국내 빙수 1위 프랜차이즈인 ‘설빙’의 메뉴개발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최소진(30) R&D(연구개발)센터장이다. 그는 ‘설빙 1호 알바생’ 출신이다.


설빙은 2010년 부산 남천동에서 오픈한 퓨전 떡카페 ‘시루’가 전신이었다. 정선희(36) 창업주가 세운 곳으로 이 때 개발한 시그니처 메뉴 ‘인절미 설빙’은 지금도 전국 설빙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시루는 2013년 법인화와 더불어 현재의 설빙 상호를 사용하게 된다. 설빙 브랜드의 첫 매장인 부산 직영 1호점도 오픈했다. 이 때 첫 알바생으로 들어온 사람이 당시 25살이던 최 센터장이다. 이후 최 센터장은 설빙이 커지면서 메뉴개발담당 업무를 맡게 됐다. 최 센터장의 손이 닿은 대표 메뉴로는 ‘메론 통통 설빙’, ‘프리미엄 생딸기 설빙’ 등이 있다.


최 센터장을 만나 알바 출신 메뉴개발자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출처: 설빙 제공
최소진 설빙 R&D센터장

사장 등 셋이서 매장 시작...회사 커지면서 메뉴개발자 업무 맡아


- 알바 출신으로 브랜드가 커지면서 설빙 R&D센터 연구원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한 이력이 특이하다.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다. 1호점 오픈 당시에는 사장님과 매니저님, 나 이렇게 셋이서 시작했다. 갑자기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1000명이 방문하는 인기 카페가 되더라. 이후에는 론칭 5년만에 가맹점이 400여곳으로 늘어났다. 일본, 태국 등 해외 5개국에 매장 20곳도 열었다.”


- 정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계기는.

“설빙 브랜드가 커지면서, 본사와 매장이 자연스럽게 분리됐다. 제품의 맛과 품질이 똑같도록 레시피를 교육할 필요성이 있었다. 모든 레시피를 잘 알고 있는 내가 본사에서 교육을 맡았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뒤에는 메뉴개발로 직무를 바꿨다.”


- 부모님은 어떤 반응이었나.

“당황하셨다. ‘네가 기어이 (빙수 회사에 취업을) 하는 구나’라고 하셨다. 원래 디저트 등 ‘단 것’을 좋아해서 부모님도 그러려니 하셨다.”


- 해외 경험이 있나.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는데, 지금은 막상 그 때 먹었던 디저트들만 기억이 난다. 크림, 우유, 과일 등 재료 자체의 고유한 맛을 살리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

출처: 설빙 제공
최 센터장이 개발한 신제품 메론설빙 시리즈. 출시 10일만에 10만개가 팔렸다.

‘빙수 배달’하는데 시행착오만 3000번


- 메뉴 연구는 어떤 식으로 하나.

“매주 신제품 아이디어 회의가 있다. 쉽게 말하면 이것저것 다 섞어보고 먹어본다. ‘수박과 인절미가 어울릴까?’ 같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다. 맛있는 조합을 찾게 되면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 직접 시식한 다음 평가하는 테스트다.


또한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온라인 패널들도 함께 참여한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레시피를 보완ㆍ수정하고 반복하면 새 메뉴가 탄생한다. 자세한 공법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 메뉴개발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뭔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다.”


- 해결책이 있나.

“맛집 투어로 슬럼프를 달랜다.”


-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메뉴를 꼽는다면.

“요거통통메론 설빙이다. 빙수 위에 동그랗게 깎은 멜론을 올려놓은 메뉴다. 당초에는 아이스크림을 퍼내듯이 스쿱 형태로 떠서 빙수 위에 올려놓는 형태로 만들었다. 그런데 마케팅팀 등에서 ‘실망스럽다’는 평이 나왔다. 펑펑 울고 나서 이를 악물고 개발한 메뉴다.”


- 4월부터는 빙수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서비스와 연계해서 배달한다. 3000번 정도 시행착오와 실험을 거쳤다. 배달 중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녹는 것을 최소화하는 레시피 개발이 어려웠다. 베이스인 우유얼음과 토핑에 들어가는 재료 조합 비율을 다각도로 조절하면서 실험했다.”

출처: 설빙 제공
설빙 R&D센터

맛에 감각 있는 사람 유리..."방향성 고민해야"


- 설빙 메뉴개발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사람이 유리한가.

"가장 최고의 맛을 찾는 직업이다 보니, 맛을 구분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 채용 면접 시 '당도가 강한 순서대로 나열하라', '염도가 강한 순서대로 나열하라' 같은 테스트를 한다.


준비하는 기간동안 미각을 가다듬는 작업을 하면 좋다. 설빙에 들어가는 재료의 맛을 구분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망고 소스 4가지를 주고 빙수에 가장 어울리는 망고소스를 고르라는 질문도 있다."


- 빙수 등 디저트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맛은 ‘전체적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맛이 좋다고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맛의 컬러와 맞지 않으면 안 된다. 브랜드별로 선호하는 맛의 방향이 있다.


또한 디저트 개발자는 디저트를 사랑하고 열의가 있어야 한다. 나 역시 면접을 볼 때 특별한 스펙보다는 이 일에 관심이 많은지, 디저트 카페를 얼마나 자주 가봤는지 등 관심과 열의를 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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