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됐나요" 외치던 '원조 초통령' 짜잔형, 요즘 뭐하세요?

조회수 2020. 9. 24. 1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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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대장 뿡뿡이 짜잔형이 왜 거기서 나와?
“친구들 준비됐나요”…“네네네네네”
“멋지게 됐나요”… “네네네네네”
“친구들 지금부터 신나게 놀아요”

2010년대 초통령이 뽀로로라면 2000년대 초반 어린이들의 초통령은 바로 EBS 방귀대장 뿡뿡이에 나왔던 짜잔형 권재환(47)이다. 방귀대장 뿡뿡이에 나온 짜잔형이 “준비됐나요”라고 말하면 어린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네네네네네"란 외침이 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동시에 터져나왔다. 짜잔형은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다. 이제 어른으로 큰 그 시절 아이들은 가끔 짜짠형을 생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짜잔형’ 근황이 인기 게시물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을 정도다. 배우 권재환을 직접 만나 그때 그 시절 얘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권재환 배우

- 방귀대장 뿡뿡이 ‘짜잔형’ 근황이 인터넷에서 화제던데.

친구들이 가끔 이거 봤냐며 보여줘요. 아직도 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나보다 하고요. 신기하죠. 예전에는 짜잔형이었을 때를 지우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짜잔형이라는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거든요. 배우는 늘 변신해야 하는데 짜잔형의 그림자가 너무 컸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이죠. 그런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 어떻게 짜잔형을 하게 됐나.

갑자기 EBS에서 연락이 왔어요. 무슨 작품인지 듣지도 않고 바로 한다고 했죠. 근데 그게 알고보니 ‘방귀대장 뿡뿡이’였던 거에요. 미팅에서 인상이 굉장히 좋았나봐요. 옷도 뮤지컬 배우처럼 화려하게 입고 갔거든요. 99년에 뮤지컬 ‘의형제’로 백상예술대상 남자신인상을 타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 때였죠. 제가 미팅장에 들어가자마자 제작진이 그러더라고요. 하자고.


- 어린이 프로그램이라는 게 걸리진 않았나요.

배우는 무엇이든 해야죠. 극단에서 나오면서 정했어요. 원하지 않는 작품도 하자고. 가정이 있었거든요. 뿡뿡이를 시작할 때쯤 아이도 생겼어요. 가장으로서 아이한테 행복한 가정을 물려주고 싶었어요. 제 어린시절하고도 연관이 있어요. 어렸을 때 이사를 많이 다녔거든요. 우리 애들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았어요. 안정적인 환경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돈 벌자’ 생각했죠.

출처: 제롬엔터테인먼트 제공
뿡뿡이 인형을 들고 있는 짜잔형 권재환 배우

-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EBS는 사람들이 안보는 줄 알았어요. 기대를 별로 안했죠. 저도 EBS 잘안봤으니까. 근데 대박이 난거에요. 기분이 좋았어요. 제 아이에게 놀아주는 것처럼 했거든요. 아빠 마음으로. 저도 즐기고 있다는 걸 사람들도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지 않았나 생각해요. 뽀로로가 나오기 전이라 인기가 최고였거든요. 다른 채널에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EBS가 시청률이 이렇게 나와”라면서요.


- 왜 뿡뿡이에서 하차하신 거에요.

시청자들이 짜잔형 캐릭터에 주신 사랑이 감사했지만 언제부턴가 두려웠어요. 여기서 멈춰버릴까봐. 그래서 떠났어요. 더 멋진 모습 멋진 배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싶었거든요.


- 원래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던데.

뮤지컬보다는 연극에 가깝죠. 94년에 대학로에 있는 극단 학전에 있었어요. 학전에 있으면서 그때 나온 거의 모든 연극 작품을 다 했어요. 그때는 학전이 굉장히 유명했거든요. 하는 모든 것들이 행복했어요. 좋아하는 선배, 후배들과 연습하는 것마저도 즐거웠을 때니까요. 짜잔형을 그만두고 2005년부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독일 투어도 했었어요. 한국어로 공연했었는데도 독일 사람들이 꽤 많이 왔어요.

출처: 제롬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독일 투어중 찍은 사진

- 어릴 때부터 재능이 남달랐다면서요.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8월 29일이 경술국치거든요. 예전에는 대학로에 차없는 날이 있었어요. 그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가 텅텅 비었죠. 작은 규모의 콘서트도 열리고 버스킹도 하고 분위기가 자유로웠어요. 친구들끼리 거기서 뭐하나 해보자 얘기가 나온거에요.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주제는 경술국치를 주제로 해서 마임·시낭송·퍼포먼스를 각자 하나씩 만들어서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자. 저는 행위예술을 준비해 갔어요. 당시는 선생님들이나 하던 것을 쪼그만 꼬맹이가 준비해간거죠.


- 어떤 공연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무지의 바다를 건너는 퍼포먼스였어요. 고통스러워하는 식민지 사람들의 생활. 마지막에는 커다란 한지에다가 경술국치를 커다랗게 쓰고 하얀 모시옷을 입고 커다란 천을 통과하면서 끝났는데 그때 보던 관객들이 박수를 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와 용감함으로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나름 ‘안무도 잘짰네’라는 생각이 들죠.


- 짜잔형을 해서 안좋았던 점도 있었다면서요.

배우로서 잠재력이 뿡뿡이를 하면서 나오고 있는데 오히려 이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근데 실제로도 그랬어요. 팬들, 제작사들이 “개그맨 아니었어요. 왜 유아프로 하시지 왜 영화하세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게 반복되니까 점점 움츠러들었어요. 짜잔형으로는 미친듯이 놀고 잘하고 왔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긴장해서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출처: 제롬엔터테인먼트 제공
육룡이 나르샤(왼쪽), 너희들은 포위됐다(오른쪽) 당시 배우 신세경, 고아라와 찍은 사진

- 짜잔형 이후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짜잔형에서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사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방송과 영화에 많이 출연했어요. ‘보이스’ ‘육룡이 나르샤’ ‘펀치’ 진지한 캐릭터를 많이했죠. 경찰·의사… 나름 연기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셨다고.

작년 11월부터 ‘흑백다방’ 2인극을 하고 있어요. 대학로 80석 규모 작은 극장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국립국악원에서 2016년에 했던 연극 ‘현의노래’에도 출연했어요. 큰 극장에서 하다가 소극장으로 돌아왔을 때 ‘이제 숨을 데가 없다. 연기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소극장은 더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걸 느꼈어요. 그만큼 연극이 끝났을 때는 보람찼죠. 뿌듯했어요. 점점 80석 규모가 다 찼으니까요. 또 이번에 연극 '지하철 1호선'을 10년만에 다시 해요. OB와 YB팀으로 나눠서 공연하거든요. OB팀에 출연할 예정이에요.


- 향후 계획은.

오늘(7월 19일)도 오디션을 보고왔어요. 아직도 하고싶은 연기가 많아요. 좋은작품에 출연해서 시청자와 만나는게 가장 큰 목표에요. 뿡뿡이를 그만 두면서 사람들과 약속했거든요. ‘짜잔형은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친구들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요. 열심히 하면 친구들이 생각하는 거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에요.


글 jobsN 김경철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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