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날씨에 따라 가격 변하는 코카콜라 자판기, 결국..

조회수 2020. 9. 24.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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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잘 이용해 손해액 11억원 줄인 보험사
날씨를 판매 전략에 반영하는 '날씨 마케팅'
날씨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행동 패턴 분석
강력한 도구지만, 만능은 아님에 유의

지난 7월 23일 아침 최저기온이 111년만에 최고로 높았다는데요. 이날 아침 서울 최저 온도는 29.2도였다 합니다. 지금까지는 1994년 8월 15일에 기록한 28.8도가 가장 높았고 2014년 8월 2일 28.7도, 1994년 7월 29일 28.7도 등이 뒤를 이었다지요.


이처럼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우리 삶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하지만 기업 운영 측면에선 가혹한 날씨가 꼭 피해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특정한 상황에선 날씨 동향과 그 영향을 잘 읽어내 이윤을 높이거나 손해를 줄일 수도 있거든요. 이른바 ‘날씨 마케팅’이라는 것이지요.


순천자흥(順天者興)


음료업계에서 날씨를 분석해 영업·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죠. 예를 들어 지난 1996년 LG유통(현 GS리테일)은 최고기온이 25도 위로 올라가면 콜라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하고, 1도 상승할 때마다 매출이 15%씩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겨울엔 안 팔리던 맥주가 평균기온이 6도를 넘기는 3월 중순부터 서서히 판매량이 증가해, 5월 초순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고 평균기온 22도가 넘는 7월 말~8월 중순에 절정을 찍는다 나왔고요.


2012년엔 파리바게뜨와 기상 정보 업체 케이웨더가 5년 동안 전국 169개 지점의 기상 관측 자료와 10억건의 매장별 상품 판매량 등을 분석해 ‘날씨 판매지수’를 만들었습니다. 매장 주변의 날씨 예보 등을 감안했을 때 최근 2주 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매출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시스템이지요. 2016년엔 세븐일레븐이 날씨와 매출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기온 1도 당 매출 영향도가 1만1000원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평균적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편의점 하루 매출이 1만1000원 증가한다는군요.


이와는 다르지만 날씨를 읽어 손해를 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케이웨더 산업기상연구소는 우유나 요구르트는 기온 상승과 매출이 반비례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온이 20도에서 30도로 오르면 판매량이 8% 감소합니다. 또한 같은 연구소에선 골프와 테니스 인구는 16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4도에서 절정을 이루지만 27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습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2010~2011년에 걸쳐 약 1년 10개월간 기상정보 제공 파일럿 테스트를 했는데요. 그 결과 고객에게 기상정보를 문자로 발송하면 연간 사고가 580건 줄어들고 손해액 또한 11억1000만원가량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고요. 실제로 파일럿 테스트에서만도 약 4억6000만원 정도 손해액 감소 효과가 있었다는군요. 이는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발간한 ‘2017 날씨경영 우수사례집’에까지 실린 사례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역천자망(逆天者亡)


날씨 동향에 둔감했다가 실패를 맛본 기업도 있습니다. 일본 게임회사 ‘코나미(KONAMI)’인데요. 이들은 지난 2003년 ‘우리들의 태양’이라는 게임을 내놓습니다. 이들은 이 게임팩에 태양광 센서를 설치했는데요. 휴대용 게임기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가져가도록 유도하는 조치였죠. ‘태양’이라는 게임 콘셉트도 살리고, 집에만 틀어박히기 쉬운 게이머들에게 바깥 바람을 쐬게 해 줄 목적이었다 합니다.

출처: '우리들의 태양' 영문 홈페이지

하지만 이 전략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합니다. ‘날씨’를 무시했던 탓이었죠. 태양광을 받아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놓고, 발매일을 ‘7월’로 잡았던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게임은 발매 시기가 장마철과 겹치며 기대 이하의 매출을 기록했다 합니다.


만능은 아니다


반대로 날씨 마케팅을 너무 노골적으로 하려 들었다가 도리어 손해를 본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음료기업 ‘코카콜라’입니다. 이들은 지난 1999년 12월 날씨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자판기를 테스트했습니다. 자동판매기에 온도감지 센서를 달아 기온이 올라가면 콜라 값을 평소보다 올려 받고, 그렇지 않은 시즌에는 가격을 내려받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이 계획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이는 날씨 마케팅의 단면뿐 아니라 ‘가격 공정성 인식(price fairness perception)’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요. 가격 공정성 인식이란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의 이전 구매 가격이나 대체재들의 가격을 종합 판단해 상품 가격을 가늠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자면, 날씨가 더워진다 해도 ‘평소 코카콜라 가격’이나 ‘코카콜라 대체재’들의 가격 수준을 무시하고 값을 올리면 구매 욕구가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출처: 한국코카콜라 인스타그램

결국 코카콜라 본사는 “단순한 아이디어일 뿐 여름철 추가 요금을 부과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해명에 나서야 했습니다. 비록 날씨 마케팅이 효과가 뛰어난 전략이긴 하지만, 여타 다른 조건이나 소비심리를 무시하고 이것만을 밀어붙이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날씨’를 적극 활용하며 마케팅 전략을 짜되 그 밖의 요소도 충분히 고려해줘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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