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인 미국 '신의 직장' 버리고 한국행을 선택한 사연

조회수 2020. 9. 24. 1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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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의 직장' 박차고 나와 한국 스타트업 간 이유는?
부품 or 주인공
스타트업 ‘버즈빌’ 개발자
미국 대기업 그만두고 한국 와
명령보다 ‘셀프 압박’ 원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고요한(29)씨가 미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했던 생각이다. 그의 직업은 개발자다. 세계적인 IT 기업 퀄컴, 아마존에서 일했다. 석사 학위를 가진 연구개발자 연봉이 1억 5000만~2억원 정도로 미국에서도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곳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고씨는 이런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의 스타트업으로 왔다. 이직을 거듭하며 ‘나와 맞는 회사가 최고다’라는 걸 깨달았다.

출처: jobsN
고요한씨

-개발자란 직업을 가진 이유는

“고등학생때 프로그래밍 책에 나온 코드를 무작정 따라해보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자연스레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스마트폰·AI 등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창작하는 학문이예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프로그래밍으로 실행해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났어요. 그 매력에 푹 빠졌죠.”


일리노이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첫 직장은 ‘퀄컴’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무선 전화통신 연구·개발 기업이다. 고씨가 퀄컴으로 간 이유는 스마트폰 내장 프로그램을 개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퀄컴에서 어떤 일을 했나

“스마트폰 칩셋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삼성 갤럭시 S5, LG G4 등 많은 스마트폰이 퀄컴의 칩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만든 걸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서로 다른 두 개의 스마트폰 내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툴도 개발했습니다. 3년 반 동안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두루 경험했죠.”


하지만 바라던 회사의 모습과 다를 때도 많았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점점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떤 점이 자신과 맞지 않았나

“사무실도 꽉 막힌 구조라 동료와 말 한번 나누기 어려웠습니다. 하루하루 숨이 막혔죠. 아이디어를 낼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처음엔 신입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게 없었습니다.”

출처: 플리커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의 퀄컴 본사

계속 있다간 ‘식물 같은’ 개발자가 될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 열정적인 기업 문화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간 곳이 ‘아마존’이다. 미국의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국제 전자 상거래 기업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중개사중 하나다.


“WorkSpaces팀에서 일했습니다. 기업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유럽 지역에서 서버 오류가 발생하면 24시간 당직 근무를 해야 했어요. 그조차 추억으로 남았을 정도로 일이 재밌었습니다. 사내 ‘개발 고수’들의 세미나에 참석해 배우는 것도 즐거웠구요. 업무시간 외 직장동료들과 친해지는 시간은 직장생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일한지 1년 반후, 새로움을 갈망하는 DNA가 꿈틀거렸다. 대기업이 아닌, 완전히 다른 기업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한국 스타트업 ‘버즈빌’을 선택했다. 버즈빌은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 ‘버즈스크린’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나

“잠금화면에 광고가 잘 보이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개발 후 오류가 없는지 테스트도 합니다. 회사 서버가 다운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한 명의 개발자가 자유롭게 많은 일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연봉은 퀄컴, 아마존에서 받던 것보단 적지만 만족감은 더 큽니다. 누가 시키는대로 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을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버즈빌 제공
버즈빌 로고 앞에 선 고요한씨

-능력있는 개발자가 되려면 필요한 것은

“개발자가 코드를 잘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해요. ‘일 잘하는’ 개발자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합니다.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잘못 만들면 곧바로 회사 손실로 이어집니다. 사업 망하는 거예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 받았을때 100% 이해가 안되면 끝까지 물어보세요. 정확히 의사 전달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개발자가 진짜 실력자예요.”


요즘 개발자들이 관심을 두는 이슈는 머신러닝과 블록체인이다. 고씨는 이런 분야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알아주는 기술 장인’으로 이름 석자를 남기는 게 꿈이다.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만의 이직 기준이 있다면

“큰 회사의 작은 부품이 될지, 남들은 모르는 회사더라도 주인공으로 일할지 생각해보세요. 이름난 기업이 정답은 아닙니다. 유명한 회사가 나에게도 무조건 좋은 회사는 아니란 거죠. 경험으로 알았어요. 나와 맞는 회사가 최고라는 걸요.


저도 실제 회사를 다녀보기 전엔, 기업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경험해보니 명예나 연봉보다 매일 일터에서 와닿는 건 회사의 문화였어요. 가려는 회사가 나랑 잘 맞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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