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빨간 색연필로 채점해주던 학습지 선생님, 요즘은..

조회수 2020. 9. 24. 13: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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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의 추억, 이제는 태블릿 PC로..선생님은 어떻게 일하냐고요?
한국외대 경영학과 정다희씨
'화상 학습지'에 알바로 입문
주경야독으로 노무사 합격도
출처: 천국의 기자단
화상 학습지 교사 아르바이트를 거쳐 공인노무사에 최종합격한 한국외대 정다희씨.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경험이 있는 ‘학습지’.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날, 발등에 불이 떨어져 밀린 문제를 풀어본 경험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요즘엔 학습지가 아닌 태블릿PC ‘화상’으로 진행한다. 화면에서 학습지 교사가 나와 학생과 대화하는 한편, 컴퓨터로 다양한 보충자료를 띄우고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은 집이나 카페에서 태블릿PC로 수업을 한다.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정다희(24·여)씨도 학습지 교사다. 웅진씽크빅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생각토론투게더’ 독서논술 학습지 수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집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다. ‘화상’ 학습지 교사인 정씨는 회사 컴퓨터를 통해, 학생들은 태블릿PC로 서로 만난다.


천국의기자단은 정씨와 만나 화상 학습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봤다.


수업용 대본 읽기 평가로 선발…톤은 조금 높고 표정은 밝게

- 화상 학습지 교사를 하게 된 계기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아직 결혼은 멀었지만 자녀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아르바이트 역시 단순히 용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미래의 내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 교육’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화상 학습지 교사를 하게 됐다.”


- 선발 과정은 어떻게 되나.

“당연히 이력서 등 서류전형이 있다. 면접에서는 수업에서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를 읽는 평가가 있다. 구연동화를 하는 느낌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나는 독서논술 수업 1기로 합격했다. 런칭까지 3주 가까이 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일주일 정도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기간에는 실제 스크립트를 읽는 연습을 반복한다. 또 기존의 수업 영상을 보면서 실제로 수업을 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한다. 물론 교육 기간 중에도 교육비를 회사에서 준다.”


- 어떤 사람에게 적합한 일인가.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다. 목소리 톤은 조금 높고, 표정은 밝되 자연스러워야 한다. 학습지 교사 중에서는 여성이 많은 편이다. 남녀 성비는 1대4 정도다.”


-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보다는 높다. 한 주에 4일, 하루 4시간(오후 5~9시) 일하면 월 60만원을 받는다. 스케줄은 주3~주5일로 바꿀 수도 있다. 다만 한 번 정한 스케줄은 한 달 동안 바꿀 수 없다.” 

출처: 천국의기자단

처음에는 컴퓨터 구동에 어려움 겪어…학생들에게는 ‘폭풍칭찬’

-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학생들이 매주 책 2권씩을 읽어온 뒤 수업시간에 학습지 서버로 접속한다. 화상회의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책 내용을 바탕으로 글쓰기나 발표, 문제풀이 등을 한다. 수업이 끝나면 알림장을 써주듯이 그날의 수업 내용이나 잘한 점, 부족한 점 등을 간략히 정리해서 피드백한다.”


- 수업 전에는 어떤 준비를 하나.

“수업 10분 전에 컴퓨터를 켜고 이어폰과 마이크의 상태를 체크한다. 목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업 중 마실 물도 미리 준비한다.”


- 컴퓨터로 진행하는 수업이라 어려운 점은 없나.

“수업 진행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을 다루는 데) 어려움은 있다. 수업시간 중 아이들의 마이크를 껐다 켜기도 하고, 수업 내용을 화면에 판서하고 또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등 컴퓨터를 작동할 일이 꽤 많다. 처음 1~2주 정도는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정신이 없었다. 때로는 와이파이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학생들이 태블릿PC를 통해 수업을 듣기 때문에 집중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자리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도 있다. 통제가 쉽지 않다.”


- 아이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학생들에게 ‘폭풍칭찬’을 한다. 예컨대 ‘우리 OO이 정말 대단하네! 우리 OO이가 글 써온 것을 읽는 모습도 너무 보고 싶다’라는 식으로 칭찬을 하면서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산만할 때에는 단호하게 박수를 치면서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칭찬 스티커’ 같은 도구도 쓴다.”


“학습지 교사 하면서 사람 대하는 법 배워. 노무사 꿈 밑거름 될 것”

- 화상 학습지 교사로 일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을 인정하고 인내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웠다. 아이들은 항상 칭찬 받고 싶어하고 또 본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작년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해 올해 11월부터 법인에서 수습근무를 시작한다. 화상 수업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미래의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미래의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자신이 있다.”


-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발음이 부정확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었다. 처음에는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빨리 읽는데다 발음이 정확한 문장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했다. 다시 읽어 보라니 울더라. 하지만 5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이 학생에게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시행착오를 몇 번 거친 뒤 그 학생에게는 짧은 내용을 읽게 하거나 질문은 약간 쉽게 던지면서 서로의 ‘감’을 익혔다. 학생도 자신감을 얻었고 실력이 늘었다. 수준별 맞춤형 수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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