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은 나의 힘', 매일 악플 읽어 이케아 긴장시키는 여성

조회수 2020. 9. 24.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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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침대 베스트셀러 TOP 20중 19개 차지한 비결 알고 보니
이케아 긴장시킨 힘
리뷰에서 아이디어 찾아라

세계적인 가구 업체 이케아를 긴장시킨 기업이 있다. 아마존에서 침대를 검색하면 베스트셀러 20위에 무려 19개 상품이 올린 기업.(2018년 6월 넷째 주 기준) 침대는 가구 매장에서 사는 것이라는 편견을 깬 한국 기업 지누스다. 1979년 창업한 지누스는 세계 텐트 시장 40% 차지하며 세계에서 알아주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2004년 법원에 화의(채권단 공동관리)를 신청한다. 텐트 사업은 매각하고 매트리스 전문 기업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아마존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아마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침대 프레임으로 사업을 확장하더니 이케아를 긴장시키는 전문 가구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출처: 사진 아마존 캡처
아마존에서 침대 베스트셀러를 장악한 지누스 침대

지누스가 침대를 온라인으로 팔 수 있던 힘은 아마존 리뷰를 분석하고 거기서 개선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서 나왔다. 매일 300건씩 올라오는 아마존 리뷰를 정독하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찾아내 지누스 전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문현옥 리뷰 팀장을 만나 리뷰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들었다.


지금까지 아마존에서 쌓인 지누스 리뷰는 2018년 6월 말 기준 32만8900건이다. 작년 초만 해도 200개 정도가 올라왔는데, 지금은 300개 정도가 쌓인다.

출처: jobsN
지누스 리뷰팀과 문현옥 리뷰팀장(왼쪽 4번째)

불평은 기본, 칭찬에서도 개선점 찾아라


- 리뷰팀은 어떻게 꾸렸나?

팀원 모두 영어가 네이티브 수준이다. 모두 미국,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에서 자랐거나 공부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 사람들이 모여있어 리뷰를 해석하는 관점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열린 자세를 갖고 있어 고객이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네’라는 반응은 없다.


- 리뷰팀의 업무 고객 응대인가?

많은 사람들이 CS(고객 전화나 문의를 상대하는 업무) 부서라고 생각한다. 실제 지원자 중에도 그렇게 알고 온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리뷰팀 업무를 지원자에게 설명하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리뷰팀은 고객 리뷰에서 인사이트를 찾는 부서다.


- 리뷰팀에서 제일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일단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 아마존 리뷰 대다수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올라온 것들이다. 리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서 정리하는 일을 한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트렌드도 정리해야 한다. 신제품이 잘 팔리는지도 계속 추적해야 한다. 통계학 전공자 수준은 아니지만, 숫자 감각이 있으면 좋다.


- 리뷰 업무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지누스가 첫 직장이다. 중국 생산법인에 입사해 제품 생산부터 출고까지 지켜봤다. 제품이 나오는 과정을 잘 알고 있어서 리뷰를 정확한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긴 것 같다. 리뷰 업무를 처음 시작한 건 2012년이다. 매트리스 온라인 판매가 늘다 보니 회사에서 리뷰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혼자 했는데, 그때는 리뷰가 많지 않았다.


- 고객 리뷰를 회사에 공유할 때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자기가 만든 제품이 고객 반응을 직접 보니 신기하게 생각했다. 다행히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리는 평점이 낮은 리뷰를 분석하지만 높은 평점 리뷰도 공유한다. 그런 리뷰가 직원들이 자기가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만족하며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출처: 사진 아마존 캡처
아마존 리뷰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게 지누스 리뷰팀의 주된 업무다.

하루 300건 영문 리뷰 정독, 경쟁사 리뷰도 읽어야


- 매일 리뷰를 읽나?

하루 일과가 리뷰 읽기로 시작한다. 고객의 불만사항만 읽는 것이 아니라 높은 평점을 준 것이나 칭찬이 달린 것도 모두 읽는다.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부분은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형식의 리뷰가 많기 때문이다. 평점이 낮은 리뷰만 읽어서는 이런 부분을 잡아낼 수 없다.


- 리뷰를 읽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이전에는 리뷰가 많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그것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이제 다들 익숙해져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5명이 리뷰를 나눠 읽나?

아니다. 모두 같은 리뷰를 따로 읽는다. 리뷰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간과하고 지나친 부분을 다른 팀원이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오후에 리뷰 회의를 하기 전까지 리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리뷰 회의는 어떻게 하나?

팀원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각자 의견을 발표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견을 취합해 전달한다. 리뷰는 1차로 전사 공유를 하고, 중국 생산공장과 미국 판매 법인에 전달할 내용을 추린다.


- 경쟁사 리뷰도 살펴보나?

당연하다. 경쟁사 리뷰도 꼼꼼히 살핀다. 미국 리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 리뷰와 경쟁사 리뷰를 보면 배울 부분이 많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언급할 때가 많아 이를 개선사항에 넣기도 한다.


리뷰에서 개선점 신제품 아이디어 나와


- 왜 지누스는 리뷰를 강조하나?

가구 기업은 고객 접점이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다. 별도로 설문조사 말고는 고객 반응을 알 방법이 없다. 지누스는 오프라인 매장도 없고, 쇼룸도 만들지 않았다. 고객의 입소문이 전부라 리뷰가 중요했다. 그런데 리뷰를 보면 우리가 미처 알 수 없었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하는 경쟁사가 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이다.


- 고객 리뷰를 실제 제품 개발이나 개선에 반영한 부분이 있나?

작년에 고객 의견을 반영한 것만 46건이 있다. 올해도 벌써 35건을 반영했다. 고객 의견으로 우리가 개선한 부분은 크게 품질 향상, 고객 편의, 신제품 아이디어로 나눌 수 있다.

출처: 사진 지누스 제공
지누스가 조립 도구로 포함한 래칫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각각 어떤 예가 있었나?

보통 사람들이 자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슈퍼사이즈(체격이 지나치게 거대한 사람)이 누우면 흔들림이 있다는 불평이 나왔다. 다음 생산 라인부터는 메탈 뼈대를 더 두껍게 하고 용접도 강화하기로 했다. 침대 프레임은 조립식이다. 구매자가 직접 조립해야 한다. 조립을 위해 박스에는 6각 렌치 한 개가 들어있다. 이케아를 포함해 대부분 조립식 가구에 기본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모서리 부분에서는 조임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래칫 렌치(한 방향으로 만 돌릴 수 있는 렌치)를 제작했다. 미국에서는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공구라 반응이 아주 좋았다. 또 어떤 침대는 키가 큰 사람은 불편하니 높게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 역시 신제품에 반영할 예정이다.


- 가장 아팠던 리뷰는 어떤 게 있나?

한가지 문제를 두고 여기저기서 반복해서 올라오면 속상하다. 사실 대량생산 체제라 한 문제는 그 제품이 다 팔릴 때까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모든 가구를 지누스로 바꿀 거라고 말하는 리뷰를 보면 힘이 난다.


- 기업에게 리뷰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리해달라.

리뷰는 고객의 소리다. 고객이 제품을 사고, 받아보고, 설치해 사용하는 모든 과정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아픈 소리, 쓴소리를 전달하는 위치다. 고객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도 그 속에서 개선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기업이 리뷰를 봐야 하는 이유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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