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하고 출근했다..퇴사 결심시킨 대기업 임원의 한마디

조회수 2020. 9. 24. 12: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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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애냐?", LG전자 때려치우고 직장문화 비판하며 탭댄스 추는 남자
스타트업 VCNC 인사담당자 조기엽씨
대기업 퇴사하고 직장문화 비판
탭댄스 추며 행복추구의 치열함 깨달아

“직장인의, 직장인을 위한, 직장인 전문 공감방송 ‘직장인의 난’을 시작하겠습니다.”


일주일에 2번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는 이렇게 시작하는 방송이 올라온다. 남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탭댄스를 추고 조직 문화가 자유분방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조기엽(33)씨가 동료와 함께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방송 이름은 ‘직장인의 난’. 정기 구독하는 사람이 1500명을 넘었다.


조씨는 이 방송에서 아직 만연한 우리 기업들의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난 11일 만난 조씨는 “내가 대기업을 다니면서 당했던 것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다양한 사연들이 방송에 소개된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기업들의 경직된 조직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느낀다”고 했다.

출처: jobsN
지난 11일 서울 강남 위워크에서 만난 조기엽씨.

춤추러 6개월 동안 미국 돌아다니고 대기업에 취업


조씨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2003년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해 교내 댄스동아리 활동에 열중했다. 고등학생때까지 춤에 관심이 없다가 좋아하는 누나가 춤 잘 추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 무작정 댄스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는 “대학시절 춤에 매료돼 공부보단 춤만 추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에 나오는 외국 유명 댄서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이 취업을 준비하던 4학년 1학기때 훌쩍 떠났다. 부모님께는 어학연수라는 핑계를 댔다. 6개월간 캐나다와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춤꾼들을 만났다.


팝핀현준과 함께 활동했던 대니, 가수이자 댄서 박재범, 미국의 팝핀 댄스팀인 머신건펑크 등도 만났다. “취업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무작정 6개월간 춤을 쫓아다녔죠. 한국에 돌아와 4학년 2학기 때 LG전자 인턴에 지원했고, 2011년 1월 채용까지 됐습니다. 운이 좋았죠.”


경직된 조직문화에 질려 4년 만에 대기업 퇴사


그는 LG전자 인재육성팀에서 3년 근무했고, 인사평가부서팀에서 1년 근무했다. 그는 한국 기업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못 견뎌 했다. 상사들은 그가 낀 두꺼운 뿔테 안경과 복장 등을 트집잡았고 문제아 취급했다. “한번은 파마를 하고 갔는데, 임원이 머리가 그게 뭐냐며 스포츠 머리로 자르고 오라는 거에요. 한 상사는 화가 나면 수첩을 던졌고, 심지어는 부하 직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죠.”


조씨는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피폐해지는 것이 보였다”며 “직장 4년차가 되니 조금만 더 있으면 안주해 눌러앉을 것 같아 과감히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를 결심하며 4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자. 2,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자(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3, 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지 말자. 4, 회사원을 하지 말자.

출처: jobsN
조기엽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퇴사 결심.

공백기에 만난 탭댄스와 팟캐스트 방송


시원하게 회사를 때려치운 그는 8개월 동안 원없이 놀았다. 평일 오전 명동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온종일 앉아있었다. 무료 강연 등도 찾아다녔다.


공백기에 그를 지탱해준 것은 무엇보다 춤이었다. 집 근처 탭댄스 교습장에 등록해 춤을 췄다. “거기 강사들이 탭댄스를 위해 순수하고 치열하게 살더라고요. 난 죽을 둥 살 둥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했는데 그들은 춤추는 자체로 행복해 하더라고요. 그들처럼 나도 행복하게 치열하게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일주일에 2번 퇴근 후 탭댄스를 춘다. 오는 8월에는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도 시작했다. 자신이 겪었던 회사 생활의 부조리 등을 토해내고 싶었다. 방송을 시작하며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은 그들과 함께 1주일에 한번 녹음을 해 2~3회분을 올린다. 현재 그의 팟캐스트 방송 ‘직장인의 난’은 구독자수가 1524명이다. 규모는 작지만 올라오는 사연은 하나하나 처절하다. 그는 “사연을 듣다 보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이런 회사가 있을 수 있는지 놀랄 때가 많다”며 “구독자들과 미래에 대한 커리어 고민, 조직문화 고민 등을 나눈다”고 했다.

출처: 팟캐스트 직장인의 난 유튜브 캡처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는 조기엽씨(왼쪽)
출처: 조기엽씨 제공
2016년 탭 페스티벌에서 조기엽씨(맨 왼쪽)가 동료들과 탭댄스 공연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도 스타트업 나름


그는 LG전자를 퇴사한 지 8개월 만에 한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다시는 회사원을 하지 말자는 결심을 깬 것. 그는 “조직문화가 자유롭다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고 싶어 입사했다”고 했다. 조씨는 그곳에 2년간 다니며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거기도 조씨가 원하던 곳은 아니었다.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자유롭고 수평적인 것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조직 규모가 작으니 대기업보다 내부 정치와 파벌이 심했습니다.”


그는 또 사표를 던지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 대표가 그를 찾았다.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토론하는 대표의 모습에 조씨는 ‘한 번 더 속아보자’며 이직했다.


그는 현재 커플들이 사용하는 폐쇄형 앱 ‘비트윈’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인사 담당 밸류 이노베이터로 근무한다. 그곳에서 1년간 일한 그는 “굉장히 만족한다”고 했다. “연봉도 생각보다 낮지 않고, 무엇보다 조직의 사고방식이 젊다는 점이 맘에 듭니다. 여기서는 모두가 책임감 있게 일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원칙이 있어요. 예전 LG전자를 다닐 때 항상 날카롭던 저의 모습도 사라졌죠.”

출처: jobsN
조기엽씨가 커플앱 비트윈의 마스코트와 함께 섰다.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기업의 조직문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채찍질해야 성과를 내는 ‘아이’로 보는 것 같다”며 “서로 공통의 목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어른으로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잡혔으면 한다”고 했다.


“외국 대기업 사례 연구결과를 보면, 기업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 리더의 겸손한 태도, 대표와 직원간 가치관의 지속적 공유가 필수적이에요.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우리나라엔 이런 부분이 약한 게 아쉽습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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