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행시·사시·외시 실패한 자존감 바닥 직장인, 지금은..

조회수 2020. 9. 24. 12:4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자존감 바닥 직장인을 바꾼 신의 한수
독서 습관 책 낸 직장인 김범준씨
10년간 존재감 없는 직장인으로 살다 대변신
독서왕이자 다작(多作) 작가

LG유플러스 영업 부장 김범준(51)씨는 매일 퇴근 후 카페로 다시 출근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서다. 10년 동안 3000권을 읽었다. 하루에 한권 꼴로 책을 읽어치운 셈이다. 13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는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회사와 가정에서 존재감이 없는 직장인이었다. 자존감도 낮았다. 20대에 행시와 사시를 준비하다 연이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서른이 다돼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마음 한켠에는 미련이 남았다. 열심히 살았지만 늘 불안했다. 승진 심사에서는 동기에서 치이고 후배에게 밀렸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짜증내고 잠만 자는 사람이었다.


자격지심과 부정적인 생각에 괴로워하다 마흔을 앞두고 우연히 독서와 글쓰기를 만났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삶이 180도 변했다. 최근 독서법에 관한 책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를 냈다. 독서와 글쓰기가 어떻게 그의 삶을 바꿨는지 들었다.

출처: jobsN
김범준씨.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직장생활을 해도 해결 되지 않는 막연한 미래에 대해 고민해봤을 것이다. 김씨도 10년 전에는 승진 탈락에 전전긍긍하고 회사에서 될때까지 버티타 자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서와 글쓰기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다시 태어났다. 최근에는 1년에 3~5권씩 책을 쓰고 있는 다작 작가다. 2017년 출간한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10만부가 팔렸다.

마흔살에도 찌질했던 내 모습


국세청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공무원을 꿈꿨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엘리트였다. 대학교 2학년 때 행정고시 1차 시험을 합격했다. 3학년 때 2차에서 떨어졌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4학년 때부터는 신림동 고시원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행시 1차도 단번에 붙었는데 좀더 공부하면 사시 합격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요. 건방진 생각이었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갔다. 3~4년을 공부했지만 사시도 1차가 한계였다. 나이는 서른을 바라보고 있었다. “1995년 4~5월쯤이었을 거예요. 고시원 1층에 앉아 신문을 보는데, 데이콤(이후 LG텔레콤·파워콤과 함께 LG유플러스로 합병)이라는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좋은 회사라는 소리를 들었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또래들이 정장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멋져보이기도 했어요. 사회 경험을 조금만 쌓고 다시 공부할 생각이었습니다. 운좋게 취업했어요.”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계속 사시 공부를 했다. 맘을 잡지 못하고 외무고시 공부에도 기웃거렸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공부를 제대로 할리가 없었다. 밍숭맹숭한 삶이 불만이었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김씨는 자신의 ‘찌질했던 과거’를 이렇게 고백한다.


“고시 실패가 콤플렉스로 남았어요. 매사에 불만이었죠. 제가 방황하는 사이 동기와 후배들은 앞서 나가고 저는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남이 승진하면 시샘하고 스트레스 받았어요.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30대 후반에 공무원 나이 제한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또다시 공무원 공부에 기웃거렸어요. 공인중개사 시험도 준비해봤습니다. 다들 죽어라 공부하는데 제가 될리가 있나요.”


자존감 바닥난 인생에서 만난 독서와 글쓰기


마흔을 앞둔 해였다. 팀장 승진에 또 실패했다. 후배에게 밀렸다. 김씨는 후배의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술을 진탕 마시고 상무에게 따져 물었다. ‘성과도 좋은 내가 왜 승진을 못하냐고.’ 상무는 말했다. ‘자네는 대화를 못해. 리더로서 자격이 없어.’


김씨는 흔히 말하는 ‘독고다이’ 직장인이었다. “동료나 후배와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후배들이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어려움도 있고, 선배들에게 상담하고 싶어할텐데 저는 신경도 쓰지 않았죠. 제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또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누구에게 말한 적도 없었어요.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승진 탈락과 상무의 말에 충격 받은 그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독서·글쓰기 모임을 찾았다.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한 ‘말’과 ‘대화’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출퇴근 길에, 자기 전에 틈나는 대로 읽었다. 또 거래처 직원들을 붙잡고 ‘어떤 말을 하는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은지’, ‘후배들을 독려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효과가 좋은지’ 등을 물었다.


이전에 책을 아예 읽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취미 삼아 이것저것 읽기만 하다보니 남는 게 없었다. 이젠 책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읽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독서하자 내용이 마음에 꽂히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조직에서 필요한 언어를 다룬 책까지 썼다.


“독서를 하면 삶이 바뀐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공부를 취미로 한다고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삶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전력을 다해 읽어야 합니다.”

삶이 정말 변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독서를 하기 전에는 불평 불만이 많았다. 남의 눈치 보기 급급했고 언젠가 회사에서 잘릴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그러나 책 1권, 2권을 읽을 때마다 마음과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30권을 읽었더니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100권을 읽으니 인간관계와 일에 자신감이 붙었다. 1000권을 읽으니 특정 분야 전문가가 돼 책을 쓰기 시작했다.


조직에서 필요한 언어를 다룬 책 ‘회사어를 말하라’가 좋은 반응을 얻자 출간 제의를 계속 받았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 애인과의 대화 등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해 또다시 닥치는 대로 독서를 하고 일상을 관찰했다. 독서의 선순환을 이룬 것이다. 말을 못해 승진 탈락의 쓴맛을 봤던 그가 이제는 말로 먹고 산다.


아빠가 놀아주지 않아 서운해하던 아이들은 이젠 누구보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한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가정과 아이 교육에 실천했더니 생긴 변화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전에는 승진 아니면 낙오, 이렇게 두개만 생각했습니다. 이젠 지금처럼 회사 다니면서 책 읽고 쓰는 일만으로도 행복해요. 영업직이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매일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매번 교훈을 얻습니다.”

출처: 김범준씨·비즈니스북스 제공
김씨는 독서할 때 그냥 읽는 법이 없다. 책 귀퉁이를 접고, 메모를 하고, 필요한 부분은 찢어서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괴롭힌다.

직장 다니면서 책 읽고 쓰는 법


독서를 하지 못하는 흔한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다. 하지만 김씨는 ‘핑계’라고 단호히 지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보고 SNS는 하잖아요. 간혹 출퇴근 시간이 짧아서 책읽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10분, 20분만 읽어도 괜찮습니다. 공들여 읽으면 1~2시간씩 붙잡고 있는 것보다 효과 있습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관한 책부터 파고들면 좋다. 인상 깊은 글귀는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찢어서 보관해도 상관 없다. 오히려 책을 괴롭혀야 제대로 독서할 수 있다. “저는 처음에 말을 바꿔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에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분야 책을 계속 읽다보면 내용이 비슷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져요. 꼭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만 얻고 책을 닫아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 책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독서 토론을 추천하는 이유다. 한달에 얼마씩 내는 유료 모임은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독서를 하기에도 좋다. “처음에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땐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모임에서 이야기를 해보니 다른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편견이 잘못됐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저만의 생각에 갇혔을 겁니다.”


입사 1~2년만에 퇴사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지만, 적응하지 못해 조기 퇴사를 택한 것이다. 10년 간 방황한 김씨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야겠죠. 악덕 사장과 상사 뿐인 회사라면 나오세요. 그렇지 않다면 좀만 버텨보세요. 요즘 ‘대기업 때려치우고 세계여행’이 유행인데 환상에 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회사 밖은 더 힘들어요.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