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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 정말 빠르다, 다음엔 못이길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대기업 연구원이 2년 연속 ‘자동차의 무덤’이라는 서킷 질주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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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균 현대차 전력제어개발팀 연구원
2년째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참가
‘끝판왕’ 고성능차 만드는 게 꿈

‘녹색 지옥’.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부르는 말이다. 이 서킷은 1925년 독일 쾰른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뉘르부르크(Nürburg) 일대에 지어진 자동차 경주장이다. 73개의 코너로 구성된 25㎞ 코스다. 산길을 따라 도로가 나 있어 고저차가 심하다. 도로 폭이 좁아 충돌 사망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전문 드라이버도 꺼리는 이 서킷을 2년 연속 질주한 일반인이 있다. 바로 김재균(31) 현대차 전력제어개발팀 연구원. 그는 지난 5월 현대차가 개발한 고성능차 i30N TCR 차량으로 24시간 동안 주행하며 차량의 내구성을 겨루는 ‘24시 내구 레이스’에 참석했다. 작년 i30N으로 참여한 데 이어 2번째다.


현대차의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엔진과 변속기 제어 등을 연구하는 그가 매년 독일 서킷을 주행하는 사연을 들어봤다.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김재균 연구원이 전시 중인 현대차 i30N 차량 앞에 섰다. 이 차량은 작년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출전한 차량이다.

출처jobsN

◇자동차를 더 알고 싶어 레이싱 시작


김재균 연구원은 올해로 현대차 입사 7년차다. 연세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고등학생때까지만 해도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대학 선배가 참가한 레이스 경기장을 찾았다가 자동차에 푹 빠졌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저렴한 중고차를 구매했고, 선배를 따라 자동차 관련 모임에 나갔다. 현대차가 대학생을 미리 채용하는 연구장학생에 지원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자동차가 모든 미래 기술의 집합체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죠.” 그는 현대차 연구장학생을 거쳐 2012년 2월 연구원으로 현대차에 정식 입사했다.


그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자동차의 두뇌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간 전기 제어에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일과 시간엔 연구를 하고 일과 외에는 연구소 내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했다. 2014년부터는 아마추어 레이싱을 시작했다. 그는 “전공이 전자공학이라 자동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계공학 지식이 부족했다”며 “자동차를 더 알고 싶어 레이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현대차의 ‘영드라이버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현대차 고성능차 개발을 맡으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전력제어개발팀에서 일하는 그와 함께 고성능차 성능개발팀, 섀시팀, 현가조향 설계팀에서 선발한 연구원들 총 4명이 현대차의 첫 고성능차인 i30N을 타고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렸다. “언제 일반인 신분으로 세계 최악이라고 꼽히는 서킷을 달려보겠어요. 레이스 참가 경험이 연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서킷을 질주한 김씨는 작년 출전 차량 160대 중 50위를 기록했다.


◇사망한 드라이버 이름이 서킷 곳곳에


현대차는 올해 5월 12~13일도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참가하며 김재균씨를 드라이버 중 한명으로 세웠다. 작년에는 현대차의 첫 고성능차인 i30N을 최종 점검하자는 차원에서 4명의 연구원이 드라이버로 참여했지만,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취지로 작년 경기 중 가장 기록이 좋았던 김씨만 드라이버로 차출했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는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후 3시 30분까지 경기가 있다. 차량 1대당 4명의 드라이버가 번갈아 가면서 운전한다. 누가 더 많은 바퀴를 도는지로 순위를 결정한다. 현대차의 판매용 경주차인 i30N TCR은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달렸고, 1시간 30분마다 정해진 공간에서 수리와 주유를 했다. 이때 드라이버들도 교체했다. 현대차의 i30N TCR 2대는 올해 출전한 150대 중 35위와 58위로 완주에 성공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김씨는 5월 12~13일 열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준비했다. 기량을 올리기 위해 2달 동안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현지에서 열리는 다른 레이스에 참가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 출근 전 컴퓨터 레이싱 시뮬레이터로 연습 주행을 하며 25㎞에 달하는 뉘르부르크링 코스를 외웠다. 유튜브 등으로 다른 드라이버의 주행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지난 5월 12~13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리는 i30N TCR 모습. 노면에는 주행 중 충돌 사고로 목숨을 잃은 드라이버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출처김재균 연구원 제공

직접 주행한 뉘르부르크링은 녹록지 않았다. 김씨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코너만 250개에 다음 코너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곳도 많아 매우 위험하다”며 “서킷 노면에 이곳을 주행하다가 사망한 드라이버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고 말했다.


25㎞ 코스는 독일 아이펠 산맥에 걸쳐 있어 기후가 변화무쌍했다. “주행 중인 곳은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서킷 저 너머는 해가 쨍쨍 내리쬐더라고요. 어떤 지역은 이슬이 내려 노면이 얼었는데, 어떤 곳은 건조해 바짝 말라 있기도 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이런 곳을 평균 시속 160㎞, 최고 속도 260㎞로 돌파했습니다.”


경기 종료 15분 전 충돌 위기도 있었다. 핸들을 잡은 김씨가 안갯속을 헤치며 빠르게 치고 가던 중 앞서 가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김씨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다행히 충돌을 피해 안전지대에 정차했지만, 모니터로 경기를 지켜보던 피트(수리나 타이어 교환, 연료 보급 등을 하는 장소)에 있던 동료는 사고가 크게 났을까 봐 걱정했다고 하더라고요.”

i30N 운전석 문 안쪽에 붙어 있는 뉘르부르크링 코스 지도(왼쪽). 뉘르부르크링은 변화무쌍한 날씨, 높은 고저차, 연속 코너 등 혹독한 주행 환경으로 악명 높다.

출처jobsN·김재균 연구원 제공

◇끝판 왕 고성능 차 개발이 목표


뉘르부르크링은 구불구불한 코너, 연속 S자 코스, 급격한 내리막길, 높은 고저차 등 혹독한 주행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자동차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1바퀴를 달리면 일반 도로 2000㎞를 달리는 것과 같은 부담을 차에게 준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은 뉘르부르크링을 신차 주행 시험장으로 삼는다. 현대차가 뉘르부르크링에서 i30N을 갖고 레이스에 뛰어들고, 여기에 연구원인 김씨를 참여시키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프로 드라이버들이 차량을 가장 빠르게 운전할 수는 있겠지만, 현대차를 가장 잘 알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에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김씨 덕분에 해결할 수가 있었다. 경기 중 엔진 센서 쪽에 문제가 생기자 김씨가 다른 엔지니어와 함께 발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다. 김씨의 이러한 경험은 한국에서 자동차를 개발하는 동료에게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레이스 참가 경험과 문제 해결 사례 등을 동료와 공유하고 이를 개발에 반영하는 식이다. 그는 “경기 중에도 한국에 있는 남양연구소와 협업이 이뤄져 즉각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이 기존 연구개발보다 더 수준 높은 차량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i30N 운전석에 앉은 김재균 연구원. 그는 오는 11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5층에 마련된 N 브랜드체험관에서 뉘르부르크링 주행 경험을 현대차 고객들에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출처jobsN

김씨의 꿈은 ‘끝판왕 고성능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쟁 브랜드의 드라이버들이 우리 차를 가리키며 ‘정말 빠르다, 다음에는 못 이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현대차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레이스를 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성능의 끝판왕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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