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경기 전에 '이런 밥' 먹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2: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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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 선수들은 경기 전에 뭘 먹을까?
KBO 선수들은 뭘 먹을까
홈런 기원 홈런볼·부상엔 도가니탕
3년 내내 미역 안 쓰기도

뜨거운 여름 시원한 홈런과 다이빙 캐치로 관중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스포츠. 바로 야구입니다. 선수들은 열심히 응원하는 팬과 팀의 승리를 위해 수십 미터를 달려가 공을 잡고 27.43m를 전력 질주해 점수를 내죠. 짧으면 2시간, 길면 3시간 넘게 걸리는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강한 체력은 필수입니다. 

출처: 조선 DB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운동은 물론 식단도 중요합니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은 보통 한 끼에 1500kcal 를 섭취합니다. 일반인 평균보다 500kcal 이상 더 섭취하는 셈입니다. 선수들은 경기장 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합니다. 높은 열량과 맛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구장 구내식당 가격은 5000원 정도. 일반 회사 구내식당보다 1000~2000원 정도 더 비싼 편입니다. 이는 외부 사람들이 이용할 때의 가격입니다. 선수나 구단 직원들은 공짜로 먹습니다.


구내식당은 주로 아워홈, 현대 그린푸드 등 업체에서 운영합니다. 구단 프런트나 각 업체 영양사들이 선수들의 식단을 관리합니다. 그들에게 야구 선수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들어봤습니다.


고열량 뷔페식..생선 가시도 발라서 제공


평일 야구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합니다. 훈련을 마치고 경기 시작까지 소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밥은 보통 오후 3~4시부터 제공합니다. 영양사들은 보통 고탄수화물·고열량의 음식을 뷔페식으로 구성합니다.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2017년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김가영 영양사 역시 뷔페로 식단을 꾸린다고 합니다. "선수들이 경기 전에 밥을 먹다 보니 식사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메뉴를 준비해요. 주로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이용해서 메인메뉴 3~4가지와 사이드 메뉴, 후식 등을 준비합니다."


선수들은 면 종류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김 영양사는 이런 선수들을 위해 잔치국수, 도토리묵이 들어간 김치국수, 짜장면 등을 항상 준비합니다. 선수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탄수화물이라서 선수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기 때문이죠.


2001년 삼성 라이온즈 영양사로 입사해 지금은 삼성 프런트에서 식당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안현정 프로. 17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메뉴를 책임졌습니다. 그는 선수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준비한다고 합니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거창한 식사를 하지 않아요.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케일 쌈, 밥도그 등을 준비합니다.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쌈도 다 싸서 내놓습니다. 생선도 가시를 다 발라서 내놓죠. 선수들은 부상을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다칠 수 있는 뚝배기나 칼 등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출처: 김가영 영양사 제공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먹는 메뉴. 다양한 메뉴들이 골고루 나온다. 2017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가영 영양사가 준비한 홈런볼

홈런 기원하면서 특식 준비, 부상 선수에게 도가니탕


우승팀을 가리는 한국시리즈 같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특식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기아 타이거즈 김가영 영양사는 선수들의 홈런을 기원하면서 간식에 홈런볼을 넣어 포장해 나눠줬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수제 컵케익을 만들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죠.


삼성 라이온즈 안 프로는 다친 선수를 각별히 챙겼다고 합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는데 인대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선발 명단에 들어가야 할 선수였어요. 어떤 메뉴가 나오든 그 선수는 도가니탕만 끓여서 먹였습니다. 부상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식이요법은 다 해주는 편입니다. 그렇게 신경 쓴 선수가 결국 선발 명단에 들었을 때 뿌듯했죠.”


잠실구장의 두 주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같은 구내식당을 씁니다. 그러나 함께 밥 먹는 일은 드뭅니다. 두산과 LG의 경기가 있는 날에만 같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LG 트윈스가 출장 뷔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이 두 구단의 식단을 책임지는 담당 영양사에겐 몇 가지 징크스가 있다고 합니다. 3년 동안 잠실 구장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재료로 미역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 매체를 통해서 밝혔죠. 또 경기가 길어질 때 간식으로 김밥을 준비하면 이긴다는 속설을 따라 간식으로 김밥도 준비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안현정 프로 제공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먹는 메뉴. 한식은 물론 선수들이 힘을 들이지 않고 한 입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선수들이 메뉴 요청하기도


영양사들은 파스타, 짜장면 등 선수들이 요청하는 메뉴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안 프로는 “선수들이 장어 꼬리만 먹고 싶다든가, 소고기 안창살을 많이 구워 먹고 싶다는 장난 섞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면서 “예산을 초과하는 메뉴는 준비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메뉴지만 선수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사들이 자제하는 음식도 있습니다. 게장이나 찬 음식 등입니다. 알레르기와 여름철 장염 때문이죠. 선수들의 건강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합니다.


두 영양사는 선수들이 밥 맛있게 먹었다고 말해줄 때가 뿌듯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작년 10월 3일 은퇴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는 고참임에도 인사를 빼먹는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식당에 들어올 때나 나갈 때 항상 잘 먹었다는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기아 타이거즈 김가영 영양사는 이범호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합니다. “입사 초기에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선수입니다. 식당에 들어올 때마다 얼굴이 밝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범호 선수 외에도 선수들이 ‘밥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라고 해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납니다. 또 메뉴 준비가 작지만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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