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술자리서 '낙방 스토리' 늘어놓던 고교동창, 6년 후..

조회수 2020. 9. 24. 12: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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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직업이 된, '직장인 인터뷰하는 직장인' 2인조
진학사 캐치 소속 강윤호·김태진씨
취미였던 '취업학개론' 영상 제작이
훗날 직업으로까지 이어져

지난 2012년, 당시 스물일곱이던 강윤호(33)씨와 김태진(33)씨는 한창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이들은, 적어도 매주 한 번씩은 만나 술자리를 했다. 안줏거리는 대개 낙방 스토리였다. 면접관에게 장기자랑을 요구받았던 일을 풀어놓기도 했고, 성차별적인 질문을 던진 기업을 욕하는 때도 있었다.


당시는 ‘나는 꼼수다’ 열풍을 계기로 팟캐스트 서비스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술자리에서 늘어놓는 푸념을 녹음해 팟캐스트에 올리기로 했다. 평소 하던 일에 녹음기 트는 수고 하나만 얹으면 그만이니, 손해 볼 것도 없다는 계산이었다 한다. 팟캐스트 제목은 ‘철수와 존슨의 취업학개론’으로 붙였다.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2~2013년 즈음엔 팟캐스트 순위에서 코미디 부문 2위, 전체 13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한다.


우연히 시작했던 팟캐스트 방송은 결국 그들의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강씨와 김씨는 현재 진학사에서 만든 기업 정보 서비스 ‘캐치’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현직자 블라인드 인터뷰나, 취업 및 이직 정보를 담은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출처: 강윤호씨 제공
강윤호씨(왼쪽)와 김태진씨.

실패 경험을 소재로


강씨와 김씨가 2012년부터 2016년 즈음까지 만든 팟캐스트 콘텐츠 수는 100여 개가 넘는다. 이는 이들이 지원서를 낸 기업 숫자와 거의 같다. “저희가 도전한 기업은 꼭 평가를 했어요. 술을 마시면서 시험 문제가 어떻더라, 면접관이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 회사 건물 모습은 이렇더라… 뭐 그런 식으로요. 그만큼 저희가 많이 지원하고 많이 떨어진 것이기도 하죠.”


사실 내는 족족 모조리 탈락했던 것은 아니었다. 강씨도 김씨도 모두 다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스타트업에 재직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만뒀다 한다. “야근이 많다거나, 조직문화가 후진적이거나, 영업을 강요하는 등. 굳이 그런 부조리들을 견디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기 때문에, 팟캐스트 콘텐츠 또한 뜻하지 않게 많아졌다. “어느 한 기업에 붙어서 쭉 다녔다면 ‘입사 지원’을 소재로 팟캐스트를 계속 만들 방법이 없었겠죠. 우리가 마음 붙이지 못하고 헤맬수록, ‘철수와 존슨의 취업학개론’ 콘텐츠는 풍부해졌습니다.”


2016년부터는 둥지를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옮겼다.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였다. “영상이 팟캐스트를 넘어 대세로 떠올랐으니까요. 솔직히 잘 만들진 못했어요. 장비도 부족하고 촬영 기술도 형편없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콘텐츠 만들기도 어려워진 데다, 둘 다 직장을 다니며 바빠진 통에 취업학개론 제작을 그만둘 고민도 했었다 한다. “하다 하다 지쳐서 이제 그만 두자는 이야기도 몇 번 꺼냈어요. 하지만 묘하게 그럴 때마다 한국직업방송, EBS, 교통방송 등에서 취업 관련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오더라고요. 재밌게 방송하고 나니 또 새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지고. 결국 제작을 끊을 수 없었죠.”


둘 모두 취업하는 바람에 발생한 소재 부족 문제는, 다루는 주제 범위를 넓혀 해결했다. “취업 준비생만을 위한 콘텐츠를 넘어 직장인 전체를 잠재 구독자로 삼았습니다. 특정 업계의 현실을 비판한다거나, 직장인의 애환을 토로하는 식으로요. 아무래도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보다 시간 여유가 없으니 많이 만들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꾸준히 제작해낼 수는 있었어요.”


그러다 김씨가 2016년 8월 진학사 캐치에 입사했다. 이를 계기로 이들의 콘텐츠는 또 한 번 터전을 옮겼다. 강씨와 김씨가 제작하는 영상을 ‘캐치 TV’ 명의로 올리는 대신, 회사 장비와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상한 것이다. 캐치가 표방하는 ‘기업 정보 서비스’와 이들의 콘텐츠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캐치 소속으로는 블라인드 인터뷰를 20여 개, 기업 소개 영상을 10여 개 정도 만들었다. 2018년 5월엔 강씨도 아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캐치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솔직함이 무기


강씨와 김씨가 만드는 콘텐츠는, 언급하는 회사를 마냥 칭찬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애초에 저희가 다뤘던 회사들은 거의 모두가 저희를 낙방시킨 곳이었어요. 굳이 포장을 해 줄 이유가 없죠. 물론 없는 트집을 잡아 욕하진 않았지만, 부족하거나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감춰주지도 않았어요.”


이들은 자신들이 솔직했기 때문에 팟캐스트 시절 인기가 높았다 말한다. “기업들이 크게 착각하는 게, 돈 뿌려서 자기네 칭찬하는 콘텐츠만 만들면 오히려 욕을 먹는다는 걸 몰라요. 뻔히 보이는 잘못을 매수해 감추려 들면 한층 더 역겨워지거든요. 허심탄회하게 우리가 못난 면은 고치겠다 죄송하다 반성하겠다 그렇게 나와야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기업들이 그런 자기고백을 충실히 했으면 사람들이 저희 콘텐츠 볼 일도 없어요. 썩은 걸 썩었다고 말해 주는 곳이 없으니, 사람들이 답답한 마음에 취업 준비생 둘이 푸념하는 팟캐스트나 찾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캐치에서도 같은 논조를 이어갈 예정이라 한다. “앞으로도 어용 아니고 가식도 없는 솔직한 기업분석과 평가를 할 계획입니다.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은 물론, 기업을 위해서도요. 기업 또한 본인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똑바로 알아야 개선도 하겠지요. 다만 솔직이라 함은, 장점 또한 가감 없이 소개한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기업이라면 아낌없이 칭찬해 줘야지요.”


취미가 직업으로


팟캐스트나 유튜브 자체에선 수익이 거의 없었다. 한국직업방송이나 EBS 등에 출연하면 사례비가 약간 나올 뿐이었다. 캐치로 이직한 후엔 봉급을 받으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월급이 중견기업 정도 수준이라 한다. 오히려 그들이 직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받던 돈에 비하면, 액수가 줄어든 편이다. 그래도 삶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다 한다. “취미가 직업으로 변한 게 그리 나쁘지 않아요. 물론 퀄리티와 조회 수 걱정 때문에 예전처럼 맘 편히 영상을 만들 순 없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거니 감수해야죠.”

출처: 강윤호씨 제공
청년정책 라이브에 출연한 김태진씨(왼쪽)와 강윤호씨.

강씨와 김씨의 활동 범위는 오프라인으로까지 넓어질 예정이다. 오는 7월 중순 즈음 캐치가 서울 신촌역 부근에 취업 준비생을 위한 카페를 개장하기 때문이다. 각종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취업 준비생에게 공짜로 커피를 주는 이벤트도 고려 중이라 한다. “저희도 오래도록 취업 시장을 떠돈 만큼 취업 준비생의 고충과 불안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줄 수 있는 도움은 모두 주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엔 저희 영상을 보고 많은 정보를 얻어 갔다거나 취업 성공까지 이르렀다는 분도 여럿 계신 만큼, 한층 더 책임의식을 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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