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도 못치는 유학파 남성이 선택한 의외의 직업

조회수 2020. 9. 23. 1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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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딜러는 취미로도 포커 잘 하냐고요? 고스톱도 잘 못 쳐요"
파라다이스시티 이도현 딜러 인터뷰
중국 유학 출신으로 카지노 입문
마케팅 지망했지만 3개월 특훈 '전업'

국내 최대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내에 있는 '파라다이스 카지노'다. 게임을 할 수 있는 전용 영업장 면적만 8726㎡(약 2640평)에 달한다. 부대시설도 규모가 크다. 711개 객실의 호텔을 비롯, 레스토랑과 수영장, 키즈카페, 플레이스테이션룸, 볼링장 등을 합하면 총면적은 13만5693㎡(4만평)이다. 현재 건설 중인 2차 개장 지역이 오픈하면 부티크 호텔, 갤러리, 클럽, 스파 등이 들어선다.


메인 시설인 카지노에는 딜러 330명이 3교대로 하루 24시간 일한다. 이도현(28) 딜러도 그 중 하나다. 2016년 11월 입사해 지금까지 카지노 딜러로 일하고 있다.


jobsN은 18일 이씨를 만나 딜러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게임을 하고 있는 카지노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어, 당일 오전 영업을 하지 않았던 VIP룸 ‘카멜리아’에서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했다.


마케팅 지망 중국 유학생…딜러 매력에 빠져 업종 전환


- 딜러로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중국에서 나와서, 한중 양국을 잇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파라다이스가 동북아 최초 복합리조트(리조트 내에서 호텔, 카지노, 공연, 레스토랑, 쇼핑, 국제회의장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곳)를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입사원으로 지원했다. 본래 마케팅 직군으로 지원했는데, 신입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딜러 교육을 받다가 진로를 수정했다.”


- 유학은 왜 갔나?

“고교 재학 중 중국 창춘(長春)으로 유학을 갔다. 친척이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어서 함께 시작했다. 이후에는 베이징에 있는 대외경제무역대학(對外經濟貿易大學)에서 국제무역학을 전공했다.”

출처: jobsN
이도현 딜러.

- 카지노 오픈 멤버면 입사동기도 많겠다.

“신입사원 200명이 동시에 입사했다.”


- 면접에서 어떤 점을 강조했나.

“대학 재학 당시 한국식 고깃집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한국 알바생을 써서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식 서비스’를 하는 것이 콘셉트였다. 이 경력을 활용해, 카지노를 찾는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한 것이 면접관에게 어필한 것 같다.”


- 입사 후 딜러 교육은 어떻게 받았나.

“신입사원 200명이 직군에 관련없이 전부 3개월간 합숙하면서 딜러 교육을 받았다. 카지노에서 딜러는 영업의 최전선이고, 어떤 부서에서 일하더라도 기본이라는 취지에서다. 강화도에 있는 유스호스텔을 통째로 빌려서 3개월간 합숙을 했다. 호텔 오픈 전이라, 카지노 장비를 전부 유스호스텔에 설치했다. 파라다이스의 카지노 교관 16명에게서 게임의 룰과 실제 플레이 방법을 배우고 실습했다. 서비스 교육과 이론 교육도 받았다.”

출처: 파라다이스 블로그 캡처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신입사원들.

- 게임은 뭘 맡고 있나.

“딜러와 고객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블랙잭·바카라·러시안룰렛·쓰리카드포커 4종류다. 매일 출근하면 뭘 담당할지 알려준다.”


- 게임의 승률은 얼마나 되나.

“그건 모른다. 딜러는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딜러는 패를 깔아놓는 것이고, 고객이 선택하기 때문에 딜러도 승률을 알기는 어렵다.”


- 고객이 너무 많이 돈을 따거나 잃게 되면 어떻게 되나.

“우선 딜러 개인에게는 상관이 없다. 게임만 공정하게 하면 된다. 딜러는 고객의 게임이 재밌도록 분위기를 이끌고 게임을 진행하는 사람이지, 플레이어가 아니다. 물론 고객이 돈을 너무 많이 따거나 잃게 되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딜러를 교체 한다.”


- 얼마를 따면 딜러가 교체되나.

“정해진 액수는 없다. 플로어(게임대) 서너 곳을 묶은 구역을 ‘핏(pit)’이라고 하는데, 이 핏의 책임자인 ‘핏 보스(pit boss)’가 분위기를 봐서 결정한다. 핏 보스는 그 외에도 게임을 하다가 생긴 고객의 분쟁이나 돌발상황 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 돌발상황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바카라를 한다고 치자. 게임이 끝났는데, 실수로 딜러가 카드 한 장을 뽑는 경우가 있다. 또 바카라 게임 도중에는 베팅을 할 수 없는데, 고객이 게임 진행 중에 칩을 거는 경우가 있다. 고객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 칩을 가져가려 하는 때도 있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핏 보스와 담당 딜러가 고객과 협의해 해결한다.”


- 게임이 끝나면 칩과 포커 카드는 어디에 두나.

“칩은 각 테이블별 보관함에 넣고 열쇠를 잠근다. 24시간 폐쇄회로(CC)TV로 감시한다. 사용한 카드는 게임 후 수거 전담팀이 거둬서, 파쇄기로 갈아서 폐기한다.”


- 카드를 다시 쓰면 안 되나.

“카지노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영업의 생명이다. 한 번 썼던 카드를 다시 쓰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이 ‘쫀다’(마음을 졸이며 패를 젖혀 본다는 ‘조이다’의 속어)면서 카드를 구기는 일도 많아서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매 게임마다 사용하는 카드 역시 관리 부서에서 엄정하게 출고를 관리한다.”


“딜러는 ‘내부 마케터’…고객 또 오게하도록 이끄는 회사의 얼굴”

- 카지노 하면 SBS 드라마 ‘올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오래전 작품이라 기억이 없다. 미국 영화 ‘21(트웬티원)’은 본 적이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박 영화였다.”

출처: jobsN
이도현 딜러.

- 현실과 비교하면 어떤가.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는 도박사가 딜러가 주는 바카라 패를 하나씩 하나씩 암기하면서 다음 패를 예측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바카라에서는 한 장 줄 때마다, 나머지 전체 카드를 기계가 임의로 섞는다. 블랙잭에서는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카드를 기계가 섞는다. 그래서 예측이 불가능하다.”


- 고객은 어느 나라 사람이 많나.

“2017년 4월 오픈부터 지금까지 28만명이 방문했다. 중국인이 50% 정도고, 일본이 그다음이다. 요즘에는 일본 VIP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 중국인과 일본인은 특성이 어떻게 다른가.

“중국인 고객은 미신을 믿는 분이 많다. 게임할 때 지니고 오는 부적 한두 개 정도는 있다. 또한 여러 명이 와서 수다를 떨면서 바카라나 주사위게임(다이사이·大小)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 고객은 쾌적한 곳에서 조용하게 게임을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일본인 고객들은 본인이 원하는 딱 그 위치에 카드를 놓아주기를 바란다.”


- 딜러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집중력. 딜러는 정 위치에서 고객의 재미를 위해서 일관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침착성과 인내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내부 마케터’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한 번 한국의 카지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그것도 재력이 좀 있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 외에는 없다. 딜러들 각자가 카지노 고객에게는 회사의 얼굴이다.”


-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겠다.

“그렇다. 나는 중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중국인 고객을 주로 맡는다. 이곳에는 일본인 직원도 일부 있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기본적으로 영어 회화 정도는 한다.”


-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특별히 하는 것 없다. 영화를 보거나 집에서 쉰다.”


- 게임을 하러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등에 가지는 않나.

“해외 카지노를 연구해 볼 겸 가보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다.”


- 그래도 직업으로 카지노를 접하는데, 취미로 카드 게임 같은 것은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명절 때 아버지와 고스톱 가끔 치는 수준이다. 그 마저도 ‘경력’이 모자란 건지 쉽지 않더라.”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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