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봅시다~' 외치던 '안어벙' 안상태, 요즘 뭐하세요?

조회수 2020. 9. 23.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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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개그맨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안어벙
‘빠져봅시다’, ‘~뿐이고’ 유행어 제조기 안상태
개그맨서 블랙코미디 단편영화감독으로 컴백
소심한 성격 고치려 극단 입문
연출가·공연가·강연가로 종횡무진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 등 시대의 걸작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 날 때부터 '대감독'일 것 같은 그의 과거는 화려하지 않다. 대학을 중퇴하고 트럭 운전사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를 보고 운명처럼 영화에 빠졌다.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짬짬이 쓴 시나리오가 바로 SF 영화의 교과서로 꼽히는 ‘터미네이터’다. 이후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휩쓴 ‘타이타닉’, 3D영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아바타’ 등이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개그맨 안상태(40) 씨는 이 전설적인 감독의 인생역정을 본받고 싶어 한다. 한 가지를 잘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낸 삶을 동경해서다. 데뷔 15년차 개그맨이 영화감독으로 돌아왔다.


‘자, 어디 한번 빠져~봅시다’, ‘난 ~했을 뿐이고’, ‘이게 뭐니 이게~…’ KBS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개그콘서트를 오랫동안 챙겨봤다면 이 유행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랬던 이 남자 지난 몇 년 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찾아다녔다고 한다. 미술 작가인 아내와 함께 차린 문래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출처: jobsN
단편영화 감독으로 돌아온 개그맨 안상태씨.

개그하다 영화 찍는 이유는?


#.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이름은 안상태’

‘아니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신 거죠.’

'됐고, 당신 이름이나 말해. 당신 이름을 당신이 안상태야 모르는 상태야?’

‘아 그게…안상태입니다.’


형사가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힌 친구를 대면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 ‘모자’ 중 한 장면. 안 씨가 시나리오부터 연출, 연기까지 참여해 만든 첫 단편영화다. 영화 초반부 언어유희가 관객이 배를 잡고 웃게 만든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안 톰 비트’에 올라 있는 9분짜리 단편영화는 68만이라는 적지 않은 조회 수를 찍었다. 개그를 하다가 영화에 뛰어든 계기는 뭘까 궁금했다.

“당연히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었죠. 그런데 불러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자연스럽게 1인 극을 하게 됐어요. 극을 하면서 영상이 필요했는데 그걸 직접 만들었어요. 1분 30초짜리 영상 만드는 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독학으로 터득했어요. 하다 보니 계속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일처럼 하기는 싫어서 영상 만드는 법이며 사운드 작업 같은 것을 놀듯이 공부했죠. 그렇게 하니 5년 정도 걸리더라고요. 힘들었지만 만들고 나니까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으니까요.”


개그와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사실 별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안 씨는 개그 캐릭터를 자신이나 주변에서 찾는다. 개그콘서트에서 안어벙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정면도, 옆도 아닌 방향에 초점없는 시선처리를 한것도 철저한 계산의 결과다. 대학로에서 거리공연을 할 때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더 잡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착안한 것. 그가 찍은 또 다른 단편영화 ‘커버’는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조직폭력원으로 위장한 형사가 자신의 진짜 동료에게 보낼 문자를 조직폭력배원에게 잘못 보내면서 벌어진 일을 다뤘다. 이 영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유튜브에 올린지 한 달여 만에 조회 수 3만을 넘었다.


“‘커버’라는 영화는 친한 후배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어느 날 후배가 소개팅을 하러 나갔대요. 자리에 나갔는데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자 주선자가 원망스러웠대요. 문자를 보냈대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겠죠. 근데 여기서 사고가 난 겁니다. 주선자에게 할 메시지를 바로 앞에 앉은 '그 분'에게 보낸 것이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내용이죠. 제가 찍는 영화도 블랙코미디지만 우리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서 소재를 찾아요.”

출처: 본인 제공
현장에서 촬영 중인 안씨.

성격 고치려 들어간 극단서 개그 인생 시작


원래 꿈이 개그맨은 아니었다.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개그에 발을 들인 계기는 내성적인 성격을 적극적으로 바꿔보고 싶은 바람에서다. 제대하고 무작정 개그맨 전유성 씨가 모집하는 극단에 지원했다. 면접시험을 보러 갔다가 ‘불합격은 너희들이 결정해’라는 대선배의 알쏭달쏭 한 합격 통보를 받고 본격적인 개그 인생이 펼쳐졌다.


“성격 고치려고 개그맨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성격은 바뀌지 않았어요. 근데 내성적인 성격이 캐릭터 연구하는데 도움이 돼요. 평소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좋아할까, 싫어하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해요. 한마디로 눈치를 많이 보는 거죠. 자연스럽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캐릭터에 녹아들어 가죠. 개그콘서트 ‘안어벙’ 같은 캐릭터는 대학로에서 한창 공연할 때 노숙자분들을 관찰하고 바라보면서 했던 생각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눈은 풀려있지만 뭔가를 생각하고 말하려는 듯했거든요."


안어벙표 단편영화가 입소문이 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무명의 배우나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누구보다 부끄러워했던 그가 무대에 서고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안상태 씨가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장문의 메일도 받았다.


“나이가 서른이라는 어떤 분이 메일을 보내왔어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잘 안됐다는 얘기였죠. 함께 보내온 영상들을 봤는데 제가 보기엔 잘하더라고요. 바로 이 작업실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봤고 제가 만드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출처: jobsN
안 씨는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인 부인 인빈씨와 서울 문래동 한 창고를 개조해 작업실을 꾸렸다. 서른 평 남짓한 작업실은 안 씨의 영화 촬영과 부인의 작업, 딸의 일과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다.

공연·개그·단편영화 찍고 스탠딩코미디 도전


입으로는 “당분간 단편영화를 계속 찍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가 앉은 의자는 계속 들썩이고 있다. 개그맨, 공연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수시로 강연도 다닌다. 2007년부터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주도해 만든 소프트웨어 저작권 교육 프로그램 전속 강사로 무려 12년째 활동 중이다. 일년에 찾는 학교만 스무 곳 정도다. 랩을 좋아해 음반도 냈다. 얼마 전에는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외국인 아티스트를 보고 반했단다.


“제가 이거저거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이렇게 말해요. 너를 보면 정신이 하다도 없다고. 그래도 저는 좋아서 하는 것들이고 시작하면 재밌게 해요. 한때 돈이 정말 하나도 안되는 1인극을 했었어요. 회당 2시간짜리 공연을 하루에 3회씩, 몇 달 동안 했어요. 관객이 10명이나 됐을까요. 그래도 했어요. 무대에 서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지금 아주 잘 트레이닝되고 있는 거야’라고. 버림받은 강아지 역할을 할 때 앞에 앉은 관객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연기에 몰입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신기하게도 그때 그 경험을 영화를 찍을 때,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 개그를 할 때 다 적용하고 있어요.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뭐, 남들이 보기엔 조금 불안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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