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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문신 지우던 의사를 투잡 뛰게 만든 결정적 문신 하나

합법적 타투이스트는 우리나라에 몇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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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는 2015년 고용노동부가 뽑은 ‘신(新)직업’이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1992년 ‘문신은 의료행위’라는 대법원 판결로, 아직까지는 의사만 합법적으로 문신시술을 할 수 있다. 2017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는 약 5000명. 그중 의사 출신인 10명. 이들만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는 셈이다. 조명신(54) 탑메디컬센터 원장도 그중에 하나다. jobsN은 최근 조 원장을 만나 타투이스트와 의사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조명신 원장

출처조선DB

 문신 지우던 의사, 환자 문신에 빠져


- 문신시술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1988년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성형외과 수술을 열심히 할 때였다. 조직폭력배들의 문신을 자주 지웠다. 문신을 배워보게 된 것은 거의 20년 전인 99년이었다. 한 번은 환자의 팔에 그려진 붉은 장미 문신을 보고 ‘이렇게 예쁜 건 지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신을 지우면서도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문신시술은 어디서 배웠나.

“그날 문신제거시술을 마치고, 환자에게 어디서 문신시술을 받았는지 물었다. 경기도 오산 미군 비행장 앞에서 한국인 타투이스트가 그려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을 쉬는 날마다 그를 찾아가 6개월간 타투 그리는 법을 배웠다. 이후 미국 디트로이트 타투스쿨 등에서 꾸준히 공부했다.”


- 문신을 배울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내가 그림을 잘 그리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병원에선 환자들의 수술 결과를 보고 학계와 교류하면서 의사로서의 실력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타투는 고객들이 시술 후에 다시 찾아오지 않아 실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나를 가르친 타투이스트들에게만 평가받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실력을 확인하고자 미국에서 타투를 배웠다. 그리고 꾸준히 그림 공부를 한다. 그림을 그린 지 15년이 넘었다.”

문신시술을 시작한 계기인 붉은 장미 문신

출처조명신 원장 제공

90년대까지만 해도 ‘용 문신’ 많아…월드컵 이후 다양해져


조 원장은 99년부터 지금까지 3000명가량에게 문신을 해줬다.


- 문신은 어떤 사람들이 주로 하나.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문신시술과 문신제거시술 고객은 대부분 조직폭력배나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새기는 그림도 주로 용과 호랑이였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문신시술 고객의 직업이 다양해지고 도안의 종류도 많아졌다. 월드컵이 그동안 억눌렸던 한국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분출시켰다고 생각한다.”

조 원장이 한 문신들

출처조명신 원장 제공

- 문신시술의 가격은 얼마인가.

“도안마다 가격은 다르다. 손바닥만 한 ‘올드스쿨’(20세기 초 선원들이 부적처럼 새기던 타투 장르) 타투는 50만원 정도다. (일반 타투숍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의사가 믿을만한 회사의 잉크로 병원에서 시술하고, 마취효과가 적은 크림마취 대신 주사마취로 통증을 줄여주고 시술하는 게 장점이다.”


- 수익은 많나.

“성형수술로 버는 돈의 약 5분의 1 정도다.”


- 본인의 몸에도 문신이 있나.

“있긴 하지만 고객들에게 해주는 문신과 다르다. 잉크 색을 테스트하기 위해 다리에 점을 찍어본다. 타투 잉크는 회사마다 색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빨간색이어도 어떤 건 짙고, 다른 건 노란빛이 나는 식이다. 그래서 환자에게 시술하기 전에 내 피부에 넣어본다. 또한 문신제거 기계를 새로 들여오면 내 몸의 문신을 지우면서 테스트한다.”

조 원장의 몸엔 잉크와 레이저를 테스트하기 위한 문신만 있다.

출처jobsN

타투이스트 합법화엔 ‘찬성’…“공급 적으면 저가 문신 막기 어려워”


- 요즘에는 어떤 문신이 유행하나.

“유행하는 스타일은 없다. 굳이 꼽으라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려 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 좋아하는 타투이스트나 장르가 있다면.

“포트레이트 타투를 좋아한다. 사진으로 찍어낸 듯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타투 장르다. 죽은 반려견이나 가족의 모습을 타투로 그려달라는 고객들이 있다. 만날 수 없는 이들을 타투로 생생하게 그렸을 때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투이스트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유명한 아닐 굽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도인으로, 국내에서는 빅뱅 멤버 태양에게 타투를 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부터)빅뱅 태양에게 문신시술을 하는 아닐 굽타, 아닐굽타의 작품들

출처빅뱅 탑 인스타그램 캡처, 아닐굽타 공식 사이트

- 타투이스트로서 가장 행복한 때가 있다면.

“성형외과에서 일하다 보니 재건문신을 자주 한다. 백반증을 앓거나 큰 흉터가 있는 환자들에게 타투로 상처를 가려주는 시술이다. 백반증을 앓는 부위에 피부 색깔의 잉크를 채우거나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고등학교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백반증 환자가 있었다. 샤워할 때마다 친구들이 놀리는 게 싫었는데, 부모님의 동의를 받고 백반증을 앓는 부위에 타투를 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 의사가 문화인류학을 배운 것도 특이하다.

“2014년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유는 타투 때문이었다. 고객들이 의학보다는 가치관, 선망하는 문화, 소속감 등 문화인류학적인 이유로 타투를 한다고 생각했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 타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봤다.”


- 타투 업계에서는 타투이스트 합법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꾸준하다.

“문신시술을 하는 의사는 국내에 약 10명이다. 합법적인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아 법으로 불법문신시술을 막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법이 사문화되면서 위생적이지 않은 도구나 중금속이 들어간 저가 잉크로 시술하는 이들을 막기 힘들어졌다.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신시술 허용 범위를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넓히면서 규제를 완화했으면 좋겠다.”


-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국내 사정이 좋지 않아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말로 타투이스트를 꿈꾼다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방법도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타투이스트로 일한다면 (해외에서 활동하더라도) 언어의 벽을 덜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문신시술 방법을 정확히 배우고 성실하게 일하는 점이 중요하다.”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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