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빗겨주다 잔뜩 빠진 털에서 힌트, 그녀의 2억 아이템은?

조회수 2020. 9. 22. 2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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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털의 여신', '맛있저염'..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겠다는 청년들

“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습니까? 지금까지 뭘 했다는 겁니까? 목표가 크다는 것,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처음에 봤을 때 신선한 이미지가 그립습니다. 정체성이 뭔지를 조금 더 고민해보세요.”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의 발표를 두고 평가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대표에겐 ‘BM(Business Model·수익모델)이 엉성하다’는 지적했고, 또 다른 팀에겐 ‘어떤 가치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묻기도 했다.

출처: jobsN
LH 소셜벤처 평가위원들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상혁 경남과기대 창업대학원 교수, 조용호 비전아레나 대표, 설병문 경남과기대 창업대학원 교수, 김석 순천 YMCA 사무총장

‘LH소셜벤처’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한 창업팀을 대상으로 열린 워크숍 현장이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5년부터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워크숍은 2015년에 선발된 LH소셜벤처 1기 2팀과 2016년에 선발된 2기 8팀의 사업 진행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전문가가 나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자리였다.


유기견 보호소 후원 위해 창업한 ‘개털의 여신’


이날 자신을 ‘개털의 여신’이라고 소개한 신지연(24) 라이펙터센터 대표는 LH 소셜벤처 2기(2016년 선발)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던 신 대표는 대학 전공도 동물생명공학이다. 유기견보호소에서 수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그는 유기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2016년 7월 휴학했다. 유기견의 털을 이용한 액세서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했다. 수익의 일부를 유기견 보호소에 후원하기로 결심했다.

출처: jobsN
신지연 라이펙트센터 대표

“모든 유기견을 다 씻겨줄 수가 없어요.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거든요. 답답해 보이는 털이라도 빗겨주자 싶어서 털을 빗겼더니 털이 잔뜩 빠지더라고요. ‘이게 돈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죠.”


그러나 정작 유기견 털로 만든 액세서리는 잘 안 팔렸다는 게 신 대표의 얘기다. 아무래도 털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신 대표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반려동물의 털을 사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말하자면 내가 키우는 아이의 털로 만든 액세서리를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언제든지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느낌을 받고 싶은 ‘애견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올해 들어 백여 건의 제작 주문을 받았다. 신 대표는 얻은 수익 중 100만원가량을 유기견 보호소에 후원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이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해마다 10만 마리 정도의 동물이 죽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액세서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남과기대창업대학원 박상혁 교수는 신 대표의 발표에 대해 “시장성이 좋아 보인다”면서도 다소 우려 섞인 질문을 했다. “소셜 미션으로 유기견 보호를 내세웠잖아요? 그런데 오늘 발표를 보면, 발표자료 맨 마지막 한장에만 이 내용이 담겨 있어요. 미션을 잊은 건 아니죠? 신 대표는 “이틀 전에도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왜 콩팥병 환자는 맛없는 음식만 먹어야 하죠?"


‘맛있저염’의 김슬기(30) 대표도 이날 발표자 중 한 명이었다. 맛있저염은 콩팥병 환자를 위한 저염식 맞춤 식단 정기배송 서비스 회사다. 콩팥병은 손상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으로 나트륨, 칼륨, 인, 단백질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몸이 붓고, 심할 경우 부정맥으로 사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콩팥병 환자다. 군대 신체검사에서 이 사실을 처음 접했지만,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콩팥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전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콩팥 기능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출처: jobsN
김슬기 맛있저염 대표

“어떤 음식에 무슨 영양소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저염식 반찬을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해봤는데, 너무 맛이 없었어요. 병 때문에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그 즐거움을 되찾아 주고 싶어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현재까지 맛있저염은 30명 정도의 정기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30여명이 음식을 받아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70명선으로 늘어나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대표의 발표를 들은 경남과기대창업대학원 설병문 교수는 “현재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전문가를 영입해서 사업을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라이펙트센터의 반려동물 제품(좌)과 '맛있저염'의 대표 간편조리식품(우)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LH소셜벤처 지원 사업에 선발된 팀은 씨앗단계, 새싹단계로 나뉘어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창업 시작단계인 씨앗단계에 1000만원, 본격적인 사업체로서의 기틀을 다지는 새싹단계 3000만원의 창업지원금은 물론 각 단계에 맞는 컨설팅 및 실무교육을 지원받는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는 팀에 대해 추가 창업자금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진짜 기업'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각 과정을 통과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최종 단계까지 이르면 어엿한 기업으로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라이펙트센터, 맛있저염을 비롯해 LH가 지원하는 스타트업에겐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익성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LH소셜벤처는 다른 기

LH 사회공헌단 노영봉 단장/jobsN

업 혹은 정부의 창원 지원 프로그램과 좀 다르다. 기업은 보통 지원 대상 기업이 경제적인 가치, 다시 말해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원한다. 반면 정부의 지원 대상은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인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이 그 예다. 아무래도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여지가 있다.

출처: jobsN
LH 사회공헌단 노영봉 단장

소셜벤처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LH 사회공헌단 노영봉 단장은 “공공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기업의 특성과 사회적 문제를 경제적으로 풀어나가는 소셜벤처는 지향점이 비슷하다”면서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겠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1개팀, 112명이 LH의 지원 아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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