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역 지나면 중앙대 커트라인 떠올린다는 이 사람 직업

조회수 2020. 9. 22. 2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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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
1995년부터 입시분석만 24년째
“우리 학과 저평가” 항의 전화도

입시전문가. 고교생이거나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은 얼굴을 봤을 법한 사람들이다. TV에 자주 나오는 유명인사급은 국내에 약 10명 정도 있다. 이치우(49)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매년 6월과 11월 가장 바쁘다. 고3 수험생들의 예비 평가 격인 ‘6월 모평(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과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지원전략 강의 때문이다. 6월 모평 후 한 달 동안 15건, 수능 직후 한 달 동안 20건의 입시설명회를 다닌다.


jobsN은 최근 이 실장을 만나 입시전문가의 삶과 커리어에 대해 들어봤다. 경주고와 홍익대 교육학과 출신인 이 실장은 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과장, 메가스터디 입시정보팀 과장, 김영일교육컨설팅 입시전략연구소장, 강남비상에듀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을 거쳤다.


-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

“대학과 수험생의 가교 역할을 한다. 목표로 하는 대학에 가기 위한 가이드라고 할까. 수시와 정시 등 입시 전형에 맞게 지원전략도 설명한다.”


“입시전문가인 나 역시도 학벌의 벽 느껴...10년 노력으로 극복”


우리나라는 학벌 사회다. 10년 전, 20년 전보다는 덜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렇다. 물론 학력과 학벌의 벽을 넘어서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뒤에는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사람들을 넘어서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톱 입시전문가인 이 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 첫 직장은 어디였나.

“ 95년 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에 입사했다. 일선 교육현장보다는 교육정책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도교수가 입사 추천을 해줘서 우연찮게 갔다.”


- 입시를 다루는 곳이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도 많았겠다.

“물론이다. 자격지심 같은 것을 버리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진짜 10년 노력했다. 일만 했다.”


- 어떻게 노력했나.

출처: 비상교육 제공
이치우 실장

“국내 입시에서는 내가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했다. 내가 작성한 문서에 선배들이 수정지시하거나 메모를 남긴 흔적까지도 외웠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입시를 열심히 연구했다. 또 평가연구실 내에서 작성한 모든 보고서를 갖고 있어서, 선배들이 자료를 찾다가 없으면 내게 복사해 달라고 한 적도 많았다.”


배치표 짜면 ‘우리 대학 저평가’ 항의 많아


- 입시전문가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여기도 회사다. 다만 대학입시와 수능, 입시 등을 콘텐츠로 다루는 것이 다를 뿐이다. 출근도 일정하고 회의도 많다. 요즘에는 6월 모평 관련 설명회 자료를 만들고 있다. 작년 수능 자료를 분석하고, 2019·20·21학년도 입시에 대해서 분석한다.”


- 2020·21학년도 입시를 벌써 분석하나.

“대학입시 제도 3년 예고제 때문에 미리 계획이 나온다. 5월 14일 기준으로는 2019학년도(현 고3)는 수시요강이 나와 있다. 2020학년도(현 고2)는 각 대학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취합해서 내놓는다. 2021학년도(현 고1)에 대해서는 2018년 7월 중 교육부에서 대입전형기본사항을 발표한다.”


- 입시설명회를 하면 몇 명이나 모이나.

“서울에서는 한 3000명 정도 온다. 타 지역에서는 1000명 내외로 모인다. 연간 70회 정도 전국에서 입시설명회를 한다. 최소 몇 만명 정도는 무조건 만난다.”


- 입시전문가를 직업으로 삼으면, 생활습관 같은 것이 있나.

“커피숍에서 잡담을 하다가도, 옆 테이블 대화에서 ‘수능’ ‘입시’ 같은 단어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운다. 학생들이 지나가면 교복을 보고, 그 학교에서 했던 입시설명회를 떠올린다. 지하철역을 타고 9호선 흑석역을 지나가면 중앙대 인기학과의 커트라인을 떠올린다. 특히 수치를 많이 다루는 직업이라 계속 숫자를 확인하는 것도 직업병이다.”


- 전국 190여개 대학의 입시요강을 어떻게 외우나.

“못 외운다. 그래서 190여개 대학의 모집요강을 팀원들과 함께 엑셀파일로 싹 정리하고, 계속 업데이트한다. 강의 들어가기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체크한다. 같은 학교라도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의 전형 방법이 좀 다를 때도 부지기수다.”


- 매년 수능이 끝나면 배치표도 짤 텐데.

“요즘 학생들은 종이 배치표보다는 컴퓨터나 모바일로 지원가능대학과 합격 가능성 등을 찾아본다. 대학들의 항의는 여전하다. ‘우리 대학 학과들이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항의가 온다. 2~3년 정도 입시 추이를 감안해 결정하기 때문에 항의가 온다고 바로 예상 커트라인을 올려주는 일은 거의 없다.”


공부에 왕도는 없어…고2 1학기 지나면 ‘정시’ 고려해야


국내 톱 입시 전문가를 만난 김에 입시 이야기를 몇 가지 물어봤다.


- 입시를 잘 보는 왕도가 있나.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 고교별로 시기별로 공부법이 다른가.

“우선 고3부터 이야기한다면, 고3은 시간이 별로 없다. 주어진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지원전략을 짜야한다. 6월, 9월 모의평가가 분수령이다. 3월부터 6월 모의평가까지는 자신의 실력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누구나 학종(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 올인하는 시대다. 고2 때까지 수시만 준비하느라 내 수능 실력을 모르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6월 모의평가 이후에는 정시와 수시 중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가능성 없는 것은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3 여름방학 때는 수능 과목이나 논술, 면접 등 본인이 약한 분야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여름방학 내내 자기소개서만 쓰는 것은 시간 낭비다. 멋진 글만 쓴다고 해서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니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하라. 9월 모의평가 이후부터는 수시와 정시 등 본인의 지원전형에 따라서 마무리를 하면 된다.”


- 고1과 고2 때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나.

“내가 뭘 더 잘 할지 따져봐야 한다. 수시와 정시, 학생부와 수능 등 주요 전형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전형에 강하고, 어떻게 공부를 할지를 판단해서 맞춤형 준비를 해야 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 가보면 고1 학생들은 모두 수시와 학종에 올인한다고 말하다가, 어영부영하다가 고3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시도 23.8%(2019학년도 주요 196개 대학 기준)의 정원이 있으니 잊지 말라.”


-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 못 차렸다가 고3 때 호랑이 선생님 만나면 대학 잘 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 수시 입시의 시대인 요즘에는 그런 것이 없어진 것 같다.

“아예 없지는 않다. 정시를 잘 노리면 충분히 좋은 학교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마인드가 더 문제다. 아까 말했지만 고1 때에는 학생들이 모두 수시로 명문대 가기를 꿈꾼다. 그러다가 2학년 1학기가 되면 그냥 입시를 포기한다. 학종 외에도 수능이나 논술 전형 등 방법이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 입시가 복잡해지면서 지방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맞다. 준비도 어렵고 학교에서 입시를 지도할 여력도 많지 않다. 지방에서는 내신 3등급 학생들도 대입을 포기하는 때가 꽤 있을 정도다. 서울권 고교에서는 3등급에 서울 소재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


- 당신처럼 입시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학생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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