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2시간 늦게, 다음주는 2시간 일찍..근무시간 내가 짜는 회사

조회수 2020. 9. 22. 21: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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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4월 1일부터 2주 단위 선택근무제 도입
SKT, 4월 1일부터 2주 단위 선택근무제 도입
근무 스케줄 잘 짜면 대학원 수업도 가능
직원 만족∙업무 효율 두 마리 토끼 잡는 묘책 기대
출처: 사진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의 사옥 T타워
# SK텔레콤 A매니저는 4월 한주는 매일 10시간씩 2시간 더 일하고, 그 다음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하기로 근무 계획을 짰다.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은 있었지만,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보상에 일하는 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한 달간의 자체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A매니저는 이제 대학원도 다닐 계획을 짜고 있다. 수업 일정만 잘 조절하면, 일과 수업을 병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 B팀장의 일과도 바뀌고 있다. 3월까지만 해도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저녁 먹고 옵시다”라는 말을 외쳤지만, 이제는 5시30분만 되면 야근을 계획하지 않은 팀원에게 집에 가라고 독촉을 한다. 자신도 특별한 업무가 없는 한 7시 전에 퇴근한다. 팀장의 독촉이 진심일까 의구심을 갖던 팀원들도 이제는 팀장 눈치 보지 않고 퇴근을 한다.

4월 1일 SK텔레콤이 ‘2주 단위 선택근무제'를 도입하면서 SK텔레콤 직원들의 표정이 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오는 7월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들은 1주일 40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사진 SK텔레콤 제공
오후 3시경 조기 퇴근하는 SK텔레콤 직원들이 즐겁게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주 40시간 근무, 300인 이상 대기업 발등에 떨어진 불


오는 7월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들은 1주일 4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할 수 없다. 7월 시행 예정 근로기준법은 1일 근무시간을 8시간, 1주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장∙휴일근무를 해도 최대 주 52시간이다. 기업엔 비상이 걸렸다. 아직도 야근은 기본, 철야는 선택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은 주 40 시간 근무제 시행에 적응하기 위해 엄격한 근무시간 적용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근무시간과 비근무시간을 분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해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사내 헬스장이나 구내식당을 이용할 경우 출입증 기록을 확인해 근무시간에서 빼는 식이다. 출입증을 두고 와서 기록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엔 직원이 스스로 입력해야 한다.


업무 시간을 줄이는 대신 강도를 확 높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많다. 예를 들어 근로시간 중 담배 10 가치를 피는 직장인이라면, 담배를 피러 갔다 오는 시간 등을 합쳐 50분 정도가 걸린다. 이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빼면 일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줄어든다.

출처: 사진 게티이미지 제공
엄격한 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눈치를 본다

빡빡한 관리가 능사 아냐… 자율성과 책임감 동시에 높인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런 시간 관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쉽게 말해 점심시간에 얼마나 자리를 비웠는지, 흡연을 위해 몇 분이나 자리를 떴는지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엄격한 시간 관리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약점이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의 자율 근무제와 다른 대기업 자율 근무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로 시간을 계산하는 산정 기간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앞두고 상당수 기업이 1개월간 총 근무시간을 정해 놓고, 근로자가 그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선택 근무제 방식의 자율근무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주간 노동 시간을 계산할 때 기준이 한 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근로 시간 산정 기간은 한 달이 아닌 2주다. 말하자면 SK텔레콤 직원들은 2주 단위로,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한 달 단위로 업무 계획을 세운다.


일반적으로 장기 업무 계획을 만들고 일하면 미리 일에 집중할 시간과 여유를 줄 시간을 배분해 효과적인 시간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일이 터지면 애써 짜 놓은 계획이 무너지기 쉽다. 반면 단기 업무 계획은 맞춰 일을 하기 편하다. 하지만 유연한 근무라는 본래 취지와는 멀어진다.


쉽게 말해 한 달 단위로 계획을 짜면 보기는 그럴듯하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쉰다는 그림은 나오지만 실제 그림대로 실천하기가 힘들다. 반면 1주일 단위로 시간표를 만들면 이번 주 밤을 새우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대신 다음 주엔 주말 끼고 여행을 간다는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 그래서 SK텔레콤이 내놓은 타협안이 2주 80시간이다.


진보건 SK텔레콤 ER(Employee Relations)그룹 리더는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더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몰입해 일해 보자는 취지에서 2주 80시간이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 단축은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임직원 모두가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새 시스템 적용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근로 시간을 줄인 뒤에도 무리 없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출처: 사진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 캡처
선택적 근무시간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팀장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리더부터 7시 전 퇴근, 일하는 방식 바뀐다


주 40시간 자율근무제로 명목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실제론 퇴근한 척하고 숨어서 일하거나 집에 가서 일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회사가 많다. 회사 정책과 실제 집행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 장시간 노동, 휴일에도 일하는 버릇이 몸에 밴 임원, 팀장 등 간부들이 기존 습관을 버리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상사가 일하는데 쉬기는 힘들다. 그래서 SK텔레콤은 팀장 근무 방식 혁신을 선언했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리더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SK텔레콤은 2주 단위 선택근무제 정착을 위해서는 임원이나 팀장부터 근무시간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리더는 팀원들의 퇴근시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스스로 7시 전에 퇴근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강조했다. 또, 주말이나 휴일에 사무실 출근을 자제하고, 밤 10시가 넘은 야간이나 휴일에는 팀원들에게 메일이나 문자 메신저를 보내지 말 것을 권유했다.


조직원 관리 방식도 바꿨다. 성과 중심의 평가·보상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오래 일하고 늦게 까지 일하는' 팀원에게 좋은 평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좋은 사람'에게 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추가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또 팀장들은 팀원의 근무 계획을 확인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무를 계획한 사람이 있다면 꼭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SK텔레콤은 기존 업무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갔다. 불필요한 업무를 축소하고 개인별 업무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이른바 Job ERRC(Eliminate ∙ Reduce ∙ Raise ∙ Create, 제거∙절감∙고취∙창조)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업무와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인다. 회의도 최소화하고 있다.


또 연중 수시 채용을 시작했다. 매년 한 번씩 실시해 온 신입사원 공채 이외에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사람을 더 뽑는다는 것. 수시 채용은 근로시간 감축 후 회사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말하자면 연중 수시 채용은 근로시간을 줄여 추가 일자리를 만들자는 정부 정책과도 통한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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