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30분 퇴근에 놀라고, 1년 3번 방학에 또 놀라고

조회수 2020. 9. 22. 2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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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4시 30분, 1년에 방학 3번 있는 회사
패션 소재 전문 기업 영우티앤에프리드
퇴근 4시 30분, 1년에 방학 3번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꿈”

영우티앤에프리드(T&F LEAD)에서 우아솜메(Ouahsommet)팀 디자이너로 일하는 박소정(25)씨. 그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호주에 다녀왔다. 미리 해외여행 신청서를 작성해 지원금 200만원도 받았다.


일주일 휴가에 지원금이라면 포상휴가 혹은 장기 근속 휴가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박씨는 2017년 5월에 입사해 이제 막 1년을 채운 신입사원이다. 포상을 받을 정도로 실적을 낸 적도 없는 그가 지원을 받으면서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회사에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주)영우티앤에프리드는 1년에 3번 장미 방학(4월 28일~5월 7일), 해바라기 방학(7월 28일~8월 5일), 코스모스 방학(9월 22일~10월 9일)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때는 대표이사부터 신입사원, 매장직원까지 쉰다. jobsN이 취재를 요청했을 땐 장미 방학을 앞두고 있었다. 결국 10일 후 방학이 끝나고 나서 방문할 수 있었다. 

출처: jobsN
박소정 사원

1990년에 문을 연 영우티앤에프리드는 원단을 만드는 패션 소재 전문 기업이다. 광장시장에서 직물 매장으로 시작해 28년이 지난 지금 국내외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본사와 연구소는 경기도 안양, 직영매장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실과 생산시설은 각각 강남과 대구에 있다.


소재 개발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브랜드를 런칭해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여행을 테마로한 패션브랜드 '우아솜메', 앱 개발 브랜드 'ORS', 해외생산을 기반으로 한 소재 브랜드 '에움', 디자인 스튜디오 '파이시언스' 등이 있다. 2012년엔 국내 패션 소재 기업 중 처음으로 트렌드 쇼케이스 '인스피그라운드'를 열었다. 그해 트렌드를 제시하고 직접 개발한 소재를 소개하는 행사다. 쇼케이스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다.


이영숙, 전재성 대표를 필두로 안양, 서울, 대구를 합쳐 70여 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4시 30분 퇴근, 연 3회 방학, 차등 없는 복지 혜택으로 2017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여성고용 우수기업으로 뽑혔다.

출처: jobsN
전재성, 이영숙 대표

퇴근 시간 4시 30분, 2019년 4시 퇴근 목표


우리나라 5일제 직장인은 연평균 246일, 1968시간을 근무한다. OECD 국가 평균 연간 근로시간(1800시간)보다 168시간이나 길다. 하지만 영우는 다르다. 2018년 기준 1년에 232일, 1624시간을 일한다. OECD 국가 평균보다 적게 일한다. 지금은 모든 직장인의 부러움을 사는 근무시간이지만 사실 영우도 다른 회사와 다를 것이 없었다.


"기본 퇴근 시간이 7시였습니다. 일이 많으면 7시가 넘는 건 당연했죠. 야근을 하지 않거나 7시 전에 퇴근을 하는 직원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직원을 보니 퇴근을 못 하는 이유가 그 다음 날의 업무를 미리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언제 퇴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하니 집중력도 낮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시퇴근은 직원들의 권리예요. 그 권리를 챙겨주기로 한 거죠."


2014년부터 퇴근 시간을 30분씩 줄이기로 했다. 저녁 7시에서 6시 30분으로, 6시 30분에서 6시로 줄여나갔다. 5시 30분으로 접어들었을 땐 회사가 잘 돌아가겠냐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근무시간 동안 직원들의 집중력은 전보다 높아졌다. 정시 퇴근을 지키니 끝내야 하는 하루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영우의 퇴근 시간은 4시 30분. 팀장급은 10분 먼저 퇴근해야 한다. 2019년엔 4시 퇴근이 목표다.


전 직장에서 주 6일이 기본, 밤낮없이 일하던 박소정 사원은 이른 퇴근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한다. “처음엔 적응을 못 했어요. 못한 일은 내일 해도 된다면서 퇴근을 당했죠. 지금은 적응해서 일을 적절히 분배하고 하루 목표치를 끝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일을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즐기고 있더군요.”

출처: 영우 홈페이지 캡처, jobsN
영우티앤에프리드 본사와 연구소가 있는 안양의 건물(좌), 오후 4시 30분이 되자 모두 퇴근해 사무실이 텅 비었다(우).

연 3회 방학 “직원과 함께하기에 가능”


방학은 이른 퇴근과 함께 영우의 대표 복지 중 하나다. 1년에 3번 10일씩 쉰다. 이 역시 전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을 했는데 너무 피곤하더군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직원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어른이라도 쉼 없이 달리면 아프고 지치는 건 마찬가지예요. 다들 티 내지 않는 것 뿐이죠. 아이들처럼 쉴 수 있는 방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 3번 장기휴가를 만들어 방학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막상 휴가를 도입하고 나니 매출 걱정이 앞섰다. 매출과 방학을 둘 다 잡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방학 동안 재충전하고 오면 직원들이 열심히 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전 직원이 쉬었지만 우려했던 매출감소는 없었다. 전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회사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처음엔 회사를 이끌고 매출을 걱정하는 건 대표뿐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손을 댔어요. 이것 역시 잘못 된 행동이었습니다. 회사는 70여 명의 사원이 함께 끌고 가는 곳입니다. 모든 직원이 회사 걱정을 하고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요. 이걸 깨닫고 나선 직원을 더욱 믿기 시작했죠.”

출처: jobsN
답돌이를 개발한 ORS팀 김 실장, 우아솜메 박소정 사원, 이민영 본부장

텅 빈 사무실 지키는 ‘답돌이’


이런 복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 정보팀(ORS)에서 영우 전용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자원관리)와 자동응답 챗봇 답돌이를 개발했다. ERP는 인사, 재무, 생산 등에서 따로 사용하던 시스템을 하나로 모은 통합 시스템이다. 한 부서에서 정보를 입력하면 전 부서 업무에 반영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ERP를 기반으로 답돌이를 만들었다. 영업팀이 담당하는 업체만 300여 곳. 소재 샘플 문의만 하루에 170건이 넘는다. 과거에 한 영업팀 사원이 운전 중 밀려드는 문의에 답하려다가 사고가 났다. 두 대표는 영업부가 전화를 덜 받으면서 고객 업체가 만족할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AI 챗봇 답돌이다.


정보팀 김 실장은 “답돌이를 만들려는 취지가 좋았다”면서 “영업부의 고충을 알고 해결하려는 모습에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객들이 문의한 데이터를 축적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답돌이는 문의자가 알고 싶은 소재와 원단의 수량, 컬러, 재고 현황에 자동으로 답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에서 다운받아 가입 후 문의하면 끝이다.

출처: jobsN
영우의 2018년 연중 방학 달력(좌), 영우는 모든 소재 이름을 한글로 표시한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은 이영숙 대표의 뜻이다(우).

화합 잘 하는 직원 선호


영우티앤에프리드 신입사원 초봉은 2000만원 중반대다. 중소기업 평균 수준이다. 이민영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싶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복지로 채워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경영지원팀에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직원들이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꼼꼼히 검토 후 상담해준다. 영우 직원들은 중소기업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을 다 받는 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생일인 직원에게 하루 연차 및 상금을 준다. 해외여행을 가는 직원에겐 연 1회 200만원을 지원한다.


영우에는 정기공채가 없다.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공고를 올리기도 한다. 채용과정은 서류심사→1차면접→2차 부서장 면접→3차 대표 면접 순이다. 영어 성적이 필수는 아니지만 직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본부장은 "채용 시 나이나 성별로 차별을 두지 않고 반짝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동료와 화합하면서 함께 할 직원을 선호한다"면서 "이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는 언제든 입사의 길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영숙 대표와 전재성 대표는 ‘행복한 사회와 직장을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회사 구성원이 즐길 때 그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기 계발 시간이 늘고 스트레스가 줄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기업문화를 퍼뜨려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모든 기업과 근로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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