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에 톱스타들과 함께 출연하는 '1분 배우'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22. 22: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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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니저, 차는 소속 배우"
로미코리아 방영훈
클래식 카 대여 및 복원
“나는 매니저, 차는 소속 배우”

4분짜리 뮤직비디오에 1분만 출연하는 배우가 있다. 주인공도 아니고 출연시간도 짧지만 어떤 뮤직비디오에든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수지, 김우빈, 현아 등 톱배우 및 인기 아이돌과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 배우는 바로 클래식 카(classic car)다. 클래식 카는 오래된 자동차를 뜻한다. 찻길에서 종종 눈에 띄지만 광고와 뮤직비디오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화면 속에서 속도감을 나타낼 때나 공간 연출을 위한 좋은 소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를 전문적으로 복원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 외제 클래식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로미 코리아 방영훈(38)대표를 만났다.

출처: 본인제공
방영훈 대표

카레이서를 꿈꾸며 일본으로


어렸을 때부터 워낙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원래 꿈은 카레이서. 대학에서 자동차 설계 디자인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어는 몰랐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차에 대한 열정으로 무작정 간 것이다.


4개월 동안 어학원을 다니면서 일본어를 익혔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쯤 자동차 설계회사에 취직해 일했다. 10개월 근무 후 꿈에 그리던 레이싱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잡은 건 운전대가 아닌 스패너(spanner)였다.


"27살 때 카레이서로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미케닉(mechanic·자동차 정비공)을 택했습니다. 1년 정도 일하다가 꿈꾸던 것과 다른 현실에 그만뒀습니다. 그 후에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 한식당을 차렸습니다. 장사가 잘 됐지만 더 늦기 전에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2년 하다가 접고 그 자금으로 중고차 매장을 열었습니다."

출처: jobsN, 로미코리아 블로그
래핑 작업 중 로미코리아 직원과 래핑 작업 후의 차 모습.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2011년 일본에 대지진이 났다. 방대표가 있는 곳은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걱정이 날로 늘었다. 큰 걱정을 끼치면서 까지 일본에 있고 싶진 않았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서도 중고차 사업을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반 중고차 매장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머리에 스친 것이 클래식 카 복원사업이었다. 오래된 차 외부는 물론 내부 엔진과 인테리어를 손 봐주는 것이다.


2012년 말 한국에 들어와서 2013년에 로미코리아를 시작했다. 복원이나 구입 문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가격에 놀라 항상 거기까지 였다. "미국이나 일본은 한 차를 오랫동안 고쳐서 탑니다. 그만큼 복원이나 수리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비싸기도 하죠. 하지만 한국인들은 빠르지만 저렴한 수리를 원해요. 클래식 카 사업이 한국에서는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대여 문의가 들어왔다. 방대표의 차를 CF 촬영 소품으로 빌려 갈 수 있냐는 것이었다. 당시 10시간에 100만원을 받고 차를 대여해줬다. 이후 촬영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계속해서 대여문의가 들어왔고 사업으로 키워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출처: jobsN
복원 전 클래식카

복원에서 대여사업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가 필요했다. 희소성 있는 자동차 위주로 모으기 시작했다. 원하는 차가 국내에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인증 절차를 거쳐 일본에서 수입한다. 가격은 차량 출고 당시 차에 붙는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중고로 나온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의 가격은 1000만원에서 4억원까지 다양하다.


중고차 구입 후엔 복원을 시작한다. 상태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차가 있는 반면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오래 걸리는 차는 대부분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라고 한다. “폭스바겐 카르만 기아라는 차가 있습니다. 복원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그중 3개월을 외형 범퍼 구하는 데 썼습니다. 오래된 차일수록 부품 찾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이베이에서 사는데 그곳에 없으면 구글링을 합니다. 개인 SNS에 올라온 부품을 보고 필요 없으면 나한테 팔라고 쪽지를 남기죠. 이렇게 개인이랑 거래를 하면 기본 3개월이 넘게 걸립니다."


복원이 끝난 차는 감독의 호출을 기다린다. 차량 대여 문의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촬영 컨셉에 맞게 래핑(wrapping) 작업을 거친다. 다양한 색깔의 필름지를 차체에 붙이는 것이다. 컨셉회의를 통해 차 종류와 색깔을 정한다. 원래 차 색으로 촬영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촬영팀 요구에 맞춰 래핑을 한다. 이 과정까지 마친 차를 이동 차량으로 촬영장소까지 배달한다.


이제는 올드카 리스토어 보다 촬영 소품 대여 전화가 많이 온다. 지금까지 CF 및 뮤직비디오 촬영 등에 300여 회 참여했다. 촬영 외에 브랜드 홍보도 한다. 귀여운 외형으로 인기가 많은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이용한다. 차체에 기업 로고를 붙여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화장품, 주류 등의 기업과 1년에 10회 정도 진행한다.

출처: 로미코리아 블로그
다양한 셀럽들과 화보, 뮤직비디오, 광고 촬영을 한다.

"나는 매니저, 차는 소속 배우"


지금까지 방대표가 모은 올드카는 30여 대. 모든 차를 직접 복원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애착이 안가는 차가 없다고 한다. “로미 코리아가 소속사고 제가 대표이자 매니저입니다. 관리하는 차는 소속 배우인 셈이죠.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아이돌과 배우를 관리하는 것보다 더 꼼꼼하게 차를 대합니다. 촬영장에서도 모니터링은 물론 쉬는 시간이면 차를 닦고 흠 생긴 곳이 없나 확인합니다.”


정성으로 관리하지만 현장에서 생기는 사고는 어쩔 수 없다. 차 문을 힘줘서 닫는 바람에 문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촬영팀이나 기업 측에서 보상을 받을 때도 있지만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차가 다쳐 가슴이 아플 때도 있지만 뿌듯할 때가 더 많다. 자동차와 함께 촬영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면 클래식 카를 알렸다는 생각에 행복하다고 한다. 올드카 애호가로 유명한 다이나믹 듀오 개코는 방 대표에게서 BMW e30 320i를 사가기도 했다.


“클래식 카는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관심 있는 마니아층이 찾죠. 일반인들도 더욱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전시장을 열고 싶습니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나중엔 무료로 운영하고 싶어요. 클래식 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할 겁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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