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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선수에게 1500만원짜리 인형 주문받은 한국인은?

조회수 2020. 9. 23. 0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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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작가 이재헌 핸즈인 팩토리 디렉터
아트토이 작가 이재헌 핸즈인 팩토리 디렉터
“작은 인형 의뢰가 1m70cm 짜리 초대작으로”

NBA 덴버 너겟츠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는 메이슨 플럼리는 지난 3월 한국에서 온 초대형 택배를 받았다. 내용물은 크기가 170cm에 달하는 거대 캐릭터 인형, 배송비만 250만 원에 달했다. 택배를 받고 크게 만족한 그는 박스 개봉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라이브로 내보냈다.  

출처: 사진 jobsN
이재헌 핸즈인 팩토리 디렉터

“제작비로 15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캐릭터 인형을 만든 핸즈인 팩토리 이재헌 디렉터는 사실 메이슨 플럼리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나이키가 에어맥스 50주년 기념으로 제작 의뢰해 만든 캐릭터 ‘달리는 뿔’(Running Horns)을 개인적으로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출처: 사진 핸즈인 팩토리
나이키와 핸즈인 팩토리가 협업해 제작한 '달리는 뿔' 캐릭터

플럼리는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 이름을 작품에 새겨 달라, 크기는 170cm로 해달라, 원래 파란색이지만 노란색을 많이 넣어달라는 등 다양한 요구를 했다. 달리는 뿔은 이재헌 디렉터가 창조한 아트토이 캐릭터다.


아트토이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기구 ‘키덜트’ 상품 중 하나인 피규어의 갈래다. 피규어가 만화나 영화라는 원본 콘텐츠를 인형화한 것이라면, 아트토이는 그 자체가 오리지널이다. 말하자면 달리는 뿔은 이 디렉터가 원작자인 캐릭터다. 핸즈인 팩토리는 이재헌 디렉터와 박태준 작가가 의기투합해 결성한 아트토이 창작자 집단(크루)다. 지난해 하종훈 작가가 합류하면서 3명이 됐다. 서울 성산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이재헌 디렉터를 만나 아트토이 창작자의 삶을 물어봤다.

출처: 사진 jobsN
이재헌 핸즈인 팩토리 디렉터

대학 나오지 않아도 행복한 일본 젊은이에 충격


이 디렉터는 왜, 어떻게 아트토이 제작이란 생소한 일을 시작했을까? "원래 전공은 체육교육이었습니다." 아트토이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이 디렉터는 25살이던 해에 일본에 어학연수를 갔다. 일본 젊은이들은 주변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일을 만들어 하고, 거기서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는 일이 아니어도 인정받을 수 있는 현실이 충격이었어요.”


이 디렉터가 일본에서 만난 사람 중에 그라피티(거리의 벽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그림) 활동을 하던 이들이 있었다. 기존 권위를 파괴하는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보고 남들이 사는대로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동경했다. 그러나 그들처럼 하기는 힘들었다. “저는 소심해서 직접 그라피티를 그리지는 못했어요. 대신에 스티커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볼 수 있을만한 곳에 붙이고 다녔어요.”


배우기도 험난한 아트토이의 길


일본서 그의 관심을 끈 것 가운데 하나가 피규어다. 일본에서는 만화를 주제로 한 피규어의 인기가 높았다. 기 디렉터는 여기서 자신의 길을 발견했다. 그냥 피규어가 아니라 아트토이라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창작한다는 사실에 성취감도 클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아트토이 작가가 되는 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디자인이라고는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그에게 인형을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없었다. 작은 피규어 제작 아카데미를 찾아다녔고, 문화센터 피규어 강좌도 수강했다. “선배 작가 쿨레인을 만나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디테일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디테일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궁금했어요.”


이 디렉터가 말한 쿨레인의 비법은 ‘한 발 더 깊이 들어가기’다. 예를 들어 신발을 만들면 보통 겉모습만 사진을 찍고 이것을 재현한다. 하지만 쿨레인은 신발이 만들어진 배경을 공부하고, 재질은 무엇을 썼는지도 알아본다. 디자이너가 작품을 표현했을 때의 생각을 알아보고, 그 생각을 다시 자신의 작품에 녹여낸다. 깊게 연구하니 표현하는 방식도 깊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분야에 뛰어든 사람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시장도 없고, 하는 사람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이걸 왜 하는지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돈도 없고, 그것보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많이 포기한 사람도 많았는데, 하다 보니까 운이 좋게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출처: 사진 jobsN
핸즈인 팩토리 스튜디오에 전시된 '달리는 뿔' 아트토이

대형 행사에 조금은 넓어진 저변…3명이서 1년에 1억 5000만원은 벌어요


아트토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세계다. 사람들에게 아트토이를 만든다고 하면 “피규어는 들어봤는데 아이토이는 금시초문”이라는 대답이 나오곤 했다. 아트토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알려진 계기는 매년 5월 초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트토이 컬처'라는 행사다. 이 디렉터는 “행사 소개 기사가 나오면 부모님이 먼저 보고 알려 주신다"고 했다. 우리나라 작가들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전시회에 참여한다.


“관람객들은 전시회에 와서 아트토이 작품을 직접 보고, 작가들과도 소통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들도 해외 작가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등 큰 의미가 있는 행사가 만들어져 너무나 다행스럽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하는 시간만큼 후배들을 가르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수업을 한 사람이 500명은 되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대부분 피규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에요.” 취미로 아트토이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확실히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트토이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기업에서 같이 작업하자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핸즈인팩토리가 만든 작품은 엔씨소프트가 지난 24일 공개한 캐릭터 스푼즈의 디오라마(입체모형)다. 지난해 핸즈인 팩토리가 기업과 협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1억 5000만원 정도다. 이외 아트토이 판매와 강연 수입도 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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