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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속옷 회사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사무실서 스타킹 신는 이 남자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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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비비안 스타킹 MD 서동진 대리
바지처럼 입는 레깅스 팬츠 개발 주역
“처음엔 여성 속옷 회사인 줄 몰라”
피팅모델 자처하는 아내 도움 많아

서울 서빙고동 남영비비안 본사에서 만난 서동진(35) 대리는 스타킹과 덧신 신제품을 만져보는 중이었다. 신제품의 신축성과 촉감을 테스트한다고 했다. 서 대리는 서울 문일고와 한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8년 남영비비안에 입사, 스타킹상품기획팀에서 11년째 근무 중이다. jobsN은 서 대리를 만나 ‘스타킹 만드는 남자’의 삶을 들어봤다.


- 당신은 어떤 일을 하나.

“스타킹 및 덧신(브랜드명 '풋커버') 상품기획자(MD)다. 스타킹과 덧신 제품을 기획한다.”


- 그러면 디자이너인가.

“디자이너는 아니다. 스타킹이나 덧신은 디자인 작업이 따로 없다. 디자인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폭이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타킹은 올이 나가는 것을 방지하거나 소재를 다르게 하는 등 공학적인 요소가 많다. 기획자와 엔지니어가 협업해서 만든다.” 

서동진 대리.

출처남영비비안 제공

- 남성이 여성 속옷 회사에 입사해서, 스타킹만 10년 넘게 만들어 온 것이 특이하다.

“처음부터 비비안만 취업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여느 대졸 예정자들처럼 원서를 많이 냈는데 운 좋게 합격했다.”


- 입사를 스타킹상품기획팀으로 한 이유가 있나.

“채용 공고가 스타킹상품기획팀에서만 났다. 남영비비안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이후 결원 인원에 대해서만 상시 채용을 하고 있다. 스타킹을 잘 모르는 남자 대학생이었지만, 취업을 위해 매장을 둘러보고 주변 여성 대학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면접을 준비했다. 2명 뽑았다.”(당시 면접관이었던 김진복 남영비비안 화성물류센터장은 “남성이 스타킹 기획을 잘 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타 지원자에 비해 성실해 보이는 인상과 태도를 봐서 합격 판정을 했다”고 회고했다.)


- 면접 때 질문은 뭘 받았나.

“비비안 매장에 가본 적 있는지, 여성 속옷이나 스타킹을 만드는 기업인데 거부감 없는지 등을 묻더라. 여성 친구들이 많아 거부감이 없고, 일 잘 할 수 있다고 했다.(웃음)”


올 풀림·벗겨짐·발냄새 방지에는 ‘첨단 기술’ 적용


- 요즘 스타킹과 덧신은 어떤 것이 유행하나.

“요즘은 안 신은 것 같은 편안함이 화두다. 촉감이 부드러운 원사를 꾸준히 찾고 있다. 폴란드에서 만든 무봉제 덧신도 인기다. 또한 그간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는 기술 연구가 많다. 발냄새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소재 사용이 그렇다. 스타킹이 ‘나간다’고 표현하는 올 풀림 현상을 대비한 신제품도 있다.”


- 스타킹 올이 나가는 것을 어떻게 막나.

스타킹의 올이 풀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융착사 공법. 맨 왼쪽이 일반 원단, 가운데가 융착사 공법을 한 원단. 오른쪽 작은 사진은 위쪽이 일반 스타킹, 아래가 덜 풀리는 스타킹.

출처남영비비안 제공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스타킹의 올이 풀린 뒤, 새 스타킹으로 갈아 신을 때까지 난감함을 줄일 수는 있다. 흔히 스타킹이 찢어지면 한 줄로 쭉 줄이 간다. 이를 동그란 구멍 수준으로 끝내는 것이다. 스판덱스 소재에 열을 가해서 화학 섬유의 구조가 서로 엉키게 만드는 것이다. ‘융착사 공법’이라고 한다. 발냄새를 덜 나게 하기 위해 한지 소재로 만든 스타킹도 내놨다.”


- 덧신은 신다가 벗겨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실리콘으로 해결했다. 예전에는 실리콘을 뒤꿈치에만 발랐는데, 덧신을 신는 동그란 원 부분의 전체에 실리콘을 발라서 벗겨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잘 나는 제품은 발가락이 닿는 부분의 안쪽에 원단을 덧대서 만든다.”


스타킹팀은 ‘남초’…속옷 디자인실은 전부 ‘여자’

스타킹은 남영비비안의 효자 상품이다. 1958년 국내 최초 스타킹인 ‘무궁화 스타킹’을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일부 해외 브랜드 스타킹을 신거나, 목양말이라 불리던 양말을 신었다. 연간 판매량은 500만족이다. 비비안 연 매출 2000억원의 15%인 300억이 스타킹 판매에서 나온다. 덧신은 연간 26만족 가량을 판다.


- 여성 용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제품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스타킹 상품기획팀은 남자가 많다.”


- 남성 직원이 몇 명인가.

“우리 1본부(백화점 담당) 상품기획팀 직원 18명 중 15명이 남자다. 여성 속옷을 디자인하는 디자인실은 모두 여성이긴 하다.”


- 제품 테스트는 어떻게 하나.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한두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본다. 고객들과 설문 조사도 한다. 그리고 직접 신어 보기도 한다. 상품기획팀 사무실에서는 스타킹 신은 남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직접 신어 보지 않으면 압박감에 대해 미세 조정을 할 수가 없다.”


- 결혼은 했나.

“그렇다. 아내가 업무에 큰 도움을 준다. 여성 사용자가 신제품 스타킹을 신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관찰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아내가 모델을 해 준다. 착용감 같은 것에 대해 꼼꼼하게 답을 준다.”


- 당신의 대표 업적을 꼽는다면.

서동진 대리가 개발한 비비안 레깅스 팬츠.

출처남영비비안 제공

“바지처럼 입을 수 있는 레깅스팬츠를 개발했다. 일반 바지와 비슷한 두께의 원단으로 만든 레깅스로, 보온성과 신축성, 편안함을 강조한 제품이라고 자부한다. 2017년 기준 15만장이 팔렸다.”


“개성공단 폐쇄 땐 덧신 놓고 와 가슴앓이도”


여성 스타킹 전문가로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왔던 서 대리도 크게 가슴앓이를 했던 적이 있다. 바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했을 때였다.


- 개성 공단에서 스타킹 생산이 많았나.

“스타킹은 대부분 중국 위탁업체에서 생산한다. 그 당시 덧신 생산은 개성에서 80%, 익산 협력업체에서 20%를 나눠서 했다.”


- 피해는 어느 정도였나.

“현지 공장에 20만족을 생산해 놨는데 가져오지 못했다. 1년 동안 팔 분량이다. 급한대로 중국에서 1만장 정도 구했지만, 매장의 요구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그 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어있는 덧신 매대를 보면 가슴이 아팠다.”  

서동진 대리가 덧신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남영비비안 제공

- 스타킹 업계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스타킹도 다른 패션업계처럼 고객 취향이 다양하고 꾸준히 변한다. 백화점에서 파는 비비안 스타킹만 150종류, 덧신이 25종류다. 꾸준히 트렌드를 파악하고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이기는 경쟁이다.” 

끈 덧신.

출처남영비비안 제공


덧신, 끈으로 된 것도 있다고?

덧신 하면 다들 양말의 하단을 자른듯한 모양인 덧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덧신의 형태는 다양하다. 2000년대 초 덧신이 국내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발가락에서 뒤꿈치까지만 감싸주는 ‘덧버선’ 형태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 발가락 부분이 노출되는 신발을 신을 경우에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03년 들어 나타난 형태가 끈덧신이다. 발가락 부분만 천으로 덮고, 뒤꿈치까지는 끈으로 연결하는 형태다. 트임이 많은 샌들에 적합한 방식이다. 2006년 들어서는 쿠션이 있는 덧신도 나왔다. 앞꿈치 부분에 충격을 완화해주는 쿠션이 장착된 덧신이다. 2007년 들어서는 발 앞부분에만 살짝 거는 형태의 밴드형 덧신도 나왔다. 슬리퍼를 신을 경우 뒤꿈치 부위에는 덧신이 없다.


덧신의 원단도 다양해지고 있다. 발냄새가 많이 나는 여름의 경우 흡습성이 높으면서 항균 기능이 있는 한지 소재로 된 덧신이 나온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 통풍력을 강화한 덧신도 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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