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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학점 낮은데 '초봉 4천' 꿈의 외국계기업 합격한 비결

조회수 2020. 9. 21. 17: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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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딱 한 장 내고 외국계 합격! 비결은 'OOO 스펙'
디아지오코리아 영업담당 박세명 대리
주류회사 취업 목표해 ‘덕업일치’ 성공
英 WSET, 美 SWE 증류주 자격도 취득
“바텐더 경력 등 ‘한우물 스펙’으로 취업”

세계 최대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애주가들에겐 꿈의 직장이다. 스카치위스키의 대명사 ‘조니워커’가 디아지오 제품이다. 국내 1위 위스키인 ‘윈저’, 영국 흑맥주 ‘기네스’ 등도 마찬가지. 중국 유명 고량주인 ‘수정방’도 디아지오가 인수했다. 주당들은 디아지오 직원들의 명함 뒷면에 새겨진 술 로고만 봐도 입맛을 다신다.


2014년 디아지오코리아에 입사한 박세명(30) 수도권서부업소지점 대리는 회사에서 가장 행복한 직원이란 소리를 듣는다. 그는 사내에서 ‘위스키 덕업일치(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를 이룬 인재로 꼽힌다. 임원진들도 박 대리의 이력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박 대리를 만나 주류 회사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류 회사는 무슨 일을 하나를 들었다. 절반은 주류 회사 취업 이야기고, 절반은 술 얘기였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출처: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박세명 대리.

“2010년부터 주류회사 취업 한 우물만 팠다”


박 대리의 별명은 ‘절대로 회사를 나가지 않을 사람’이다. 이유는 그의 특별한 이력 덕분에 있다. 부천 도당고와 한국외대 경제학과(07학번)를 졸업한 박 대리는 군 전역 직후인 2010년 디아지오 입사를 인생 목표로 정했다. 당시 바텐더 일을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디아지오의 위스키 제품들을 좋아해서였다고 한다.


디아지오와 인연의 시작은 디아지오의 대학생 홍보대사 ‘쿨드링커’였다. 쿨드링커는 폭음을 지양하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알리기 위한 디아지오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2011~12년 3기로 활동한 박 대리는 씨스타의 히트곡 ‘쏘쿨’을 개사한 절주 캠페인송을 녹음한 뒤 전국 대학교에 배포하는 하는 활약상으로 우수 활동자 3명 안에 들어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다.


그 장학금으로 박 대리는 술을 사먹지 않고, 술을 ‘마시는 법’을 배웠다. 그는 조니워커스쿨(현 월드클래스아카데미)에서 바텐더클래스와 와인클래스를 수료했다. 이후에는 주류 전문가 양성학원을 다니면서 영국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의 스피릿(증류주) 전문가 자격증을, 미국 SWE(Society Wine Education)의 CSS(공인 스피릿 전문가) 자격증을 땄다. 두 자격증은 비슷하지만, 주류 강국인 두 나라의 법규가 달라 공부해야 할 것도 차이가 난다. 예컨대 영국에선 보드카란 이름으로 술을 팔기 위해선 도수 35도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원재료 등에 대한 규제가 없다. 이 때 국내에 시판되는 위스키 약 100여종을 모두 시향해봤다고 한다. "매 수업마다 열 가지가 넘는 술을 마셔보고 또 코로 냄새를 맡아보는 것은 '행복한 고역'이었어요. 취하지 않으려고 술을 머금었다가 뱉는데 아깝기도 했죠."


박 대리는 이외에도 바에서 3년간 바텐더로 일한 경력이 있다. 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 세븐럭카지노 내 바와 SG다인힐의 붓처스컷 삼성점에서 일했다.  

출처: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박세명 대리.

인터뷰 중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요청하자, 박 대리는 능숙하게 칵테일 한 잔을 시켰다. 가장 평범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인 칵테일이다. 본인이 가장 자신있고 또 좋아하는 칵테일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텐커레이 원액에 토닉 워터를 자신의 기호에 맞게 타마실 수 있어요. 제 경험상 텐커레이 30ml에 토닉 워터 120ml를 넣고, 16등분한 라임 조각을 꼽아서 곁들여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인터뷰를 한 호텔 역시 박 대리의 과거 거래처였다고 한다. 지금은 다른 직원이 담당한다.


오후 1시에 시작해 밤 10시에 끝나는 영업맨의 삶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 한들, ‘워라밸’(일 가정 균형)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다. 박 대리 역시 그렇다.


- 하루 일과는 어떤가.

“오후 1시에 시작해 밤 10시까지 영업을 나간다. 마포 지역 100곳의 업장을 담당한다. 클럽과 바가 몰려있는 홍대 지역이 주된 타깃이다.”


- 업장 대표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나.

“다들 주류 전문가들이라 주로 신상품 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예컨대 지난해 출시한 싱글톤 더프타운의 말린 오렌지 향이나 증류소의 정보 등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 업주들의 반응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다들 주류 전문가라 아는 것도 많다. 프로모션 기회를 자꾸 달라고 설득하는 것보면 그들은 역시 사업가다.”


- 바텐더 출신인 것이 영업에 도움이 되나.

“우리 술하고 타사 제품의 장단점을 바텐더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업주들의 문의사항도 대부분 48시간 안에 답을 해주는 편이다. 배워둔 술 지식을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어서 드린다.”


내친김에 개인적인 질문도 몇 가지했다.


- 결혼은 했나.

“미혼이고, 여자친구도 없다.”


- 밤에 영업을 하면 여자친구를 사귀는데 불편함이 있겠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장 주말에는 시간이 남아 돈다.“


- 주류 영업을 하면 술을 많이 마시나.

“주량이 소주 기준 2병 수준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약한 편이라 절대 술 자랑하지 않고 겸손하게 적게 마시려고 한다. 일주일에 2번 정도 술을 마신다.”


- 대표 위스키별로 어떻게 마시면 좋을지 설명해 달라.

“조니워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인 블랙라벨은 진저에일에 타서, 로즈마리 잎을 살짝 띄워 마시는 것이 맛있다. 저도주인 윈저 W 시그니처의 경우 특유의 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온더록(큰 잔에 얼음을 넣고 술을 부어 마심)을 권한다. 싱글톤은 노징글라스(코로 향을 느끼기 좋게 생긴 촛불 모양의 잔)에 물을 한두방울 떨어뜨리고 마시면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실온에 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

출처: 디아지오 제공
노징 글라스.

- 하지만 한국에서는 위스키를 차게 해서 ‘샷잔(스트레이트잔)’으로 먹는 인구가 적지 않다.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과서적으로는 실온에 두고 마시는 것이 향이 가장 풍미가 좋다. 실제로 조니워커 골드라벨(원액 부족으로 지금은 단종되고 현재는 동급의 ‘조니워커 18년산’이 시판)은 얼려서 마시는 ‘프로즌(frozen) 위스키’ 음용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 영업 말고 평상시에는 어떤 술을 마시나.

“흑맥주 기네스, 싱글몰트 탈리스커를 주로 마신다.”


- 자사 브랜드 말고 타사 제품 중에서는?

“호가든 맥주도 좋아한다.”


“토익 700점에 학점도 별볼일 없지만 한 우물 판 덕분”


디아지오코리아는 주류 분야에서는 세계 180개국에 진출한 1위 업체다. 국내에서도 위스키 분야의 독보적 1위다. 초봉은 4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외국계로서 글로벌 본사 및 아시아 각국 지사와의 활발한 교류도 매력이다.


박 대리는 디아지오 취업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사실 저는 토익 700점대입니다. 학점도 낮습니다. 하지만 주류회사에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바텐더로도 최선을 다했고, 주류 이론이나 시음법 등을 꾸준하게 연마해왔습니다. 입사 시험을 볼 때 그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디아지오에 취업을 하지 못 했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겠느냐고 물었다. 박 대리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회사가 좋은 건가, 술이 좋은 건가.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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