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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넘어 일한 카페 알바가 남몰래 눈물 훔친 사연

조회수 2020. 9. 21.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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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못가고 사업주가 '나가라'하면 얌전히 나가야 하는 근로자
흙수저 노동법⑫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조건 열악하지만 기본 권리 보호받지 못해

카페에서 일하는 A씨.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1시간씩 더 해달라는 사장의 말에 군소리없이 추가 근무를 했습니다. 야간 수당을 받을 기대도 컸습니다. 밤 10시 이후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일하면 기존 시급의 1.5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바쁜 가게를 돕고 돈도 더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하지만 A씨는 월급날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간에 일하면 돈을 더 받는다 하는데 사장에게 따져야 하나 고민입니다.


영세 사업장 근로자가 오히려 법적 보호 못받아


A씨가 일하는 카페 사장은 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A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일하는 사람이 A씨와 사장, 둘 뿐이기 때문입니다. 5인 미만 근로자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야간수당을 줄 법적 의무가 없다는 근로기준법 제11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됩니다. 여기서 상시근로자 수란 '총 근로자 수를 영업일 수로 나눈 수'를 말합니다. 대표나 사장 등 사업주를 제외하고 인턴·계약직·아르바이트생 등을 포함합니다. 단, 파견근로자는 제외합니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종사자수)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570만명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 수 2126만명 중 26.8%를 차지합니다. 10명 중 3명이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겁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소규모 음식점이나 카페, 편의점, 스타트업 등에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을 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곳은 대부분 근로 조건이 열악한데요.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가장 필요한 제도가 실제론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출처: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캡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조항


①야간·연장·휴일 수당

근로자는 1일 8시간을 넘어 일하거나, 밤 10시 이후 야간에 일하거나, 휴일에 일하면 임금의 1.5배를 가산해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정 근로 시간 규정(1주 40시간·1일 8시간)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법정 근로 시간 이외에 일해도 추가 수당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②연차 휴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하면 줘야하는 유급휴가(15일)도 받을 수 없습니다. 휴가를 가려면 사장과 잘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③휴업수당

사용자 책임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 일을 하지 못했을 때 근로자는 평균 임금의 70%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휴업수당'이라고 하는데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휴업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④부당해고 구제신청

사업주가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근로자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해당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사업주가 나가라 하면 그저 얌전히 쫓겨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⑤근로기준법 개정안 52시간 단축 근무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기존 최장 68시간이었던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물론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①최저임금(7530원·2018년 기준)을 지켜야 하고, ②일을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를 써야합니다. ③4시간 마다 30분씩 쉬어야 하고 ④사업주는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⑤해고를 할 때도, 30일 전 예고해야 합니다. 미리 알리지 않으면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⑥또 근로자가 1년 이상 일했다면 퇴직금을 줘야 합니다. 

출처: 청와대 공식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

20년전 기준, 다시 생각해봐야


똑같이 일하는 노동자인데 사람 수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진다면, 평등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1999년 상시 근로자 수에 따른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조항이 위헌이라는 제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제청을 기각했습니다. 당시 헌재는 기각 이유로 4인 이하 사업장 사업주는 지불능력이 없고, 근로감독관이 소규모 사업장까지 감독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1998년에 개정된 조항입니다. 무려 20년 전 일인데요. 산업 및 노동구조가 크게 변해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지켜만 봐야하는지 의문입니다. 법리적 타당성을 검토해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모색할 때인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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